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30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2·28기념중앙공원에서 대구시장 선거 출마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12년 만에 대구시장에 재도전하면서 띄운 '보수 회초리론'이 야권 일각에서도 공감을 사고 있다.
송사로 번진 대구 컷오프(공천 배제) 여진이 좀체 수그러들지 않자, 김 전 총리가 꺼낸 심판론이 국민의힘 내에서조차 소구력을 얻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것. 당내에선
사태 수습에 소극적인 지도부를 두고 '공천이 곧 당선'이었던 텃밭 수성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김부겸 "보수 살려면 이번엔 회초리"…국힘 일각서도 '공감'
"선거 후반이 되면 국민의힘은 빨간 점퍼를 입고 '보수가 위기다', '좌파에 대구를 넘겨주면 안 된다' 등의 말을 할 것이다. 실은 그 반대다." 더불어민주당의 전폭적 지원을 업고 대구시장 선거에 등판한 김부겸 전 총리는 지난달 30일
"진정한 보수를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며 이같이 역설했다. 보수정당이 위기일 때마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의 의리로 찍어 준 관행을 탈피해야, 역설적으로 "진짜 보수가 살아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보수의 심장'인 대구의 압도적 지지가 되레 지역 발전엔 걸림돌이 됐다고 지적했다. 지역 유권자들도 대구가 30년째 지역내총생산(GRDP)가 '꼴찌'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얘기다. 김 전 총리는 "그 당은 표만 받아가고 대구는 외면했다"면서 "당이 대구를 지켜야지, 왜 맨날 대구시민이 당을 지키나"라고 직격했다.
야당 때리기만 내세운 건 아니다. '지역소멸 극복'이라는 어젠다도 제시했다. 김 전 총리는 "우리 아들·딸들이 대구를 등지고 있다. 어쩌다 우리 대구가 이렇게 됐나"라며, 청년 일자리를 고리로 민심을 파고들었다. 대구·경북(TK) 행정통합 재추진을 약속하는 한편, 민군 통합공항 이전과 취수원 문제, 산업구조 개편 등의 현안도 적극 언급했다.
국민의힘 주자들은 "명분 없는 행보"(윤재옥 의원), "속은 텅 빈, 말의 성찬"(추경호 의원) 등 일제히 견제구를 날렸다. 하지만, 박한 평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 야권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재명'을 내세우지 않은 게 킬링 포인트"라며 "나름대로 지역의 적실한 고민을 반영한 출사표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소위 '명픽'(이재명 대통령의 선택)을 부각해온 여권의 서울시장 후보 등과는 분명한 차별점이 엿보였단 얘기다.
대구 사정에 정통한 인사들도 '이유 있는 위기감'을 토로한다. 대구시장을 지낸 권영진 의원(달서구병)은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대구 민심은 한 마디로 '진짜 이번엔 혼내줘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 "특단의 대책을 갖고 (김 전 총리 출마에) 대비하지 않으면 큰 코 다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설상가상 주호영 가처분 '인용' 가능성…"지도부, 이길 생각 있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왼쪽)가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 도중 6·3 지방선거 대구시장 선거 후보에서 탈락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주호영 국회 부의장을 만나기 위해 주 부의장의 집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다만, 국민의힘의 혼란상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분위기다. 끝내 자진 사퇴한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호영·이진숙 예비후보를 경선에서 전격 배제한 '컷오프 파동'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사람은 불복 입장을 고수 중이다.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대구에서 '자체 선거운동' 중이고,
주 의원이 컷오프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또한 이르면 1일 결과가 나온다. 반면, 6명의 경선 후보(유영하·윤재옥·이재만·추경호·최은석·홍석준)는 토론회 등 일정을 그대로 소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주 의원과 이 전 위원장은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시사한 상황. 이미 벅찬 상대를 만난 국민의힘으로선 대형 악재다.
특히 서울남부지법이 김영환 현 충북도지사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점이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재판부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공관위 결정이 '당헌·당규 위반'이라고 판단했는데, 이번 판례가 유사 사례인 주 의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개연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TK 지역에서 활동 중인 당 인사는 이례적 판례임을 전제하면서도, "이로써 주 의원의 가처분 신청이 수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인용 시) 판세는 김 전 총리 쪽에 기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내에서는
애당초 '정치의 영역'이었던 공천 갈등을 법원에 내맡긴 지도부의 대응이 문제라는 지적도 적잖이 나온다. 물밑에서 컷오프 당사자들을 달래고, 내홍을 봉합하기 위한 '액션'이 선행됐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장 대표는 주 의원이 요청한 면담 직후에도 '재고해 보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반복하는 데 그쳤다.
한 중진 의원은 "(지도부가) 선거를 진짜 이길 생각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러니 더 혼나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겠나"라고 되물었다. 또다른 당 관계자는 "대구마저 내주면, 당의 존립 기반이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