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태안화력발전소를 찾아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사순절 정의와 평화의 순례를 진행했습니다.
탄소중립을 위한 석탄발전소 폐쇄가 추진되는 가운데, 대량 해고 위기에 내몰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과 '위험의 외주화' 구조를 돌아보며 '아무도 버려지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을 모색했습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기자]
고 김용균 씨와 고 김충현 씨가 일하던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앞.
해마다 사순절, 우리 사회 고난의 현장을 찾아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올해는 석탄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예배를 드렸습니다.
고난의 현장예배 참가자들이 산재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기도하고 있다. 오요셉 기자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위험한 일을 도맡아온 '위험의 외주화' 현실에 더해, 최근 석탄발전소 폐쇄가 추진되면서 이제는 연쇄적인 대량 해고 위기까지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기도회 참가자들은 기후 위기와 에너지 전환의 현장에서 일자리를 잃을지 모르는 두려움과 반복되는 산업재해의 위험에 노출된 이들의 삶을 마주하며, 아무도 버려지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박승렬 총무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지금까지 보호하지 못했던 우리들의 부끄러움을 우리 사회가 진정하게 인정하고, 이제 발전소를 폐쇄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또 고통을 전가하지 않게 되기를 우리는 간절히 소망합니다. 우리가 서로 연대할 때 새로운 변화는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도회 참가자들은 산재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현실을 돌아봤습니다.
[김미숙 이사장 / 김용균재단, 고 김용균 씨 어머니 ]
"(아들의 사고 이후)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받았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발전소에서 어린 청년이 또 산재 사망 사고를 당했습니다. 지휘고하가 사람의 가치를 논하면 안 되는 것을 우리가 너무 뻔하게 알면서도 사회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을 우리는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CBS크리스천노컷뉴스 유튜브 영상 캡처설교자로 나선 영등포산업선교회 손은정 목사는 '공정'이라는 말을 내세워 원청 고용을 반대하는 것은 더 취약한 집단을 희생시키는 것은 결코 공정도 정의도 아니라며 비판했습니다.
[손은정 총무 / 영등포산업선교회]
"발전소를 멈추면서 노동자들의 삶이 멈추게 하면 되겠습니까? 발전소를 멈춘다고 이 지역 경제가 중단되게, 멈추게 해야 되겠습니까?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일어나야 하고, 동시에 노동자들의 고용이 보장되어야 이것이 정의로운 전환입니다. 하청 노동자들을 차별의 대상이 아니라 동료로 인정하는 연대의 정신, 하청 노동자들과 함께 정의로운 산업 전환을 위해 원청 노동자들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최근 원청인 한전KPS는 고 김충현씨 사망을 계기로 노동자 안전과 고용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593명의 하청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이 합의가 아직 충분히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현웅 조직부장 / 공공운수노조 한전KPS비정규직지회]
"합의를 이행하라고 설명회를 시작했는데, 노동자들을 모이지 못하게 하고, 치졸한 방법까지 쓰고 있어요, '앞으로 재계약 다시 연장 안 할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정의와 평화의 순례를 여러분과 함께하며 이 거대한 벽을 기어코 넘어서겠습니다."
예배 후 진행된 간담회. 오요셉 기자기도회 참가자들은 "정의로운 전환은 누군가의 희생을 발판 삼는 과정이 아니라 아무도 배제되거나 버려지지 않는 변화를 만들어 가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전환의 짐이 가장 약한 이들에게 떠넘겨져선 안 된다며, 석탄발전소 폐쇄 과정에서 노동자와 지역사회의 생존을 함께 보장하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교회협의회는 예배 후 노동계 관계자들과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간담회를 열고,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필요한 제도와 지원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전환 과정 전반에 노동자와 지역 주민들이 의사결정의 주체로서 참여해야 한다는 점과 사회적 대화가 더 촘촘하게 이뤄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습니다.
교회협의회는 이번 문제의식을 사회선교의 과제로 확장하겠다며, 기후위기 시대 한국교회가 노동과 지역사회, 생태와의 공존을 어떻게 모색할지 함께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부활을 이루신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 부름 받은 교회가 고난의 자리를 외면하지 않겠다고 고백하며,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끝까지 연대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CBS크리스천노컷뉴스 유튜브 영상 캡처[영상기자 정선택] [영상편집 이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