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中당국에 노출시키라고요?"…한글학당, '지출 공시'에 혼란

  • 0
  • 0
  • 폰트사이즈

국제일반

    "中당국에 노출시키라고요?"…한글학당, '지출 공시'에 혼란

    • 2026-03-30 05:00
    • 0
    • 폰트사이즈

    재외동포청 '국고 보조금 공시' 안내문 발송
    투명성 강화 위한 것이지만 中 현실과 안 맞아
    작년 한글학당들 "운영하지 말라" 통보받기도
    '중화공동체' 강조 분위기…"민간 지원도 절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4일 중국 베이징 한 호텔에서 열린 재중 한국인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4일 중국 베이징 한 호텔에서 열린 재중 한국인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재외교포 단체에 대해 보조금 지출내역을 공시하라는 공문을 내려 보내면서 중국 내 한글학당 등이 혼란에 빠졌다. 어려운 재정 사정에 정부 지원이 필요하지만 학당의 이름과 지출 내역 등 정보가 공개되면 자칫 중국 당국의 단속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29일 CBS노컷뉴스가 취재한 결과, 재외동포청은 지난 18일 전 세계 국고 보조금 지원 대상인 재외 교포 단체에 '2025년 회계연도 보조금 공시' 관련 안내문을 보냈다.

    안내문은 관련법에 따라 "동일 회계연도 내에 1천만 원 이상의 보조금을 수령한 단체는 정보공시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동포청은 보조금이 목적에 맞게 사용됐는지 등을 점검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글학당은 매우 난처한 상황이 됐다. 보조금 내역을 공개하면 학교 이름과 운영 내역이 드러날 뿐아니라 중국 당국에서 이를 문제 삼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동포청에는 "중국의 경우 보조금 고시를 재고해 달라"는 요청이 수차례 전달됐다. 일각에서는 "고시를 해야 하면 보조금을 받을지 말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중국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커지자  동포청 관계자는 "여러 의견이 접수돼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해 5월 중국 당국이 조사를 벌이면서 허가증이 없다는 이유로 '한글학당 운영을 하지 말라'고 요구한 터라 한글학당들은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조사 이후 한글학당들은 학생 수가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는 등 크게 위축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선생님뿐 아니라 학부모들도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글학당들의 연합모임은 지난해 7월 예정된 10주년 행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안내문대로 보조금 내용이 공개되면 학당 운영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한글학당들은 걱정하고 있다. 중국 관련 규정에 따르면, 단체 등이 외국의 보조금을 받을 때는 이를 사전에 신고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글학당은 상주 인원 없이 순수 봉사자들로 이뤄져 있어, 사회단체 등으로 등록할 조건을 갖추기 어려운 실정이다. 수익을 내지 않는 비영리이다 보니 학원으로 등록하기도 적절하지 않은 위치에 있다.

    중국이 최근 들어 부쩍 '중화민족의 공동체'를 강조하면서 소수민족의 문화·언어 교육사업은 갈수록 환경이 팍팍해지고 있다.

    올해 양회에서 제정된 '민족단결진보촉진법'은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을 교육, 종교, 역사, 문화, 관광, 언론, 인터넷 등 모든 영역에서 주입시키도록 하고 있다. 이는 중국 체제 안정을 목적으로 하지만 소수민족의 순수한 언어와 문화 보존까지 어렵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글학당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우리는 기본적으로 중국어와 한국어 교육을 병행하는 '이중언어 정책'을 잘 수행해 왔다"면서 "민간 차원의 조용한 지원도 절실하다"고 전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