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객 1500만을 돌파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 열기가 출판 시장까지 확산되고 있다. 공식 각본집이 정식 출간 전부터 주요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이례적인 기록을 세웠다.
26일 출판사 플레인아카이브에 따르면 '왕과 사는 남자' 각본집은 예약 판매 개시 3일 만에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같은 시점 교보문고와 알라딘에서도 종합 2위를 기록하며 주요 온라인 서점 차트를 동시에 석권했다.
특히 독자들이 책을 실제로 받아보기 전, 예약 판매 물량만으로 이미 4쇄 인쇄에 돌입한 점은 이례적이다. 영화 한 편의 흥행이 곧바로 출판 소비로 이어진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과거에도 영화 각본집이 간혹 출간되기는 했지만 인기를 뒷받침 할 정도는 아니었다. '왕사남' 각본집과 원작격인 '단종애사'의 이례적인 흥행은 스크린에서 찰나에 지나친 인물의 내면과 대사 사이의 공백을 지문(地文)을 통해 정교하게 되짚어보려는 관객들의 능동적인 감상 문화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영화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미공개 장면과 제작 비하인드가 담긴 각본집은 단순히 휘발되는 영상 경험을 물리적 형태로 소장하려는 소유 욕구를 넘어, 관객이 직접 텍스트를 읽으며 자신만의 해석을 완성해 나가는 '재구성의 유희'를 제공한다는 점도 팬들의 달라진 문화소비 현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화를 소비하는 방식이 단순 관람에서 창작의 궤적을 추적하는 탐닉의 단계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현상으로 평가 받을 만 하다"고 말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계유정난 이후를 배경으로, 유배된 어린 왕과 마을 촌장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5일 기준 누적 관객 1500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올라 있다.
도서관 정보나루 홈페이지 캡처이번 각본집은 황성구 작가와 장항준 감독이 공동 집필했다. 영화에 담긴 각본 전문은 물론, 완성본에서 생략되거나 달라진 장면과 대사, 인물의 심리 묘사까지 포함해 또 다른 독서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두 저자가 새롭게 쓴 서문과 함께, 엔딩 장면을 컷 단위로 구성한 스토리보드, 출연진 12인의 사인과 메시지 등이 수록됐다. 디자인 역시 촬영 현장에서 사용된 대본 형식을 바탕으로 한지 질감과 옛 서체를 적용해 고서의 분위기를 살렸다.
앞서 영화 흥행과 함께 단종과 조선사를 다룬 역사소설 '단종애사'와 역사서의 도서관 대출·서점 판매가 급증하는 등 '왕사남' 효과가 출판 전반으로 확산된 바 있다. 이번 각본집 열풍은 콘텐츠 IP가 영화에서 책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각본집은 지난 23일부터 예약 판매를 시작했으며, 영화는 현재도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