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새 학기 입학 시즌을 맞아 고등직업교육기관인 전문대학에 독특한 사연을 가진 이색 입학생들이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각기 다른 배경을 가졌지만 '실무 중심 교육'을 통해 꿈을 실현하고자 전문대학을 선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① "화재로 무너진 농장, 재건을 위한 가족의 노력" 양돈 가족 3명 동시 입학
2025년 3월, 한 돼지 농장에 큰 화재가 발생해 농장이 전소되는 사고가 있었다. 이 농장은 연암대학교 스마트축산계열에 입학한 박혜란(43)씨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농장이었다. 화재는 한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바꿨고, 이는 '대학 입학'이라는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졌다.
농장 재건이라는 과제 앞에서 박씨는 기존 방식이 아닌 첨단 기술 기반의 축산업에 주목했다. 연암대학교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우연히 광고를 통해 접했고, ICT 기반의 스마트농장 경영, 기술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스마트축산계열의 교육과정에 매료되었다.
박씨는 "저희 가족은 시댁과 친정 모두 양돈 농장을 운영하는 '양돈 가족'이지만,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어 재건에 막막함이 컸다"며 "남편, 시동생과 함께 입학한 만큼 전문 기술을 익혀 ICT 스마트 농장을 성공적으로 재건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연암대학교 스마트축산계열 박혜란씨.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제공② "캔버스 대신 환자의 미소를 디자인하다" 섬세한 손길로 유턴 입학
포항대학교 치위생과에 입학한 이인하(27)씨는 불과 얼마 전까지 영남대학교 트랜스아트과에서 예술적 소양을 쌓던 아티스트였다. 하지만 '대체 불가능한 전문성'이라는 직업의 안정성을 고려해 치과위생사의 길을 선택했다.
이씨는 평소 꼼꼼하고 섬세한 작업을 즐기던 적성을 살려 보건의료 전문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예술과 의료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캔버스 위에 세밀한 선을 긋고 조형물을 다듬던 '섬세한 손기술'이 치석 제거, 구강 보건 지도 등 정교함이 요구되는 치위생 업무와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일반대학 졸업 후 다시 교육의 문을 두드리는 결정이 쉽지 않았지만, "포항대학교 치위생과의 실무 중심 교육 과정과 높은 취업률, 높은 국가고시 합격률을 토대로 열심히 학업에 정진하여 환자의 미소를 디자인하며 사회에 이바지하는 훌륭한 치과위생사가 되겠다"고 전했다.
포항대학교 치위생과 이인하씨.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제공③ "배움에는 거리가 없다" 경기도에서 울산까지, 부부의 도전
2009년 심리학과에 입학해 사람의 마음을 돕는 일을 꿈꿨던 김현우씨. 졸업 후 10년간 온라인 사업가로 치열하게 살았지만, '지속 가능한 전문성'에 대한 갈증은 여전했다. 그는 결혼 후 아내와 함께 미래를 설계하며 '안경사'라는 전문직에 도전하기로 했다.
부부는 현재 경기도 광주에 거주하지만, 매주 춘해보건대학교가 있는 울산까지 장거리 통학을 한다. 김씨는 "매주 아내와 나란히 차를 타고 내려가는 그 시간은, 우리 부부에게 단순한 등굣길이 아닌 미래를 향한 소중한 데이트이자 열정의 시간"이라고 전했다. 이어 "같이 어려운 광학 이론을 토론하며 공부하는 지금, 10여 년 전 대학생 때보다 더 뜨거운 학구열을 느끼고 있고, 이 도전은 '혼자가 아닌 같이'이기에 가능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목표는 면허 취득 후 고향인 울산에서 부부의 철학이 담긴 안경원을 창업해 이웃의 눈과 마음을 밝히는 것이다. 김씨는 "고향 이웃들의 눈과 마음을 모두 밝혀드리는 공간을 만드는 것, 그것이 저희 부부가 꿈꾸는 인생 2막의 완성"이라고 했다.
춘해보건대학교 안경광학과 김현우, 김주연씨.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제공④ 러시아에서 춘천까지…늦지 않은 도전, 유아 교육의 꿈
2026년 3월, 한림성심대학교 유아교육과에 입학한 김베라(32)씨는 2014년 스무 살의 나이에 한국을 처음 찾았다. 일찍 가정을 꾸린 그는 10년간 육아 경험을 바탕으로 유아교육 전문가라는 꿈을 품게 됐다.
K-팝을 통해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드라마와 신문을 보며 한글을 익혔다. 교육 현장을 접하며 "아이의 미세한 감정 변화를 읽어야 하는 유아교육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사람만의 영역"임을 깨달았다는 김씨는 "아이들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알려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림성심대학교 유아교육과 김베라씨.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제공⑤ 야구에 모든 것을 건 선택, 그리고 새로운 시작
2026년 대학 야구리그 신생팀인 한국관광대학교 스포츠트레이너과에 입학한 이시원(20)씨는 야구 명문인 서울고등학교 야구부 주장 출신이다. 그는 '한양제일발'이라는 별명과 함께 '2025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 고교야구대회'에서 우승을 이끈 주역이었다.
이 씨는 C1스튜디오의 '불꽃야구'를 상대로 선취점을 내며 팀의 12연승을 끊는 데 큰 역할을 했으나, 2026 프로야구 드래프트에서 호명되지 않아 대학 리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주변의 기대 속에 서울의 야구 명문 대학교에 합격했지만, 고민과 갈등 끝에 한국관광대학교를 택했다. 이씨는 "단순히 팀을 선택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야구 선수로서의 성장과 함께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고 싶었다"며 "더 오래, 더 강하게 야구를 하기 위해 스포츠트레이너과를 전공으로 선택했다"고 전했다.
야구에 대한 열정과 대학의 전폭적인 지원, 그리고 더 크게 도전할 수 있는 무대를 확인한 그는 "내 모든 것을 건 베팅이고, 드래프트 탈락의 아쉬움을 다시 야구를 시작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2년 후 더 강해진 모습으로 반드시 프로 진출의 꿈을 이루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관광대학교 스포츠트레이너과 이시원씨.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제공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김영도 회장은 "올해 이색 입학생들의 사례는 전문대학이 연령과 관계없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직업교육의 보루'가 되고 있음을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일반대학 졸업 후 다시 입학하는 '유턴 입학'의 증가는 전문대학 실무 교육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성인 직업교육 지원과 디지털·미래 기술 교육 강화를 통해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전문직업인을 양성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