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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불황·중동 사태 '이중고' 여수산단…구조개편에도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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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포]불황·중동 사태 '이중고' 여수산단…구조개편에도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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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장 가동 중단 잇따라…인력 재배치 등 불안감↑
    건서노동자 일감 느는 대정비 기간 분위기도 '시들'

    여수산단 여천NCC 3공장 일대. 유대용 기자여수산단 여천NCC 3공장 일대. 유대용 기자
    24일 따사로운 봄 햇살 속에 전남 여수시 묘도 건너편 석유화학 공장 위로 흰 수증기가 쉴새 없이 하늘로 솟구쳐 피어 올랐다.
     
    국내 최대의 석유화학 단지가 밀집한 공장지대는 거미줄 처럼 촘촘히 얽힌 배관과 대형 설비들이 가동되며 여느 때와 다르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이곳에서 만난 생산직 노동자 A씨의 얼굴에는 짙은 그늘이 드리웠다.
     
    여수산단에서 30여 년을 근무한 A씨는 "IMF 때도 이 정도로 어렵지는 않았다. 지금은 생산할수록 손해만 나는 구조"라며 "공장 가동 중단에 따라 지난해에도 전환 배치가 됐는데 앞으로 구조 개편이 시작되면 또 자리를 옮겨야 할 처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불황과 함께 중동 사태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 되면서 한때 호황을 누렸던 여수산단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구조 개편과 함께 주요 석유화학 공장의 가동 중단이 현실화된 가운데 노동자들과 대기업들은 경영 관리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여수 묘도에서 바라본 여수산단. 유대용 기자여수 묘도에서 바라본 여수산단. 유대용 기자
    주요 석유화학기업들은 나프타분해설비(NCC) 구조 개편에 참여하는 한편, 대정비 작업 당기는 등 급한 불을 끄는데 나섰다.
     
    정유사인 GS칼텍스를 제외한 대부분 석유화학공장이 대정비 작업을 미리 하는 상태로, 롯데케미칼은 대정비 작업을 3주 가량 당겨 당장 27일부터 가동 중단에 들어갈 예정이다.
     
    나프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데다 재고량도 많지 않아 원료 공급에 지장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단일공장 가동 중단을 기점으로 전환 배치를 마친 이후 신규 채용을 줄인 데 이어 향후 통합법인 설립에 따른 인원 재배치가 예상돼 뒤숭숭한 분위기라는 게 여수산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수산단 석유화학 기업에 근무하는 B씨는 "여천NCC와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간 통합법인이 설립돼 공장을 통합하더라도 법인이 있는 구역이 다르다보니 인력 재배치에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수익성이 낮은 법용 제품에 대한 생산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겠지만 결정된 게 없어서 직원들의 불안감이 크다"고 전했다.
     
    플랜트건설노동자 등 2·3차 협력사의 처지는 더욱 막막하다.
     
    대정비 기간은 건설노동자의 일감이 늘어나는 시기로, 석유화학사들은 통상 공장 가동 중단을 줄이기 위해 주말밤낮 없이 인력을 투입해 왔지만 이번에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여수국가산단살리기 시민총궐기대회' 선포 기자회견. 유대용 기자'여수국가산단살리기 시민총궐기대회' 선포 기자회견. 유대용 기자
    여수산단을 회복시키기 위해 시민들도 나섰다.

    '여수국가산단살리기 시민총궐기대회 준비위원회'는 지난 4일 여수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여수산단의 특수성을 반영한 실질적인 산업전환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준비위는 "지금의 여수산단은 글로벌 공급 과잉과 급격한 산업 구조의 변화 속에 주저앉은 상태"라며 "여수산단의 위기는 기업의 실적 악화뿐만 아니라 고용 불안, 지역 상권의 몰락과 인구 유출이라는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져 지역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도현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여수지부 기획국장은 "대정비 기간이 다가오면서 일감이 조금은 늘어났지만 일시적인 현상일 뿐 대안이 될 수는 없다"며 "구조 개편이나 기업 간 합병 소식을 들리긴 하지만 신설 공사나 증설 공사가 있을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후에도 고용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 국장은 "예전에는 기업이 공장을 하루라도 빨리 공장을 다시 돌리려 막대한 인력을 투입했지만 지금은 이미 가동이 중단된 공장을 대상으로 한 대정비도 포함됐다"며 "셧다운이 길어져도 기업 입장에서는 아쉬울 것이 없는 상태로, 대정비 기간 일감 배정도 예전보다 못하다"고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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