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제주(제주경마공원, 이하 마사회) 소속 경주마들에게서 금지약물이 잇따라 검출된 가운데 마사회의 늦장 대응이 논란이다. 첫 양성 반응을 확인하고도 별다른 조치 없이 경주를 진행하다 추가 검출이 이어지자 뒤늦게 경마 중단과 전수조사에 나선 것이다.
양성 확인했지만 다음날 경주
24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제주경마공원에서 금지약물 난드롤론이 처음 검출된 경주마는 지난달 27일 6경주에서 1위를 기록한 말이다. 이후 이달 6일 4경주 3위, 14일 2경주 2위를 기록한 경주마에서 추가로 검출됐다.
난드롤론은 근육 성장과 회복을 촉진하는 합성 스테로이드로 스포츠와 경마에서 모두 금지된 약물이다. 사전검사인 혈액검사는 통과했지만 검출 정확도가 더 높은 사후 소변검사에서 적발됐다.
문제는 마사회의 대응이다. 지난달 27일 출전한 경주마의 양성 반응은 이달 5일 확인됐는데 이는 두 번째 양성 반응이 나온 경주마의 출전 하루 전이었다. 하지만 마사회는 별다른 조치 없이 경주를 강행했고 결국 세 번째 양성 사례까지 이어졌다.
제주경마공원을 찾은 이들. 고상현 기자논란이 커지자 마사회는 약 2주가 지난 이달 19일에야 보도자료를 통해 관련 사실을 공개했다. 이어 20~21일 제주경마를 중단하고 500여 마리를 대상으로 소변검사를 통한 전수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재 모든 경주마의 소변을 채취했지만 210여 마리의 샘플만 과천본사로 옮겨져 1차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대한 검사 결과는 오는 25일 나오며 마사회는 이상이 없는 경주마를 중심으로 주말 경주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신뢰 훼손 우려…마사회 의혹 부인
이번 사태가 제주경주의 이미지와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마사회는 논란이 일기 직전인 지난 13일 서울경마공원에서 싱가포르 경주수출 파트너사와 만나 한국경마 수출 방안을 논의했는데 이 자리에서는 제주경마 첫 해외 수출에 대한 얘기도 오갔다.
도내 한 경주마 훈련소 관계자는 "두 번째 검출까지는 상황을 지켜본다 하더라도 세 번째까지 이어진 것은 방치나 다름없다"며 "싱가포르 수출 논의 때문에 일부러 대응을 늦게한 거 아닌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한국마사회가 지난 13일 서울경마공원에서 싱가포르 경주수출 파트너사를 만나 한국경마 수출 재계약 및 제주경주 수출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마사회 제공마사회는 늦장 대응과 수출 연관성을 모두 부인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두 번째까지는 같은 마방에서 검출된 거라 마방이 오염된 거 아닌가 생각했다. 그래서 해당 마방을 쓰는 말에 대해 전수조사를 했다. 그런데 전혀 다른 마방에서 세 번째로 검출돼 이해할 수가 없어 즉각 전수조사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경주를 쉬면 말 관리사와 조교사들이 수익을 받지 못하는 문제 등 여러 부담도 있다. 하지만 고객에 대한 신뢰와 공정성이 중요해 경주를 멈추고 전수조사를 한 것"이라며 "싱가포르 수출은 전혀 관련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논란 이후 자체 조사를 벌인 마사회는 약물 투여자로 추정되는 몽골 국적 민간 조련사 A씨를 특정하고 지난 20일 제주서부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는 도내 목장 2곳을 오가며 근무해왔다. 현재는 가족 간병을 이유로 해외로 출국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