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중소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주식을 오늘 팔았는데 왜 돈을 모레 주나"
주식 거래 후 이틀 뒤 실제 대금이 정산되는 'T(거래일)+2' 결제 시스템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문제 제기를 하면서 한국거래소가 거래일을 단축하겠다고 공식화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다소 시간일 걸리는 '중장기 과제'로 보고 있다. 단순 제도 변경이 아니라 결제 시스템 전반을 바꾸는 등 준비 기간이 필요해서다.
현재 국내 증시는 주식 거래 뒤 2영업일 뒤 결제가 T+2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예를 들어 월요일에 주식을 팔기로 매도 계약을 체결했으면, 실제 주식과 대금의 교환은 수요일날 이뤄진다. 대량의 주식과 돈이 오가는만큼 거래소가 증권사 간 거래를 정산·정리(청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예탁결제원이 결제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살 때 돈을 빨리 내고 주식을 팔 때 돈을 늦게 받는 것에 대해 오랫동안 불만이 적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이 점을 콕 집어 거래소에 주요 의제 중 하나로 검토하길 부탁한 것이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국제적 동향을 잘 파악해 절대 늦지 않고 오히려 선제적으로 청산·결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이후 주식 결제일 단축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실제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도 결제일 단축을 시행했거나 이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결제일 단축 논의를 주도한 건 미국이다. 2021년 초 발생한 게임스톱 사태를 계기로, 증권업계에서 결제 주기 단축 요구가 제기되면서 논의가 본격화됐다. 이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주도로 결제 주기 개편안을 발표했다. 영국과 유럽도 내년을 목표로 결제일 단축을 준비하고 있다.
아시아 주요 선진국 중에선 현재 T+1 거래일 시행을 확정하거나 목표를 발표한 나라는 없다. 한국이 가장 선제적으로 준비 중이다. 하지만 아직 준비 상황은 극초기 단계다. 한국거래소도 지난해 10월 한국예탁결제원과 주식 매매 체결 이후 청산·결제가 완료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는 실무그룹을 구성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어떤 절차에 착수한 게 아니라, 논의를 위한 초초기 그룹"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거래소 등 유관기관 등은 결제일 단축을 위해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새로운 시스템에 맞춰 투자 관행을 바꿀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부작용은 없을 지 살펴보는 단계라고 한다. 최훈 한국거래소 청산결제부장은 "외국인이나 기관들이 주로 거래하는 은행들, 보관기관 등과 함께 협의회 같은 걸 구성해서 의견을 계속 듣고 하고 있다"면서 "이런 단계를 거치려면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자의 협조가 핵심 변수여서다. T+1 체제로 전환될 경우 해외 투자자는 한국 증시 마감 직후 자금을 확정하고 환전까지 마쳐야 한다. 미국과 유럽 기준으로 야간이나 새벽 시간대 해당해 업무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선진국 시장 중 어느 누구도 단축 일정을 확정 안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의 거래 편의성이 떨어지면 단기적으로 자금 유입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결제일 단축은 '중장기 과제'로 보고 있다. 단순 결제 대금 기간을 줄이는 게 아니라 주문→청산→결제 전 과정을 재설계 해야해서다. 미국도 결제일 단축을 발표한 뒤 2년 넘게 준비한 끝에 도입했다. 특히 최초 결제일 단축 발표에선 2024년 3월부터 결제 주기를 단축하겠다고 했지만 업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시행일을 몇 달 뒤로 미뤘다. 유럽도 논의 시작 후 4년 뒤 시행을 목표로 잡았다.
증권사 시스템 개편과 인력 재배치도 풀어야 할 숙제다. 2023년에 결제일 단축을 시행한 인도의 경우 증권업계의 3교대 근무 도입, 사전 자금 조달 등 많은 비용 지출이 소요됐다. 이창욱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 본부장은 "직관적으로는 쉬워 보이지만, 관련 대출, 미수 등이 다 연결돼 있어 시스템 전체를 바꿔내는 작업일 것"이라면서 "아직 논의 자체가 막연하고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