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 레벨4 자율주행버스 모습. 박창주 기자행인들이 북적이는 13일 점심시간 경기 안양시 스마트도시통합센터 앞 도로. 둥글고 매끈한 외형의 미니버스들이 나란히 모습을 나타냈다.
공상과학(SF) 영화 속 로봇 캐릭터가 미래 교통수단으로 변신해 현실로 들어온 듯한 모습. 안양시가 전국 기초지자체 최초로 시범운영 중인 인공지능(AI) 기반의 레벨4 자율주행버스다.
미래에서 온 AI 자율주행버스, 안양에서 현실화
기자들이 차에 오르자 자동으로 문이 닫혔다. 차량 내부 어디에도 운전석은 없다. 핸들도, 페달도 보이지 않는다. 차량 앞뒤와 측면에 달린 센서와 카메라가 주변을 살피며 스스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날 센터에서 안양시청사까지 2㎞가량을 주행하는 동안 버스는 수시로 속도를 조절하며 30㎞/h 안팎의 속도로 차분히 정해진 노선을 달렸다.
사람들이 붐비는 교차로에 접근하자 신호와 주변 차량, 보행자의 움직임을 동시에 인식하며 내부 모니터에 표시했고, 급히 운행을 멈추자 차 안은 잠시 정적이 흘렀다. 잠시 후 보행신호가 끝난 뒤 차량은 정지선에 위태롭게 세워진 휠체어를 피해가면서 차선을 따라 우회전했다.
안양시 자율주행셔틀 내부 모습. 박창주 기자주행 중 옆차로에서 끼어들려던 화물차를 감지하고는 급히 속도를 낮췄고, 위험 상황이 지속되면서 동승한 예비운전자가 리모콘으로 경적을 울리며 잠시 수동 운전을 이어가기도 했다.
레벨4 자율주행 답게 정해진 구간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대부분의 주행 상황을 인식하고 통제하는 방식이다. 10여 분 간 도심교통의 미래를 미리 체험한 순간이었다.
안양시 '생활·안전·편익' 살피는 7500개의 '눈'
이 같은 안양지역의 AI 혁신 DNA는 도시 기반시설과 행정 전반에 심어져 있다. 그 중심이 스마트도시통합센터다.
이 센터는 지역에 설치된 7500여개 CCTV를 통해 도로와 산악지역, 골목 곳곳을 모니터링하며, 사고·재난 위기상황 등을 감지한다. AI 인식기술로 상황들을 분류해 해당 센터 관계자들은 물론, 안양시장 집무실에까지 '긴급알림'을 해준다.
안양지역 전체 CCTV 화면을 실시간 AI 기술로 모니터링하는 스마트도시통합센터. 박창주 기자교통사고를 비롯해 산불, 홍수, 도심화재 등을 확인해 원인을 분석하고, 후속조치 방향 등도 제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한 방범효과도 검증됐다. 2023년 11월 특수강도혐의를 받는 탈주범이 안양의 한 병원에서 달아났을 때, 센터가 외모 인식과 차량(택시) 번호판 추적 등으로 도주 경로를 찾아냈다. 심야 횡단보도 뺑소니 차량의 동선을 역추적해 1시간 만에 잡아낸 적도 있다.
안양의 안전을 돌보는 '눈'이자, 재난 컨트롤타워인 지자체장의 빠른 판단을 돕는 '첨단 비서'인 셈이다.
이처럼 지역 내 모든 CCTV 화면을 AI 기술과 접목해 한 곳에서 통합 관리하는 도시는 안양시가 처음이다. UN(ITU)에서 스마트도시로 인증한 국내 유일 도시가 된 배경이다.
신성장 동력으로 이재명표 미래산업 '픽'한 안양시
최대호 안양시장이 '제1회 안양 신성장 전략 포럼' 개회사를 하고 있다. 박창주 기자안양시가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 핵심 미래산업으로 가리킨 AI 산업에 기반한 도시의 '산업 혁신'에 힘을 싣고 있다.
이날 시는 안양시청 강당에서 지역의 '신성장 전략'에 관한 포럼을 개최했다. 핵심은 피지컬 AI다.
피지컬 AI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통해 실제 물리적 환경을 인지하고 복잡한 행동을 수행·통제하는 기술을 뜻한다. 자율주행 차량과 산업·생활 로봇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포럼은 급변하는 AI 기술과 산업을 안양의 신성장 동력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 등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주영섭 전 중소기업청장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손웅희 전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과 유태준 한국피지컬AI협회장 등의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토론회에서는 피지컬 AI 산업의 발전 가능성과 지역 기반산업과의 연계 방안 등이 집중 논의됐다.
풀어야 할 과제로는 △로봇의 거리 활보 허용 △일상데이터 취득 허용 △이익공유 투자제도 도입 △주 52 근로시간 규제완화 등 여러 제도 개선이 제안됐다.
이계삼 안양시 부시장이 피지컬 AI 산업 활성화를 위한 지자체 역할과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박창주 기자
앞으로 시는 안양과천상공회의소와 안양산업진흥원 등과 공동으로 정기적인 '안양포럼(안양 라운드 테이블)'을 개최해 AI 기업, 공공기관 등과의 소통·협력 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다.
주제발표를 맡은 이계삼 안양시 부시장은 "미래 산업혁명에서는 제조 능력과 AI 기술을 접목하는 게 중요한데, 안양시가 가용부지와 산업기반, 교통망, 주변 산단과의 시너지 측면에서 최적의 도시다"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장 동기' 출신으로 이 대통령의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정책 보폭을 맞춰온 최대호 안양시장의 의지에 따라 AI 산업정책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읽힌다.
안양에 있는 제조기업은 1800곳, 인공지능 관련 기업이 72곳이다. 이 가운데 28곳은 로보틱스 피지컬 AI 기업들이다. 향후 최 시장의 역점 공약사업인 박달스마트시티(60만평)와 지역 내 공업단지부지(90만평)가 AI 산업의 터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피지컬 AI는 도시 구조와 산업을 뒤바꿀 혁명의 기준이 될 것"이라며 "포럼을 계기로 관련 기술과 정책을 발전시키는 방안들을 구체화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