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확인 후 뿌듯해하는 이은빈. 윈윈스포츠컴퍼니 제공가을을 기다린다.
'한국 여자 육상 100m 기대주' 이은빈(광주시청)의 별명은 '가을 여자'다. 한 시즌 가운데 가장 좋은 기록이 늘 이 계절에 나오기 때문이다.
3월부터 성적이 좋으면 팬들의 기대도 더욱 커진다. "봄부터 이 정도 기록이면, 가을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려고?"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성적이 이를 증명한다. 이은빈은 매년 가을 열리는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 여자 100m에서 4연패를 달성 중이다. 특히 작년에는 고등부 신분에서 벗어나, 처음 일반부에 도전했음에도 11초 91의 성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올가을에는 일본 아이치·나고야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이은빈은 자신에게 쏠리는 시선을 즐기고 있다.
질주를 시작하는 이은빈. 윈윈스포츠컴퍼니 제공이은빈은 최근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아시안게임을 향한 열의를 드러냈다. 이은빈은 "대회 개인전에 나가게 된다면 결승전을 뛰어 보는 게 목표"라며 "계주 종목에서는 최소 3등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 여자 선수가 아시안게임 100m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한 적은 단 한 번뿐이다. 한국 신기록(11초 49) 보유자인 이영숙(현 안산시청 감독)이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따낸 동메달(11초 65)이다. 이후 한국 선수들의 성적은 메달권과는 거리가 있었다. 현재 이은빈의 개인 최고 기록은 11초 76이다.
이은빈 역시 현실적인 목표를 세웠다. 바로 '결승 진출'이다. 이은빈은 "이제 100m에만 집중하려 한다. 100m와 200m는 훈련이 다르다. 한 종목에만 집중하기 위해 100m에만 중점을 둘 예정"이라고 전했다.
동기부여도 있다. 평소 K-POP 아이돌 그룹 '세븐틴'의 열성팬인 이은빈은 소속사 '윈윈 스포츠 컴퍼니' 정종선 대표에게 특별한 부탁을 했다고 한다. 정종선 대표는 "(이)은빈이가 만약 아시안게임 결승을 뛰면, 세븐틴의 콘서트 티켓을 구해달라고 했다"고 귀띔했다. 이은빈은 이에 대해 "가장 좋아하는 멤버는 정한"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다만 아시안게임 출전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아직 치르지 않은 상태다. 선발전은 5월에 열릴 예정이다. 이은빈은 현재 진천 선수촌에서 다른 선수들과 합숙하며 몸을 만들고 있다.
경기를 앞둔 이은빈. 윈윈스포츠컴퍼니 제공
이은빈에게 국가대표 유니폼은 낯설지 않다. 작년 5월 구미에서 열린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트랙을 질주했다.
훌륭한 성과도 냈다. 이은빈은 당시 강다슬, 김소은, 김다은과 함께 조를 이뤄 여자 400m 계주에 출전했는데, 44초 45로 한국 신기록을 수립했다.
당시를 떠올린 이은빈은 "진짜 너무 너무 떨렸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어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긴장됐다. 앞서 번외 경기를 했는데, 내가 1주자로 나섰다가 스타트 파울을 한 적이 있었다. 본 시합 때 사고를 칠까 봐 더욱 떨렸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태극마크의 무게감도 확실하게 느꼈다. '심적으로 일반 경기와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에 "완전"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계주를 같이 뛴 언니들이랑은 국내 대회에서 늘 경쟁하던 선수들이다. 같은 팀으로 뛰어 보니 영광이고 재미있었다"고 돌아봤다.
윈윈스포츠컴퍼니 제공과연 이은빈이 '아시안게임 출전'이라는 1차 목표에 이어 '100m 결승 진출'이라는 최종 목표까지 이뤄낼 수 있을까. 가을마다 더 빠른 기록을 써 내려온 '가을 여자' 이은빈이 이번 시즌에도 자신의 한계를 넘어설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