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호> 기후위기 심층 취재 미디어 클리프 윤지로 대표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앞선 시간에 언론의 성향, 소위 진보냐 보수냐에 따라서 원전·재생에너지에 대한 논조와 보도량, 강조점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를 해봤는데요. 좀 더 깊게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어요. 직접 분석하신 내용이 있다고요?
◇ 윤지로> 네, 맞습니다. 클리프를 만든 이유이기도 하고, 이 문제를 좀 깊이 있게 다루고 싶어서 꾸준히 팔로업해 보고 싶었습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에너지 문제가 워낙 정치화돼 있다 보니까, 공론화된 자리에서 원전이 필요합니다, 재생에너지가 중심이 돼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순간에 보수구나, 좌파구나 이게 딱 갈려요.
◆ 홍종호>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그대로 갈리는군요.
◇ 윤지로> 네. 좀 부담스럽고 토론이 잘 안 되잖아요. 그런 분위기를 만들었거나 동조하고 있는 주요 세력이 언론이고요. 언론이 문제다라는 얘기들을 많이들 하는데, 문제는 그 말을 하면서 꾸준히 언론이 어떻게 보도를 하고 있는지 팔로업하고 추적하고 자료를 쌓아가는 기능을 하는 곳은 없는 것 같더라고요. 아무도 안 하면 내가 해봐야지라는 생각에 이번에 정말 방대한 분석 작업을 해봤어요.
◆ 홍종호> 그래요. 상당히 학술적인 접근을 하신 것 같아요. 말씀해 주세요.
◇ 윤지로> 네, 일단은 사설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기사라는 게 개인 의견도 중요하지만, 언론사의 입장에서 벗어나기 어렵거든요. 언론사의 입장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게 사설이기 때문에요. 빅카인즈라고 하는 한국언론재단에서 운영하는 서비스가 있는데, 거기서 지난해 1월부터 올 1월까지 13개월 치 전국 일간지·경제지, 지역 일간지, 전문지를 찾으니까 80개 매체가 되더라고요.
◆ 홍종호> 네. 지역 일간지까지 포함했군요.
◇ 윤지로> 그렇게 해서 80개 매체 사설을 전체 다 긁어모은 다음에 기후와 에너지 관련 키워드가 들어간 걸 발라내니까 3천여 편 정도가 나오더라고요.
◆ 홍종호> 기후와 에너지 두 단어로 찾았습니까?
◇ 윤지로> 아니요. 기후와 에너지와 관련된 키워드들 열몇 개로 추려냈습니다. 그 다음에 바이브 코딩이라는 게 요새 유행이라길래 활용해서 두 가지로 분석해 봤는데요. 하나는 속도 그러니까 기후 대응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 된다는 입장과, 기업 부담이 있고 유럽도 미국도 다 지금 뭐 안 한다고 하지 않느냐며 속도 조절론을 주장하는 것, 그리고 그 중간자적인 입장, 이 세 가지로 분류해서 속도를 판정했고요. 그 다음에 방향성에 대해서 에너지원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도 분석해 봤습니다.

◆ 홍종호> 그러니까 기후 대응이라 하면 탈탄소, 이산화탄소 저감 정책을 얼마큼 적극적으로 할 거냐, 아니면 속도 조절을 해야 된다, 뭐 이런 입장일 것 같아요. 그리고 에너지라 함은 여러 가지 발전원 중 어떤 쪽으로, 이런 걸 분석하신 것 같은데, 결과 어떻게 나왔습니까?
◇ 윤지로> 전체 80개 언론의 결과를 놓고 봤을 때 속도는 어떻게 나왔느냐면,
신중히 가자라고 하는 게 39%가 나왔고요. 속도를 내야 된다라고 하는 게 25%를 차지했습니다. 나머지가 중간인데, 중간을 빼놓고 보면 6 대 4로 신중론이 조금 더 우세했습니다. 이 속도 조절을 해야 된다, 기업이 너무 부담을 갖게 하면 안 된다는 게 유독 많았던 시기를 살펴보면, 작년 12월에 EU가 자동차 탄소 감축 목표를 하향 조정했었거든요. 그걸 근거로 봐라 모범생인 EU도 그러지 않느냐, 우리도 과속하면 안 된다는 사설이 많이 나왔고요. 또 많이 나왔던 게 9월,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부처 개편 얘기가 한창일 때거든요. 그때 사설들에서 규제 부서가 에너지 업무를 가져가서 기업 발목 잡으면 안 된다는 사설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월별로 추이도 쭉 봤는데, 건수는 등락이 있는데 이 6 대 4라는 비율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더라고요. 우리 언론은 상시로 빠른 기후 대응보다는 당장의 경제적 충격을 좀 더 걱정한다라고 이해해도 좋을 것 같다라고 생각하는데, 어떠십니까? 경제 전문가로서.
◆ 홍종호> 아마 교차 분석을 해보셨을 것 같은데, 경제지 같으면 신중론을 주문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있었을 것 같고요. 상대적으로 이른바 진보지들은 속도를 내야 한다고 썼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경제학자로서, 당연히 기업이 회생할 수 없을 정도의 부담스러운 탈탄소 정책은 제 생각도 그렇지 않고요. 그러나 늘 이야기하는 건, 결국 속도를 내야 한다는 거예요. 쉽게 말씀드리자면, 매를 좀 먼저 맞는 것이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어서도, 이른바 탈탄소 경쟁력을 세우는 데 있어서도 도움이 된다는 거죠. 이제는 우리나라가 이것을 해야 할 역량이 충분히 갖춰졌고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데, 역시 언론이 꼭 그런 입장을 반영하지는 않는 것 같네요. 더 제가 관심 있는 거, 에너지원의 방향에 대한 분석 말씀을 해주시죠.

◇ 윤지로> 에너지원은 크게 5가지로 나눴습니다. 친재생에너지, 친원전, 탈석탄, 그리고 석탄뿐만 아니라 천연가스도 그만 쓰자라고 얘기하는 것, 그리고 아니다 가스는 브릿지로서 중요하다는 친천연가스, 이렇게 다섯 가지로 나눴습니다. 모든 기후·에너지 분야 사설이 다 에너지원에 대해서 다루는 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건 다 빼고 나니까 400여 건 정도가 되더라고요. 그것만 놓고 보면,
친원전 즉 원전을 늘리자고 하는 쪽이 53% 정도였고요. 신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늘리자는 이야기를 한 게 30.5%를 차지했습니다. 탈석탄해야 된다는 것과, 가스가 중간 다리 역할을 해야 된다는 게 각각 7%였고요. 가스까지도 빨리 그만 써야 된다고 얘기하는 건 2% 이렇게 나타나고요.◆ 홍종호> 이 데이터가 2024년 1월부터 올 1월이잖아요. 기자님은 평생 언론에 계시면서 이런 데 감이 좋으실 테니까, 만약 2년, 3년, 4년, 5년 전에 똑같은 분석을 했다면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 것 같은지 감으로 한번 얘기해 주시죠.
◇ 윤지로> 아마 문재인 정부 때는 그 비율이, 친원전 쪽 비율이 훨씬 높았을 것 같습니다. 추이를 쭉 보니까요.
◆ 홍종호> 친원전이 더 높았다고요?
◇ 윤지로> 그랬을 것 같아요. 친원전을 주장하는 사설이 문재인 정부 때 훨씬 더 많았을 거예요.
◆ 홍종호> 어떤 정부 정책에 반하는 사설을 많이 썼을 거란 말씀이신 거죠?
◇ 윤지로> 네. 추이를 쭉 놓고 보니까, 재생에너지를 더 해야 된다라고 하는 건 월별로 그렇게 편차가 심하지 않아요. 하는 매체가 그냥 그 얘기를 하는 거예요. 그런데 원전에 대해서 강력하게 원전이 중심이 돼야 한다, 탈원전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는 원전에 관한 이슈가 던져지면 폭증합니다. 원전이라는 것을 엄호를 하는 거예요.
◆ 홍종호> 문재인 정부 초기에 탈원전이라는 것이 청와대 발로 나왔을 때 거기에 반하는 사설들이 집중됐을 것이다, 이렇게 짐작하시는 거군요. 알겠어요. 지난 1년 동안의 언론 사설을 봤을 때는 원전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반이 조금 넘어가는 수준으로 나왔어요. 어떻게 보십니까?

◇ 윤지로> 어느 정도는 예상이 됐던 결과이긴 한데, 제가 흥미로웠던 건 매체별로 세분화해서 분석하니까 결과가 좀 흥미롭더라고요.
기본적으로 경제지가 76%로 원전을 가장 강조했고요. 그런데 전국 단위 종합일간지들도 거의 비슷했습니다. 한 71%가 친원전이었고요. 재생에너지를 지지하자는 것도 경제지가 14%, 전국 일간지가 15%니까 큰 차이가 없는 거죠.
그런데 지역 일간지에서는 결과가 조금 달랐습니다. 친재생에너지에 대한 게 48%로 친원전보다도 좀 더 많았어요. 친원전은 33% 정도 됐고요. 그리고 탈석탄 이야기는 서울에 근거지를 둔 중앙 언론은 거의 많지 않았거든요.
탈석탄을 기본값으로 하고 빨리 그 다음 대책을 모색하자라고 이야기하는 게 지역 일간지에서는 12%, 두 자릿수를 보였습니다.
◆ 홍종호> 예를 들어 충청권 같으면 워낙 석탄 발전소가 많고, 지역 주민들의 석탄 발전에 대한 거부감도 심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사설에 반영되지 않았을까요.
◇ 윤지로> 맞습니다. 강원이랑 충청 지역이 탈석탄에 대한 언급이 많았는데요. 내용을 쭉 보면, 말씀하신 그런 내용도 있고 석탄이라는 산업이 그 지역에서는 경제를 담당했던 곳이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그 다음 후속 대책을 마련하는 게 그들한테는 정말 중요한 문제인 거죠.
◆ 홍종호> 이거 없어지는 건 기정사실화돼 있는데 일자리도 많이 나오고 지역 부가가치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 이거 그대로 소멸되면 지역 경제가 힘들어지지 않느냐, 이런 식의 사설이 있었다는 거죠.
◇ 윤지로> 네, 맞습니다.
◆ 홍종호> 재생에너지는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더 강조했다. 충청권·영남권·호남권 같은 레벨도 좀 분석해 보셨나요?
◇ 윤지로> 네, 지역별로도 봤는데요. 호남의 비율이 굉장히 높았습니다. 호남 지역 언론에서는 88%의 비율로 재생에너지를 강조하는 사설이 많았는데, 예를 들면 영농형 태양광 특별법이 빨리 통과돼서 농업인 소득 향상에 기여해야 된다, 새만금이나 해남 솔라시도가 재생에너지 실현의 최적 장소다, 등등의 이야기가 많았고요. 또 하나 흥미로웠던 게, 지역 언론 중에서 재생에너지 지지 목소리가 가장 낮은 곳이 경상권이긴 했습니다. 그런데 가장 낮다고 해도 33%가 신재생에너지 목소리를 냈어요.

◆ 홍종호> 재생에너지가 필요하다, 중요하다라는 거죠. 아까 중앙 일간지와 경제지가 14~15%였으니까 2배 이상이네요.
◇ 윤지로> 그러니까 경상권도 재생에너지 목소리가 높고, 56% 정도만 친원전 목소리를 냈습니다.
◆ 홍종호> 그러니까 지역 내에서 약간의 상대적인 차이는 있지만, 영남권도 특히 해상풍력이라든지 울산에 이런 것들이 강조되고 있고, 전남이나 전북 호남권은 태양광, 풍력은 말할 것도 없고요. 결국 지역에서 보니까 이게 일자리 만들고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들이 반영된 거 아닌가요? 이념보다는 현실이다 이런 거죠.
◇ 윤지로> 맞습니다. 키워드들을 쭉 보면 에너지 전환이라는 것과 지방 소멸 인구 감소, 지역 경제의 어려움 이런 것들이 다 복합적으로 나타나거든요. 들었던 생각이, 에너지원을 갖고 이념화한다는 것 자체가 되게 배부른 소리였구나 싶었어요. 서울에 근거를 둔 매체들이 그렇게 하고 있는 거지, 정작 에너지원을 만들고 하는 그 지역에서는 이념에 기댈 여유가 없고, 정말 그들에게는 현실이구나라는 걸 많이 느꼈어요.
◆ 홍종호> 저도 경제학자치고는 현장을 많이 다니는 편이거든요. 작년 하반기에도 KTX 타고 영호남권에 많이 갔어요. 현장에서 주민들도 만나보고, 태양광·풍력 사업자분들을 만나보면 정말 너무너무 절실한 거예요. 단순히 기후 이념이 아니라, 지역에서 내가 돈을 벌고 일자리 만들고 있다는 것들이 굉장히 강하게 느껴지더라고요.
◇ 윤지로> 맞습니다. 석탄 얘기를 충청·강원에서 많이 하는 것처럼, 재생에너지도 결국 그들한테는 미래의 진짜 먹거리라는 게 이미 너무 각인돼 있는 거예요. 그런 것들을 오히려 외면하고 있는 게 소위 주류 언론이라고 하는 중앙지들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봐요.
◆ 홍종호> 지금까지 뉴스 생산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봤는데요. 마지막으로 청취자분들을 위해서, 에너지 관련 뉴스를 보는 수용자·소비자의 관점에서는 어떻게 이렇게 양극화돼 있는 언론 지형에서 균형을 잡는 비법을 말씀해 주시죠.

◇ 윤지로> 기후로운 경제생활과 클리프를 구독하시면서 꾸준히 기후와 미디어 리터러시를 올려 가시면 좋겠고요. 이건 장기적인 과제이고, 단기적으로는 원전에 대해 찬성하고 반대할 수 있다고 봐요. 그런데 문제는 원전을 띄우기 위해서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끊임없이 이야기한다거나, 전환을 위해서 정부가 뭘 해줘야 된다가 아니라 이것 때문에 발목이 잡혀서 기업이 뭘 못한다는 논조가 계속 등장하는 언론이라면, 그 저의가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보실 필요가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홍종호> 기후 리터러시, 문해력이죠. 제대로 된 언론을 보면 확실히 그게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클리프의 윤지로 대표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윤지로>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