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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성폭력 왜곡하거나 성차별하는 언론…"의식적 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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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성폭력 왜곡하거나 성차별하는 언론…"의식적 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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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요약

    18개 방송 및 일간지 보도 520건 분석
    젠더폭력 기사 111건 가운데 51.3%가 자극적이거나 부적절한 제목 사용
    '여신' '공주' 등 성차별적 표현 보도 절대다수가 '스포츠'…"성별 고정관념 강화" 우려
    기사에 인용된 취재원 중 여성 비율 고작 27.2%…정치·경제는 20%도 안 돼

    4일 오후 서울 중구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젠더보도 가이드라인 및 성소수자 인권보도 준칙 준수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김수아 서울대 교수. 최영주 기자4일 오후 서울 중구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젠더보도 가이드라인 및 성소수자 인권보도 준칙 준수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김수아 서울대 교수. 최영주 기자
    몰카, 몹쓸 짓, 여제, 공주….
     
    성폭력 젠더폭력 기사 절반이 아직도 자극적 제목을 달고 나오고, 스포츠에서는 성차별적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기사에 인용된 취재원 중 여성은 고작 27%에 불과하다. 언론의 인식 제고와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오는 8일 세계여성의날을 앞두고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는 4일 '젠더보도 가이드라인 및 성소수자 인권보도 준칙 준수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젠더폭력 보도, 여전히 선정적·가해자 중심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8월 13일부터 9월 30일까지 KBS, MBC, SBS 등 8개 방송사와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10개 일간지의 보도 520건을 분석했다.
     
    이 중 젠더폭력 기사 111건 가운데 51.3%에 해당하는 57건에서 자극적이거나 부적절한 제목이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기사에서는 사건 상황을 선정적으로 묘사하거나 가해자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하는 제목이 반복적으로 사용됐고, '몹쓸 짓' '나쁜 손' '몰카' 등 성폭력의 심각성을 축소하거나 왜곡할 수 있는 표현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었다.
     
    연구팀은 "문제 사례들은 대체로 재판 기사의 요약 보도이거나 사건에 대한 경찰 보도 자료를 전달한 것으로, 이 경우는 클릭 베이팅을 위한 관행적 제목 보도 방식이 관습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젠더폭력 기사 가운데 피해 정황을 과도하게 묘사한 사례가 111건 중 19건, 범죄 수법을 상세히 설명한 사례가 13건 발견돼 피해자 보호 원칙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도 이러한 기조는 이어졌다. 연구팀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한 발언을 다룬 보도를 분석한 결과, 다수 언론은 해당 발언을 그대로 제목에 노출하거나 '젓가락 발언' '여성 신체 발언' 등의 표현으로 단순 전달하는 데 그쳤다.
     
    연구팀은 "이러한 보도가 정치인의 발언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기보다 속보 중심의 보도 환경 속에서 발언을 중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젠더보도 가이드라인 및 성소수자 인권보도 준칙 준수 실태 조사' 캡처'젠더보도 가이드라인 및 성소수자 인권보도 준칙 준수 실태 조사' 캡처 

    '여제' '여신'…성차별적 표현, 성별 고정관념 강화할 수 있어

     
    성차별적 표현이 담긴 기사 제목도 문제로 드러났다. 전체 분석 대상 기사 782건 중 101건(12.9%)이 성차별적 표현을 사용했는데, 절대다수가 스포츠 영역에서 발견됐다.
     
    2024년 파리 올림픽 관련 보도에서는 여성 선수를 '여신' '여제' '공주' 등 성별을 강조하는 표현으로 묘사하는 사례가 발견됐다. 분석된 올림픽 관련 기사 73건 가운데 10건에서 여성 선수의 외모를 강조하는 표현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표현이 선수의 성과와 전문성을 중심으로 보도해야 하는 스포츠 저널리즘의 원칙과 맞지 않으며 여성 선수에 대한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포츠 보도가 일정 정도 저널리즘 영역에서 별개의 것으로 사고되는 경향 역시 있어서 스포츠 보도와 성인지 감수성의 주제가 좀 더 공적으로 다루어질 논의의 장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젠더보도 가이드라인 및 성소수자 인권보도 준칙 준수 실태 조사' 캡처'젠더보도 가이드라인 및 성소수자 인권보도 준칙 준수 실태 조사' 캡처 

    취재원 가운데 여성 비율은 고작 27.2%…"의식적 노력 필요"

     
    젠더 보도의 문제뿐 아니라 취재원의 성별 비율에서도 뚜렷한 불균형이 확인됐다. 기사에서 인용된 전체 취재원 1638명 여성의 비율은 27.2%(446명)인 반면 남성 취재원 비율은 62.5%(1024명)로 여성의 두 배 이상이었다. 특히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는 여성 취재원 비율이 각각 17.9%와 16.1%로 더욱 낮게 나타났다.
     
    반면 사회면과 문화면에서는 여성 취재원 비율이 각각 30.4%와 30.1%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이는 젠더폭력 사건이나 가족 관련 보도에서 여성 인터뷰가 많이 등장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연구팀은 "여전히 정치 및 경제 영역과 같은 '남성적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여성 취재원을 활용하지 않는 결과다. 수치만으로도 여성 취재원의 비율이 전체 취재원 대비 30%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문제적"이라며 "이러한 결과가 여성의 목소리가 특정 영역에만 제한적으로 등장하는 언론 보도의 구조적 편향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여성 취재원의 경우, 의도적으로 인식하여 발굴하지 않으면 관행적으로 남성 취재원이 더 많이 채택되는 경향이 있기에 현장의 의식적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와 관련해 연구팀은 "언론이 젠더 문제를 어떻게 조망하고 사회적·구조적 공론장 형성에 기여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는 "이번 조사 결과를 계기로 언론 현장의 성평등 보도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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