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한 1심 선고일인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주변에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공소 기각을 촉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국민의힘 당권파 인사가 사석에서 당의 방향성을 논하다 대뜸 NBS가 26일 발표한 여론조사를 소개했다. 이재명 대통령 국정 평가와 국민의힘 지지율이 67%대 17%로 극명히 갈려 화제가 됐던 조사다.
그의 시선은 다른 데 꽂혀 있었다. 이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의 70%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무죄'로 봤다는 점이었다. 믿기 힘들었지만, 사실이었다.
물론 전체 응답자 중에서는 "혐의에 비해 무기징역 선고가 가볍다"는 응답이 42%로 가장 많았고, "무기징역 선고가 적절하다" 26%, "무죄이므로 잘못됐다"는 23%에 불과했다.
다만 국민의힘 지지층만 떼어 보면, 정말 70%가 무죄라고 판단했다. 본인의 정치 성향이 보수라는 응답자 54%도 같은 답을 했다.
그런 흐름은 다음 날 한국갤럽이 공개한 조사에서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지지층 65%가 1심 무기징역을 "과도하다"고 봤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선고 결과와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장동혁 대표가 박절하게 '절윤'을 감행하지 못하는 건 바로 여기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지지자 10명 중 7명이 윤석열 무죄를 외치는 상황에서 스스로 지지 기반을 허무는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진과 자칭 개혁파 성화가 계속되자 "돌파구 마련에 깊이 고민하겠다"고 했다지만 또 적당히 뭉갤 가능성이 커 보인다. 명분, 실리 다 잃고 상처만 남을 선택에 굳이 나서지 않겠다는 얘기도 들린다.
당내 역학만 놓고 보면 그 전략은 통할 가능성이 있다. 사실 중진도 개혁파도 '장동혁 외 대안이 있느냐' 물으면 선뜻 이름을 대지 못한다. 뒤에서 고함을 치면서도 투쟁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건 이 때문일 것이다.
필리버스터로, 단식으로 리더십 위기에 인공호흡을 불어넣던 장 대표의 일명 '침대 축구'도 최소 지방선거 때까지는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진의원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그러나 국민이 이해해주는 건 별개의 문제다. '짠물'만 남은 국민의힘 지지층 17% 중 70%가 윤석열 무죄를 외칠 때도 전체 여론은 이미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당장 지방선거라는 산을 넘을 수 있을까. 시험대는 결국 서울과 부산이다.
여기에 장 대표 정치적 운명이 걸려 있다. 스스로 "정치 생명을 걸겠다" 하기도 했는데 애초 구조가 그렇다. 서울과 부산을 지켜내면 보수의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하겠으나, 한 축이라도 무너질 경우 책임론을 피할 수 없다.
이중 특히 서울은 보수 결집 만으로는 승부가 나지 않는 곳, 이슈에 민감해 작은 변수에도 표심이 출렁이는 곳이다.
이번 NBS 조사에서도 서울 사람 10명 중 4명은 윤석열 무기징역형이 가볍다고, 즉 사형을 내렸어야 했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지지층과는 간극이 크다.
따라서 지지층 70%가 장 대표 본인의 방패가 될 수는 있어도 서울 유권자 전체를 설득하는 무기가 될 수는 없어 보인다. 이 대통령 잘 때리고 정책 대안 백 번 제시해도 '절윤'은 이미 중도층의 '최저 학력 기준'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대로 앉은 자리를 한 발짝이라도 벗어나지 않는다면 그 끝은 결국 절벽일 수밖에 없다. 지선이 끝나면 의원들도 지금처럼 방관하지 않을 터. 그때는 그들에게도 각자의 생존이 걸려 있다.
※앞서 인용한 NBS(전국지표)조사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3~25일 전국 성인 1002명 대상 전화면접으로 진행한 결과다. 한국갤럽 조사는 지난 24~26일 전국 성인 1천명 대상 전화면접으로 진행한 결과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