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빚어내는 손길, 그것을 흩어내는 손길[코스모스토리]

우주의 아름다운 순간 : 월간 우·아

코스모스토리 속 우주의 아름다운 순간을 모아 전해드리는 '월간 우·아'입니다. 인류는 오랜 시간 우주를 탐구하면서 다양한 발견을 했습니다. 망원경으로 포착한 광활한 우주공간 속 놀라운 결과물을 모아 소개합니다.

먼지의 소용돌이 속, 빛의 등대

 막대나선 은하 메시에 77의 모습. 중앙부의 빛이 너무 강력해 제임스웹의 특성인 빛갈림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ESA/Webb, NASA & CSA, A. 르로이 막대나선 은하 메시에 77의 모습. 중앙부의 빛이 너무 강력해 제임스웹의 특성인 빛갈림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ESA/Webb, NASA & CSA, A. 르로이
첫 장면은 압도적인 풍경에서 시작합니다. 고래자리 방향, 약 4500만 광년 거리에 있는 막대나선 은하 메시에 77(M77, NGC 1068)의 모습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 은하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적외선 관측을 통해 포착 이미지로 지금까지 접하기 어려웠던 신비한 모습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미지를 처음 바라보면 누구든 한 곳에 시선을 빼앗기게 됩니다. 은하 중심부에서 모든 빛을 끌어모은 듯한, 폭발하듯 매우 밝은 하나의 점. 이 영역은 은하의 나머지 부분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밝아, 웹 카메라의 광량 수집 능력조차 압도할 정도라고 유럽우주국(ESA)은 설명합니다.
이 매우 밝은 천체는 무엇일까요? 바로 활동성 은하핵(AGN)입니다. 동력원은 M77의 중심에 자리한 초대질량 블랙홀이며, 그 질량은 태양의 약 800만 배에 달합니다. 강력한 중력이 가스를 좁고 빠른 궤도 안으로 끌어당기고, 그 가스가 충돌해 가열되며 어마어마한 양의 복사를 쏟아냅니다. 우리가 보고 있는 그 강렬한 빛은, 사실은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기 직전 가스가 마지막으로 토해내는 비명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중심에서 사방으로 뻗어 나오는 주황빛 광선들은 흥미롭게도 은하의 구조가 아닙니다. 웹의 육각형 거울 패널 가장자리와 부경 지지대에서 빛이 살짝 휘면서 만들어지는 회절 스파이크, 즉 망원경 자신의 흔적입니다. 회절 스파이크는 광원이 매우 밝고 매우 집중되어 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 보통은 별에서 보이지만, 이번에는 그 광원이 별이 아니라 은하의 중심핵이라는 점이 특별합니다. M77의 중심부가 마치 하나의 별처럼 응축되어 빛나고 있다는 시각적 신호인 셈입니다.
시선을 중심에서 바깥으로 옮겨봅니다. M77은 블랙홀만의 은하가 아닙니다. 함께 공개된 근적외선(NIRCam) 이미지에서는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막대 구조가 드러나는데, 이는 가시광선 이미지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막대를 둘러싸고 두 나선팔의 안쪽 끝이 모여 만든 폭발적 별 형성 고리(starburst ring)가 자리하며, 그 폭은 6천 광년이 넘습니다. 이번 MIRI 이미지에서는 고리를 따라 빽빽하게 늘어선 주황색 거품들로 그 격렬한 별 형성 현장이 드러납니다.
제임스웹의 근적외선과 중적외선의 데이터를 합친 이미지. ESA/Webb, NASA & CSA, A. 르로이제임스웹의 근적외선과 중적외선의 데이터를 합친 이미지. ESA/Webb, NASA & CSA, A. 르로이
조금 더 시선을 멀리 두면 풍경의 결이 달라집니다. 웹의 MIRI가 잡아낸 성간 먼지 알갱이의 푸른빛이 연기처럼 흘러, 거대한 소용돌이 형태의 필라멘트와 그 사이의 빈 공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선팔을 따라서는 새로 형성된 별 무리들이 주변 가스를 밀어내며 깎아낸 주황색 거품들이 두드러집니다. 가스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가스를 밀어내는 어린 별들, 그 사이에서 천천히 흐르는 먼지 등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세 가지 힘이 한 은하 안에 동시에 담겨 있습니다.
ESA는 M77을 "비교적 가까우면서도 화려한 특징을 동시에 갖춘 천체라는 조합 덕분에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사랑받아 온 막대나선 은하"라고 소개합니다. 이번 이미지는 그 말이 왜 정확한지를, 굳이 설명하지 않고도 보여줍니다.

별 무리가 가스 구름을 벗고 모습을 드러내는 시간

소용돌이 은하 속 나선팔 이미지 모습. ESA/Webb, NASA & CSA, 안젤라 아다모와 알렉스 페드리니(스톡홀름 대학교) and the FEAST JWST team소용돌이 은하 속 나선팔 이미지 모습. ESA/Webb, NASA & CSA, 안젤라 아다모와 알렉스 페드리니(스톡홀름 대학교) and the FEAST JWST team
은하 전체를 한눈에 봤다면, 이번에는 한 발짝 더 가까이 들어가 봅니다. 사냥개자리 방향, 약 2700만 광년 거리에 있는 소용돌이 은하(M51, NGC 5194). 우리가 익히 보아온 그 우아한 나선팔 안쪽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제임스웹과 허블이 함께 들여다본 결과가 지난 5월 6일 Nature Astronomy에 실렸습니다.
이번 연구의 주인공은 별 하나가 아니라 별 무리입니다. 별 무리(star cluster)는 같은 가스 구름에서 한꺼번에 태어난 수많은 별이 중력으로 서로를 붙들고 함께 자라는 천체를 말합니다. 같은 시기, 같은 재료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별의 일생을 비교해 연구하기에 더없이 좋은 표본이 됩니다.
그 형성 과정은 이렇습니다. 거대한 가스 구름이 중력에 의해 무너져 내리면 그 안에서 수많은 별이 한꺼번에 태어납니다. 그리고 별들이 많아질수록 그들의 강한 항성풍과 자외선 복사, 그리고 가장 무거운 별들의 초신성 폭발이 결국 모태 구름을 흩어버립니다. 가스가 다 소진되기도 전에, 별 무리 스스로가 자기 형성을 끝내는 셈입니다. 천문학자들은 이 과정을 항성 피드백(stellar feedback)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오래된 의문이 있었습니다. 별 무리가 자기를 낳은 가스 구름을 흩어내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도대체 얼마나 걸리는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은 그동안 없었습니다.
스톡홀름 대학교의 안젤라 아다모와 알렉스 페드리니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이 오래된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섰습니다. 연구팀이 분석한 대상은 FEAST(Feedback in Emerging extrAgalactic Star clusTers)라는 이름의 관측 프로그램에서 관측된 근접한 은하 네 곳 'M51, M83, NGC 628, NGC 4449'에서 발견된 약 9천 개의 어린 별 무리입니다.
소용돌이 은하 속 나선팔 내 위치한 별무리의 확대 이미지 모습. ESA/Webb, NASA & CSA, 안젤라 아다모와 알렉스 페드리니(스톡홀름 대학교) and the FEAST JWST team소용돌이 은하 속 나선팔 내 위치한 별무리의 확대 이미지 모습. ESA/Webb, NASA & CSA, 안젤라 아다모와 알렉스 페드리니(스톡홀름 대학교) and the FEAST JWST team
연구팀은 제임스웹과 허블, 두 망원경의 특성을 활용했습니다. 웹의 적외선 관측으로는 가스 구름에 묻혀 있거나 일부만 빠져나온 어린 별 무리를, 그리고 허블의 가시광선 관측으로는 가스 구름이 완전히 흩어진 별 무리를 포착해, 각 별 무리가 진화의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분류한 것입니다. 적외선은 가스 커튼 속을 들여다보는 도구, 가시광선은 커튼이 걷힌 뒤의 풍경을 보는 도구였습니다.
이 방식의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가장 무거운 별 무리는 약 500만 년 만에 모태 구름을 완전히 흩어버렸지만, 가벼운 별 무리는 같은 일을 끝내는 데 700만~800만 년이 걸렸습니다. 무거운 별이 많을수록 구름을 더 빨리 흩어내는 셈입니다. 별 무리의 출현 시간은 그 무리의 질량과 직접 연관 있다는 사실이 관측을 통해 정량적으로 확인된 순간이었습니다.
이 놀라운 결과는 별 무리 자체에 머물지 않습니다. 별 무리 안의 가스가 빨리 사라진다는 것은, 그 안의 어린 별 주위에 만들어지고 있던 원시행성계 원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뜻입니다. 가스 구름이 빨리 걷힐수록 원반은 다른 별들이 내뿜는 강한 자외선에 더 일찍 노출되어, 가스를 추가로 끌어모으기 어려워지고, 결국 행성을 만들 기회도 줄어듭니다. 별 무리가 모태 구름을 빨리 흩어버린다는 사실 하나가, 그 안에서 태어날 행성의 운명까지 좌우하는 셈입니다.
안젤라는 이 결과를 두고 "기존 시뮬레이션이 그동안 재현해내지 못했던 별 무리의 형성과 출현 과정에 중요한 새 제약 조건을 제공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론으로 풀어내지 못했던 우주현상의 빈자리를, 관측을 통해 확인하며 그 빈자리를 채우기 시작한 것입니다.
함께 공개된 M51 클로즈업 이미지에는 약 800광년 폭의 별 형성 복합체가 담겼습니다. 빨강과 주황은 전리된 가스, 먼지 알갱이, 그리고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 같은 복잡한 분자가 방출하는 적외선 빛이고, 그 구름 속에서 비치는 시안색은 무거운 어린 별들의 강렬한 복사가 주변 가스를 안에서부터 밝히고 있는 모습입니다. 한 장의 이미지 안에 별이 태어나고, 가스가 흩어지고, 빛이 새어 나오는 모든 단계가 동시에 펼쳐져 있습니다.

찰나의 시간 속에 새겨진 별의 숨결

허블우주망원경의 광시야카메라3으로 관측한 삼렬 성운(Trifid Nebula, M20). NASA, ESA, STScI. 이미지 처리: J. 드 파스콸레(STScI)허블우주망원경의 광시야카메라3으로 관측한 삼렬 성운(Trifid Nebula, M20). NASA, ESA, STScI. 이미지 처리: J. 드 파스콸레(STScI)
다음 장면은 외부 은하에서 우리 은하 안으로, 또 다시 한 별의 활동을 바라봅니다. 궁수자리 방향, 약 5천 광년 거리에 있는 삼렬 성운(Trifid Nebula, M20)입니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올해 발사 36주년을 맞았는데요 그 기념일에 맞춰, 1997년에 처음 촬영한 적이 있는 별 형성 영역을 29년 만에 다시 관측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왜 같은 자리를 다시 관측했을까요? 29년이라는 시차를 이용하면 가스가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직접 측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09년 기기 수리 임무에서 설치된 광시야 카메라3(WFC3)이 1997년에 쓰였던 광시야 행성 카메라 2(WFPC2)보다 시야가 넓고 감도가 좋다는 점도 한몫했습니다. 같은 풍경을, 더 좋은 카메라로, 시간차를 두고 다시 본 것입니다.
이미지 한가운데 보이는 녹이 슬어있는듯한 주황색 구조에 ESA는 '우주 바다 레몬(Cosmic Sea Lemon)', 혹은 '우주 바다 민달팽이(Sea Slug)'라는 별명을 붙였습니다. 가스와 먼지 덩어리가 마치 우주의 바다를 헤엄치는 작은 생물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허블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한 삼렬 성운(Trifid Nebula, M20) NASA, ESA, STScI, J. 드 파스콸레(STScI)허블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한 삼렬 성운(Trifid Nebula, M20) NASA, ESA, STScI, J. 드 파스콸레(STScI)
바다 레몬의 왼쪽 '뿔'에 해당하는 부분은 사실 허빅-아로 399(Herbig-Haro 399)라는 천체의 일부입니다. 머리 부분에 묻혀 있는 어린 원시성이 수세기에 걸쳐 주기적으로 분출해 온 플라스마 제트의 흔적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이 1997년 이미지와 2026년 이미지의 비교에서 가장 인상적인 변화를 보여줍니다. 29년이라는 시간 동안 제트가 실제로 팽창하며 뻗어 나간 모습이, 두 이미지 사이에서 선명하게 보입니다.
연구팀은 이 변화를 통해 제트의 분출 속도를 측정하고, 그 원시성이 주변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주입하고 있는지를 추산할 수 있게 됐습니다. 막 태어나고 있는 별 한 개가, 모태 구름 속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이고 있는지, 직접 측정 가능한 양으로 드러난 셈입니다.
이미지의 색상은 하나하나가 모두 물리적 계산을 통해 구현됐습니다. 왼쪽 상단의 푸르고 맑은 부분은 시야 밖에 있는 거대 별들이 내뿜는 강한 자외선이 인근 가스의 전자를 떼어내며 빛을 내고 있는 영역입니다. 반대로 짙은 갈색의 능선과 경사면은, 그 자외선이 가스를 천천히 갉아먹어 가고 있는 먼지의 구조입니다. 부드러워 보이는 색의 차이가, 사실은 빛과 물질이 벌이는 침식과 저항의 흔적인 셈입니다.

놀라운 관측은 앞으로도 계속 됩니다.

  • 경이로운 우주의 다양한 모습은 계속 공개됩니다.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우주의 다양한 모습을 관측하는 망원경들, 우리는 앞으로 또 어떤 신비로운 모습을 마주하게 될까요. 우주의 아름다운 순간, '월간 우·아' 다음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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