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아름다운 순간 : 월간 우·아코스모스토리 속 우주의 아름다운 순간을 모아 전해드리는 '월간 우·아'입니다. 인류는 오랜 시간 우주를 탐구하면서 다양한 발견을 했습니다. 망원경으로 포착한 광활한 우주공간 속 놀라운 결과물을 모아 소개합니다.
'허블'이 밝혀낸 '게 성운', '허블'이 25년 만에 다시 바라보다
허블우주망원경이 2024년 관측한 게 성운, 오른쪽은 에드윈 허블. NASA, ESA, STScI, W. 블레어(JHU), J. 드 파스콸레(STScI), wikimediacommons서기 1054년 7월, 중국 송나라의 천문학자들은 하늘에 갑자기 나타난 별 하나를 기록했습니다. 객성(客星), 즉 찾아온 별이라는 뜻의 이 천체는 낮에도 보일 정도로 밝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사람들은 이 천체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할 수 없었습니다. 이로부터 약 900년이 흐른 1928년,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은 끈질긴 관측 끝에 이 고대 기록의 정체를 밝혀냅니다. 당시 천문학자들은 게 성운의 팽창 속도를 역추적해 약 900년 전에 탄생한 것으로 추정했는데요. 이 점을 주목한 허블은 지구에서 약 6500광년 떨어진 황소자리(Taurus)의 '게 성운(Crab Nebula, NGC 1952)'이 바로 1054년 천문학자들이 기록한 객성의 잔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후 추가 관측이 진행되면서 성운의 중심에서 펄서(빠르게 회전하는 중성자별)가 발견됐고 이 천체에 대한 고대의 기록과 현대의 관측이 하나로 연결됐습니다.
지구 궤도에서 수십년간 우주관측 미션을 진행하고 있는 허블 우주망원경은 게 성운의 역사적 기록과 더불어 인류 우주 관측의 한 획을 그은 에드윈 허블의 이름을 따서 명명됐습니다. 이 망원경은 지난 1999년 게 성운의 전체 모습을 처음으로 촬영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본래 15년의 운용 기간으로 설계된 허블이었지만, 다섯 차례의 우주 수리 임무를 거치며 36년째 미션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첫 관측 후 25년이 흐른 지금 같은 성운을 다시 한 번 관측했습니다. '허블'이라는 인물이 밝혀낸 초신성의 잔해를, '허블'이라는 이름의 망원경이 시간차를 두고 비교 관측한 것입니다.
허블우주망원경이 2024년과 1999년 관측한 게 성운 비교 이미지. NASA, ESA, STScI, W. 블레어(JHU), J. 드 파스콸레(STScI)이번 최신 관측은 우리 눈과 같은 가시광선 영역에서 이뤄졌습니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약 1년 전 적외선으로 게 성운을 관측한 바 있지만, 허블의 가시광선 관측은 성운의 다양한 색상 변화를 한눈에 포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더 정확한 비교를 위해 1999년 이미지도 최신 기술로 재처리됐는데요. 두 이미지에 나타나는 색상의 차이는 가스의 온도와 밀도, 그리고 화학적 성분이 25년 사이에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줍니다.
허블우주망원경이 1999년, 2024년 관측한 게 성운의 모습 비교 자료. NASA, ESA, STScI, W. 블레어(JHU), J. 드 파스콸레(STScI)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성운을 구성하는 필라멘트(실 모양의 가스 구조물, Filament)들의 움직임입니다. 25년 사이에 필라멘트들이 시속 약 550만 킬로미터의 속도로 이동한 것이 확인됐는데요. 흥미롭게도 필라멘트들은 늘어나지 않고 그대로의 형태를 유지한 채 바깥으로 밀려났습니다. 이는 게 성운이 일반적인 초신성 잔해와 달리 펄서풍 성운(pulsar wind nebula)이기 때문입니다. 중심부의 펄서가 만들어내는 싱크로트론 복사(Synchrotron radiation)가 성운의 팽창을 이끌고 있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새로운 관측 데이터를 통해 성운의 3차원 구조에 대한 추가적인 단서도 얻었습니다. 일부 필라멘트의 그림자가 성운 내부의 싱크로트론 복사 위에 드리워진 것이 관측됐고, 반대로 밝은 일부 필라멘트에서는 그림자가 보이지 않아 이들이 성운의 뒷면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두 우주망원경이 포착한 별의 마지막 눈동자
고양이 눈 성운 관측 이미지, 왼쪽은 유클리드와 허블의 데이터를 합친 이미지. 오른쪽은 성운 중심부를 허블 단독으로 관측한 이미지. ESA/허블 & NASA, ESA 유클리드/유클리드 컨소시엄/NASA/Q1-2025, J.-C. 쿠일랑드르 & E. 베르틴 (CEA Paris-Saclay), Z. 츠베타노프우주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매서운 고양이의 눈이 있습니다. 이 신비로운 천체를 허블 우주망원경과 ESA의 유클리드(Euclid) 우주망원경이 힘을 합쳐 관측했고 역사상 가장 선명한 고양이 눈 성운(Cat's Eye Nebula, NGC 6543)의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고양이 눈 성운은 용자리(Draco)에 위치한 행성상 성운으로, ESA의 가이아(Gaia) 우주망원경 관측에 따르면 지구에서 약 4400광년 거리에 있습니다.
고양이 눈 성운에는 재미있는 스토리가 있습니다. 이 천체는 실제로는 가스로 이뤄졌지만 '행성상 성운'으로 분류됐는데요. 이는 초기 망원경으로 관측했을 때 둥근 형태가 행성처럼 보여서 '행성상 성운'으로 인식했습니다. 하지만 1864년, 천문학자 윌리엄 허긴스(William Huggins)가 고양이 눈 성운의 빛 스펙트럼을 분석해 행성상 성운이 별이 아닌 '가스'로 이루어진 천체라는 사실을 처음 밝혀냈습니다.
허블의 탐사용 고급 카메라(ACS)로 관측한 성운 중심별과 주변부 모습. 고속 가스 제트, 조밀한 매듭의 모습을 선명하게 담아냈다. ESA/허블 & NASA, Z. 츠베타노프이번 관측에서는 허블의 첨단 관측 카메라(ACS)의 고해상도 채널이 성운의 핵심부를 가시광선으로 촬영했습니다. 이 이미지에서는 동심원 형태의 껍질 구조, 고속으로 분출되는 가스 제트, 그리고 충격파에 의해 빚어진 조밀한 매듭 구조가 정교하게 드러납니다. 이 구조는 중심부의 죽어가는 별이 반복적으로 질량을 방출한 흔적으로, 일종의 우주적 '화석 기록'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역대 이 성운을 촬영한 이미지 가운데 이토록 선명하게 관측된 적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의 넓은 시야가 더해졌습니다. 유클리드는 본래 먼 우주의 지도를 만들기 위해 설계된 망원경이지만, 그 깊은 촬영 탐사 과정에서 고양이 눈 성운도 함께 포착했습니다. 유클리드의 근적외선 관측은 성운의 중심부 외곽에 있는 색색의 가스 파편들로 이루어진 헤일로(후광)를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이 고리들은 중심부의 주요 성운이 형성되기 전 더 이른 단계에서 별이 방출한 물질들입니다.
허블의 고해상도 가시광선 관측과 유클리드의 넓은 시야 근적외선 관측이 만나면서, 별의 죽음이 만들어내는 복잡한 구조와 그 너머 먼 우주의 은하들이 하나의 이미지에 함께 담겼습니다. 매서운 고양이 눈동자 안에는 별이 마지막으로 뿜어내는 복잡한 파장의 역사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셈입니다.
투명한 거품 속에서 타오르는 별의 최후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근적외선 카메라(NIRCam, 왼쪽)와 중적외선 기기(MIRI, 오른쪽)로 촬영한 두개골 성운(PMR 1)의 비교 이미지. NASA, ESA, CSA, STScI; 이미지 프로세싱: 조지프 드파스콸레(STScI)우주에서 두개골이 떠다니고 있다면 이러한 느낌일까요? 제임스웹이 신비로운 형태의 성운을 근적외선과 중적외선으로 관측했는데, 그 모습이 마치 투명한 두개골 안에 뇌가 들어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특이한 모습으로 '두개골 성운(Exposed Cranium Nebula, PMR 1)'이라고 명명됐습니다.
이 천체는 스피처 우주망원경이 10여 년 전 적외선 관측을 통해 처음 모습을 드러낸 바 있는데, 제임스웹의 고성능 적외선 관측으로 정교한 세부 구조를 볼 수 있게 됐고 '뇌'를 닮은 선명한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제임스웹의 근적외선 카메라(NIRCam)와 중적외선 기기(MIRI)로 각각 촬영한 이미지를 비교하면 그 차이가 극명합니다. 근적외선에서는 바깥쪽 거품 형태의 껍질이 회색 테두리를 드러내고 내부 구름은 주황빛을 띠며, 배경의 별들과 은하들이 성운을 통해 비쳐 보입니다. 이와 다르게 중적외선에서는 우주 먼지가 더욱 뚜렷하게 빛나면서 내부 구름의 물질이 더 풍부하게 드러나고, 특히 성운의 상단에서는 내부 가스가 바깥으로 분출되는 듯한 구조의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성운의 한가운데를 수직으로 관통하는 어두운 띠 구조가 확인되는데요. 이것이 마치 뇌의 좌반구와 우반구를 나누는 것처럼 보여 '두개골 성운'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어두운 띠가 중심 별에서 양쪽 극 방향으로 분출되는 쌍둥이 제트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성운은 연료가 고갈되어가는 별이 바깥 층을 내뿜으며 이러한 구조가 형성됐습니다. 바깥쪽의 투명한 거품은 먼저 방출된 가스 껍질로 주로 수소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어 안쪽의 복잡한 구름은 다양한 가스가 혼합된 이후 단계의 방출물입니다. 제임스웹은 이 별의 쇠퇴 과정 중 한 순간을 포착한 셈인데요, 별의 질량에 따라 초신성으로 폭발할지 백색왜성으로 서서히 식어갈지 운명이 결정될 예정입니다. 만약 초신성 폭발이 발생한다면 우리는 밤하늘에서 아주 밝게 빛나는 별을 목격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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