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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주택 공급은 '장기전'…정부가 다주택자 압박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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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신규 주택 공급은 '장기전'…정부가 다주택자 압박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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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집값은 이미 올랐다. 급등한 부동산 가격은 이제 세금의 기준이 된다. 1·29 공급대책만으로는 수도권 핵심지 수급 불균형을 단기간에 해소하기 어렵다. 이재명 정부는 세제와 금융을 통한 압박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연속 기획 '집값, 이후 세금'은 증세 찬반을 다루지 않는다. 이미 형성된 가격이 어떤 제도적 경로를 거쳐 세 부담으로 전환되는지, 그 시간표 속에서 시장은 어떻게 반응하고 정부는 어떤 정책 카드를 꺼내 드는지를 짚는다.

    [집값, 이후 세금④]'양도세 유예 종료' 한 달 만에 서울 매물 20%↑
    세 부담 확대가 재편한 '똘똘한 한 채' 전략
    핵심지 물량은 묶여 있고 체감 공급은 부족
    단기 조정은 기존 물량…남은 카드는 세제·금융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류영주 기자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류영주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세금이 아니라 신호다"…다주택자 계산을 흔든 '5월 9일'
    ②집값 오르면 세금도 오른다…1월부터 시작되는 '보유세 시간표'
    ③공시가격 3% 오르면 보유세는 5%↑…'구간 점프'의 착시
    ④신규 주택 공급은 '장기전'…정부가 다주택자 압박하는 이유
    (계속)

    세금은 신호였고, 시간표는 이미 돌아가기 시작했다. 공시가격은 1월 1일을 기준으로 움직였고, 4월 발표와 6월 확정을 거쳐 여름 재산세와 겨울 종합부동산세로 이어진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공급은 어디서 열 것인가. 정부가 다시 '다주택'을 전면에 호출한 배경은 여기에 있다. 집값 상승의 책임을 묻는 도덕적 논쟁이라기보다, 시장에 묶여 있는 물량을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에 대한 계산에 가깝다.

    똘똘한 한 채가 자산을 핵심지로 집중시키는 전략이었다면, 다주택은 제도 속에 남은 보유 구조다. 두 현상은 정반대처럼 보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모두 정책이 만든 구조라는 점이다. 집값을 낮추기 위한 다음 단계는 결국 그 구조를 어떻게 조정하느냐다. 다주택이 다시 논쟁의 중심에 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여러 채보다 한 채'…정책이 만든 합리적 선택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가치 있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핵심 입지의 고가 아파트 한 채를 뜻하는 '똘똘한 한 채'. 다주택이 달걀을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는 과거 투자 전략이었다면, 똘똘한 한 채는 달걀을 한 바구니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아무리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핵심 입지라고 하더라도 이른바 '올인' 전략에는 위험이 따른다. 다만 세제·금융 정책이 다주택 보유 비용을 높이는 구조로 설계되면서 자산은 분산되지 않고 오히려 핵심지로 몰렸다. 재산세는 물건별 과세 구조를 유지했고, 종부세는 다주택자와 고가 자산에 부담을 집중시켰다.

    결과적으로 "여러 채보다 한 채가 낫다"는 판단이 합리적으로 비치기 시작했다. 연말 종부세 고지는 그 판단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장치였다.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다주택자 종부세 과세인원은 33만명으로 전년 대비 5만7천명(20.9%) 늘었다. 특히 세액은 같은 기간 4655억원에서 6039억원으로 29.7% 폭증했다. 종부세가 적용되는 구간, 특히 서울 핵심지 보유자들의 세 부담이 빠르게 확대된 것이다.

    국가데이터처의 '주택소유 통계'를 보면 다주택자는 2023년 233만9천명에서 2024년 237만7천명으로 1.6%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다주택 보유자 수가 급증했다기보다는, 과세 구간에 해당하는 자산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커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러 채를 분산 보유하는 전략은 보유 비용 측면에서 불리해졌고, 핵심 입지 한 채에 자산을 집중하는 선택이 더 합리적으로 보이는 환경이 형성됐다. 다주택을 조이려던 정책은 구조를 해소하기보다 결과적으로 투자 전략을 재편했다. 세 부담은 늘었지만 자산은 분산되지 않았다.

    핵심지에 묶인 다주택…'영끌 6만호'로는 부족하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다주택 역시 정책의 결과라는 시각이 있다. 등록임대 제도, 준공후미분양·미분양주택 감면, 상생임대주택, 장기임대주택 비과세 등 양도세 특례와 금융 지원은 일정 기간 다주택을 제도권 안으로 흡수하려는 정책이었다.

    지난해 전국 다주택 보유자 237만7천명 가운데 2주택자는 191만명, 3주택자는 28만3천명으로 2~3주택자가 전체 다주택자의 92.3%를 차지한다. 10채 이상 보유자는 4만1237명이다.

    서울에서는 강남구(16.9%), 서초구(16.7%), 송파구(15.5%) 순으로 2채 이상 보유 비율이 높다. 핵심지 물량의 일부가 다주택 구조 안에 묶여 있다는 의미다. 즉, 공급을 늘리려면 신규 착공 이전에 기존 보유 구조를 건드리지 않고는 답이 나오기 어렵다.

    정부는 지난해 9·7 대책을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 총 13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선호도가 높은 서울 핵심지·우수 입지 물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전체 물량은 크지만 체감 공급은 부족하다는 평가였다.

    이 같은 비판 속에 정부는 지난달 1·29 대책을 통해 수도권 우수 입지 6만 호를 5년 안에 착공하겠다고 추가로 밝혔다. 이른바 '영끌 공급'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핵심지 물량을 보강하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신규 공급은 시간과 절차가 필요하다. 계획이 발표됐다고 해서 곧바로 입주 물량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당장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물량은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는 분명하다.

    '신규 공급' 아닌 '기존 물량'…실제 매물 20.4%↑


    장기 해법이 신규 공급이라면, 단기 조정 수단은 기존 물량이다. 1주택자는 실거주 비율이 높아 매물을 내놓기 어렵다. 반면 다주택자는 세제·금융 환경 변화에 상대적으로 민감하다. 정책 신호만으로도 움직일 가능성이 있는 집단이다.

    부동산 가격이 조정되기 위해서는 매도 우위 환경이 필요하다. 그래서 다주택은 '징벌 대상'이 아니라 '조정 지점'으로 다시 호출된다. 결국 다주택을 둘러싼 논쟁은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공급의 문제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2일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6만7726건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공식화한 지난달 23일(5만6219건) 이후 한 달 만에 1만1507건(20.4%)이 증가했다. 이달 10일부터 15일까지 5일간 증가한 물량이 절반에 가까운 5833건에 달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정부도 똘똘한 한 채가 집값 상승을 주도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입주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다주택자로부터 매물을 끌어내 우선 시장을 안정화시키려는 계산"이라고 말했다.

    세제 개편·세율 인상·금융 규제…카드는 많다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비거주 1주택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다주택은 물론, 비거주 1주택도 투자·투기용이라면 장기보유 세금감면은 이상하다"는 취지였다. 다주택뿐 아니라 똘똘한 한 채 역시 실거주가 아니라면 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신호다.

    핵심은 주택 수가 아니라 '시장에 묶여 있는 구조'를 어떻게 풀 것인가에 있다. 이 대통령은 기존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연장과 대환대출을 신규 대출과 동일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도 올렸다. 필요하다면 1년 내 50%, 2년 내 100% 해소 등 점진적 방식도 가능하다고 했다.

    현재 시중 5대 은행의 부동산 임대사업자 대출 총액은 201조8449억원이다. 금융 조건은 보유 비용과 직결된다. 세율을 직접 인상하지 않더라도 금융 규제를 통해 보유 구조를 흔들 수 있다. 세금이 아닌 금융을 통한 공급 조정 가능성까지 열어둔 셈이다.

    이 대통령은 매입임대 지속 허용 여부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의견을 물었다. 2024년 기준 장기 매입임대주택은 67만9053가구, 서울은 27만8886가구다. 공급 확대 기조와 충돌하는 지점이 있는지 점검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똘똘한 한 채와 다주택이 다시 논쟁의 중심에 선 이유는 누군가를 벌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공급 대책이 장기 해법이라면, 다주택 압박은 단기 조정 수단에 가깝다. 서울 핵심지에 묶여 있는 즉시 입주 가능한 물량을 시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간접 경로다. 다주택은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공급의 문제라는 해석이 그래서 힘을 얻는다.

    다만 이것이 정부가 꺼낼 수 있는 가장 강한 카드라고 보긴 어렵다. 세제 전면 개편도, 보유세 인상도, 금융 전면 규제도 아직 실행 단계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 대출 연장과 대환 규제 검토, 장기보유특별공제 재논의, 매입임대 점검은 구조를 흔드는 신호에 가깝다.

    다주택을 다시 불러낸 것은 판을 뒤집겠다는 선언이라기보다, 판을 조정하겠다는 예고에 가깝다. 정부는 구조를 건드리기 시작했지만 아직 모든 수단을 꺼내 들지는 않았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카드가 언제 어떤 순서로 펼쳐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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