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그린란드 국기가 아이스하키 경기장에 등장했다.
15일(한국 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산타줄리아 아이스하키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C조 조별리그 미국-덴마크의 경기. 이날 경기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타들이 즐비한 미국이 덴마크를 6-3으로 눌렀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결과보다 주목받은 게 있었다. 바로 관중석에 등장한 그린란드 국기다.
시작 전부터 이 경기는 '그린란드 더비'로 불릴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병합하겠다는 뜻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북극권 확장 견제를 위해서인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희토류 등 경제적 요충지를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그린란드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국제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덴마크에서는 미국산 제품 불매 운동이 일어날 정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이런 분위기에서 두 국가의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올림픽 조별리그 한 조에 묶였다. 다행히 양국 팬들의 물리적 충돌은 없었으나, 신경전을 팽팽했다.
그린란드 국기인 '에르팔라소르푸트'를 흔드는 관중이 포착되는가 하면, 미국 선수들이 소개될 때 야유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에 미국 관중들은 그린란드 국기를 든 사람을 향해 "국기를 치우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독일 출신 알렉산데르 칼닌시는 "그린란드는 미국이 아니라 그린란드 국민이 결정한다. 유럽 사람으로서 우리는 함께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그린란드와 연대를 보여주러 왔다. 우리는 유럽인이고, 유럽인이라면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반면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덴마크를 응원하러 온 데니스 페테르센은 "종목이 무엇이든 스포츠는 정치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선수들은 정치인이 아니라 운동선수"라고 덧붙였다.
미국을 응원하러 온 렘 드 로한도 "지금은 그런 문제들을 잠시 내려놓고 국가 대 국가의 경쟁을 즐길 때"라면서 "우리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모든 나라를 응원하는 걸 좋아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그린란드 출신 선수들은 올림픽에서 덴마크 소속으로 출전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자치 국가는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린란드 출신 덴마크 바이애슬론 대표 우칼렉 슬테레마르크는 최근 영국 '데일리메일'을 통해 "사람과 나라는 돈으로 살 수 없다. 트럼프를 이해할 수 없다"며 "이번 일을 통해 우리는 더 끈끈해졌고 특히 덴마크로부터 더 큰 지지를 느끼고 있다"고 소신이 담긴 발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