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진행된 토론회 모습. 최서윤 기자경기도 북부 지역 DMZ(비무장지대)를 개발해 수도권에서 쓸 재생에너지를 최대한 확보하자는 주장이 재차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전환 시기 수도권에서도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를 일치시키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시스템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다.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전영환 교수는 11일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열린 '탄소중립·균형성장을 위한 RE100산단과 기업유치 토론회'에서 '수도권 전력 공급 문제, 용인산단만이 문제가 아니다' 제하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수도권 전력 공급 문제와 관련해 최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지만, 반도체 산단을 위해 추가 15GW 전력을 수도권으로 끌어오는 문제에 앞서, 수도권 사용 전력의 전환 방안에 대한 현실적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는 게 발표 취지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언제부턴가 '만능 키'처럼 인식돼온 에너지고속도로 등 대규모·장거리 송전망 확충과 관련해선 "간단히 송전선을 건설하는 걸 넘어, 진짜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궁극적으론 지역별 차등요금제 등으로 전체 전력수요의 약 45%가 집중된 수도권의 수요를 분산하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2030년 재생e 100GW, 전력 30% 차지…수도권 에너지전환 고민은?"
이재명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현행 34GW에서 100GW로 늘리는 에너지전환 방침을 제시한 상황이다.
전 교수는 "에너지전환을 많이 얘기했는데, 그럼 수도권 전기를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 "비율로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30% 정도"라며 "수요 측면에서도 소비전력의 30%를 재생에너지로 써야 된다. 현재 수도권 소비전력 약 45GW의 30%인 13.5GW"라고 짚었다.
늘어날 전력수요도 있다. 열에너지로 건물 냉난방을 하는 히트펌프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10년간 350만 대 보급을 목표한다.
전 교수는 "지난해 월간 수도권 가정용 도시가스 사용량을 히트펌프로 환산했더니 평균 6~7GW가 나왔다"며 "피크 사용량이 2.5배로 느는 걸 감안하면 최대 15.75GW"라고 했다.
전 교수 추정대로면 현재 소비전력의 30%인 13.5GW, 히트펌프 보급으로 인한 추가 수요의 30%인 4.7GW만으로도 수도권 전력수요는 18GW를 훌쩍 넘게 된다.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전영환 교수 발표자료 중 발췌. 수도권 전력은 초기 수도권내 지어진 가스(갈색) 발전소에서 공급됐지만, 이후 충남권 일대 석탄(검정색) 발전소를 지어 수도권으로 보내면서 송전망이 복잡해졌다. 전영환 교수 자료 캡처문제는 수도권의 경우 사용 전력의 화석연료 의존도는 높은 반면,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할 유휴부지는 많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복합화력발전소를 비롯해 인천과 경기도 일대 발전소가 대부분 화석연료 기반 전력을 생산하는 데다, 충청권 서해안 일대 17GW 석탄발전기 30기에서 생산되는 전력도 모두 수도권으로 향한다.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로 대표되는 장거리 송전망에 대해 전 교수는 회의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는 "한전이 건설한 수도권 공급용 송전선로는 7개 45.9GW 규모지만, 정전위험 예방(전압안정도)을 위해 선로이용은 12.9GW로 제약돼 실제론 25%밖에 이용을 못한다"고 했다.
차세대 장거리송전망으로 불리는 HVDC(초고압직류송전)도 안정적 운영을 위해선 직류(DC)와 교류(AC)간 연계설비(인버터 등)를 추가해야 하는데, 수도권의 압도적인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너무 많은 인버터를 추가하면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전 교수 지적이다.
결국은 수도권 수요를 자체 충당할 재생에너지 설비를 충분히 짓고, 수요 자체를 지역으로 분산시켜야 한다고 전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송전망을 대대적으로 새로 건설하는 것보다는 기존 (수도권과 충남 일대) 발전소에서 써온 송전망을 그대로 사용해 송전망 건설은 최소화하고, DMZ 개발 등 수도권에서 쓸 재생에너지를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통한 공장 이전 등으로 상당 부분의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을 걸로도 내다봤다.
에너지전환포럼 석광훈 전문위원은 주제발표 후 이뤄진 패널토론에서 "스웨덴도 북쪽 절반에 인구의 10%가, 남쪽 절반에 90%가 모여 살며 북쪽 전기를 남쪽으로 끌어오며 비슷한 문제를 겪었지만, 송전망을 추가 건설하는 대신 2배 이상 차이나는 지역별 요금제로 철강·화학·제지·광산 4개 업종의 북부 투자를 활성화하고, 청년과 외국인 숙련노동자 등 인재 2만 5천 명 북부 유입 리크루팅 등 정책을 통해 문제를 해소한 사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석 위원은 "지금 지역별 차동요금제 설계를 앞두고 일각에서는 송·배전 요금의 차등화 정도로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지방과 수도권 공급과 수요에 의해 형성되는 가격으로 하면 차이가 크게 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다시 개입해서 차이를 좁힐 가능성이 매우 높아 우려된다"며 관심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