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청사. 경기도 제공일제강점기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고도 기록의 파편 속에 묻혀 있던 '무명(無名)의 영웅'들이 경기도의 노력으로 세상에 이름을 드러냈다.
경기도는 지난해 5월부터 진행한 '경기도 독립운동 참여자 및 유공자 발굴 연구용역'을 통해 모두 1094명의 숨은 독립운동가를 새로 찾아냈다고 9일 밝혔다.
도는 새로 찾아낸 독립운동가들 가운데 판결문과 수형 기록 등 객관적 증거가 명확한 648명에 대해 지난 5일 국가보훈부에 포상을 신청했다.
민초들이 일군 항일의 역사…20대·농민 가장 많아
이번 발굴의 가장 큰 특징은 독립운동이 지식인 계층을 넘어 민초들의 삶 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었음을 입증했다는 점이다.
연구팀이 발굴한 인물들을 보면 연령대별로는 20대가 367명으로 가장 많았고, 10대 청소년도 70명이나 포함됐다. 직업별로는 농업 종사자가 232명으로 압도적이었으며, 학생(97명)과 상인(68명)이 그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는 개성(120건), 수원(95건), 안성(81건), 고양(71건) 순으로 활동이 활발해 경기 전역이 항일 투쟁의 본산이었음을 보여줬다.
의열단원부터 승강기 운전수까지…되찾은 이름들
새롭게 조명된 주요 인물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안성 출신의 강건식(1898~미상) 지사는 의열단 중앙집행위원 후보로 활동하며 밀정을 처단하고 황포군관학교에서 군사 교육을 이수했다. 일제가 요시찰인으로 등재해 감시했으나 끝내 잡히지 않았다.
파주 출신의 김정환(1902~미상) 지사는 러시아 유학 후 귀국해 문맹 퇴치 운동을 벌였으며, 독립운동 자금 마련을 위해 과감한 거사를 실행한 뒤 만주로 망명했다.
부천 출신의 나성호(1883~미상) 지사는 의사로서 러시아와 중국 접경지에서 병원을 운영하면서 독립운동 거점을 마련하고 고려공산당 간부로 주요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용인 출신의 한붕교(1923~미상) 지사는 총독부 체신국 근무 가운데 차별 대우에 각성해 비밀결사를 조직하려 했으며, 동료들에게 독립운동 참여를 권유하다 발각됐다.
"끝까지 예우하겠다"…경기도 독립운동사 바로 세우기
경기도는 이번 포상 신청이 후손이 없거나 조상의 공적을 알지 못해 소외됐던 독립유공자들을 위해 지자체가 직접 공적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도는 앞으로 31개 시·군과 협력해 제적등본 확인 등 행정 절차를 지원하고, 국가보훈부와 긴밀한 소통 체계를 구축해 신속한 심사가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되찾아드리는 것은 후손으로서 당연한 책무"라며 "발굴된 분들이 합당한 예우를 받도록 경기도 독립운동사를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도는 안중근 의사 유묵 '장탄일성 선조일본(長歎一聲 先吊日本·큰 소리로 길게 탄식하며, 일본의 멸망을 미리 조문한다)'을 국내로 환수해 특별전을 벌이는 한편 경기도 독립기념관 건립을 위한 마스터플랜 수립에 속력을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