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 이른바 '국가대표 AI 프로젝트'가 정예팀을 추리는 2차 평가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이번에는 1차 때 부각됐던 기술 독자성 경쟁을 넘어 국민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AI, 즉 '모두의 AI' 구현 여부에 승부가 갈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차 평가 때는 해외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얼마나 높은 수준의 독자 모델을 구축했는지가 평가의 핵심 기준이었다면, 이번 단계부터는 AI 모델 고도화는 물론 산업·교육·생활(B2C) 영역에 얼마나 폭넓게 적용될 수 있는지가 주요 평가 요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독자성 경쟁 넘어 '모두의 AI'로 무게 중심 이동 전망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은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내건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모두의 AI'를 뒷받침하는 국가 사업이다. 기술 주권을 확보하면서 전 국민이 AI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지난해 9월 해당 프로젝트 착수식에서 "이제는 소버린 AI를 넘어 포용적인 AI로 발전시키고, 글로벌 수준에서 도전할 수 있는 목표를 가져야 한다"며 '모두의 AI'를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고성능이면서도, 실제로 사람들이 효과적으로 널리 쓸 수 있는 AI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이 SK텔레콤 부스를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업계에서는 이런 강조 포인트가 2차 평가부터 보다 중요하게 여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미지·음성·영상을 인식하고 추론할 수 있는 멀티모달 AI 모델 개발은 사용자 접근성을 확장하는 중요 요소로 꼽힌다. 텍스트 뿐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 인식이 가능한 AI는 활용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아직까지 2단계 평가 기준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는 2단계 진출팀을 추가로 선발하는 이른바 '패자부활전' 공모를 진행 중으로, 오는 12일 마감된다. 정부는 이달 중 패자부활전 결과를 확정한 뒤 2단계 평가에 본격 착수하면서 구체적인 평가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모델 고도화 넘어 확장성 시험대…완성도 있는 멀티모달 구현 '과제'
1차 평가를 통과한 SK텔레콤, LG AI연구원, 업스테이지 컨소시엄은 전략 노출을 최소화한 채 모델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SK텔레콤은 자사 AI 서비스 '에이닷'을 중심으로 확장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1천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서비스 플랫폼에 AI 모델을 연결해 빠른 확산을 노리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학습 데이터 규모를 1단계보다 확대하고, 학습 언어도 한국어·영어·중국어·일본어·스페인어 등 5개 국어로 늘릴 계획이다. 이미지와 영상 인식이 가능한 멀티모달 기능도 올해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LG AI 토크 콘서트 2025. LG 제공
LG AI연구원의 'K-엑사원'은 벤치마크 평가와 국내 전문가·사용자 평가에서 모두 최상위 점수를 받으며 가장 순조롭게 출발했다. 마찬가지로 향후 관건은 범용성 확보다. LG AI연구원은 2단계 전략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으나, 전기·화학·바이오 등 산업 특화 AI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높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2단계에 진출한 유일한 스타트업인 업스테이지 역시 AI 서비스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포털 다음 인수를 계기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한국형 검색·질의응답 AI 서비스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올해 하반기 멀티모달 AI 서비스로의 확장도 구상 중이다.
"독자성 매몰돼 성장 동력 잃어선 안 돼" 조언도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이 업스테이지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일각에서는 1차 때 핵심 평가 요소로 작용했던 독자성 기준이 향후에도 과도하게 강조될 경우 오히려 개발 효율과 성장 속도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와 맞물려 일정 범위 내에서 자율적이고 현실적인 개발 환경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정 수준의 (독자성) 가이드라인을 유지하되, 개발 과정에서는 자율성을 부여해 후보 기업들이 보다 자유롭게 기술을 고도화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패자부활전에는 1차 평가에서 고배를 마셨던 AI 스타트업 모티프테크놀로지스·트릴리온랩스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 중 패자부활전을 뚫고 올라온 팀은 이미 1단계 평가를 거치며 완성도를 끌어올린 기존 3개 팀과 본선에서 맞붙게 되며, 평가 기준 역시 동일하게 적용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