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연합뉴스경기도의회 내 일부 상임위원회가 회의실이 아닌 서울 소재 호텔에서 소관 부서 업무보고 일정을 추진해 빈축을 샀다.
특히 국외 여비 의혹 수사로 직원이 사망하는 등 의회 안팎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여야 상임위원장이 주도한 '호텔 행차'를 두고 공직 사회의 공분을 받았다.
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위원장 조성환)와 의회운영위원회(위원장 양우식)는 오는 9일부터 2박 3일간 서울 소재 4성급 호텔에서 합동 업무보고를 추진했다. 이 업무보고는 1박 30만 원에 달하는 숙박비와 롯데타워 관광 코스가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논란의 배경에는 지난달 20일 국외 출장 항공료 의혹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던 도의회 소속 공무원이 숨지는 등 비극적인 사건이 자리한다. 관련 공무원이 숨진 것을 두고 전국의 공무원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 정당 등이 경기도의회 입구에 조화 수십개를 보내는 등 공직사회의 충격이 이어지고 있다.
노조는 동료를 잃은 슬픔과 수사 압박이 여전한 상황에서 의원들이 자숙 대신 '호텔 업무보고'를 논의한 것에 대해 분노를 드러냈다. 지방의회의 이같은 구태가 실무 공무원들을 범죄의 영역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조례상의 '실비 규정'은 의원들에게는 고급 호텔 숙박권이 허용되지만 이를 지침에 맞게 서류상으로 꾸며야 하는 직원들에게는 치명적인 압박으로 작용한다.
5일 경기도의회 입구에 놓여진 경기도의회 직원 사망사건 관련 조화들. 주영민 기자 논란이 일자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 "경기도의회는 외유성 논란 등 무리한 업무보고를 지양하고, 집행부는 명분없는 업무보고를 보이콧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최근 국외여비 건으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고 직원들이 수사를 받는 와중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도의원들이 서울 호텔에서 업무보고를 논의했다는 것은 예산 집행과 공직 기강에 대한 최소한의 도덕적 책임과 문제의식조차 없는 행태"라며 도의회를 비난했다.
그러면서 "특히 성희롱 사건 피고인인 양우식 의회운영위원장이 일정을 주도했다는 점은 도의회의 공직윤리 인식이 어디까지 무너졌는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도의회 직원에게 성희롱적 성격의 말을 건네 모욕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기소된 뒤 위원장직 사퇴 압박이 거셌지만 현재까지 직을 이어가고 있다. 양 위원장의 버티기는 지난해 말 벌어진 '경기도의회 파행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결국 도의회는 이날 해당 업무보고를 취소했다.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도민 정서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내실있는 의정활동을 진행하는 것으로 일정을 조정했다"며 행사 취소사실을 알렸다. 의회운영위원회 역시 문자 메시지를 언론에 보내 "현장 회의 진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