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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 처우 개선의 역설' 초급 해기사 취업률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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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원 처우 개선의 역설' 초급 해기사 취업률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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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률 80% 넘던 한국해양대·목포해양대 지난해 말 60% 40%대로 떨어져
    선원 처우 개선으로 '승선근무예비역' 3년 근무 뒤에 퇴사하는 인원 급격히 줄어
    해운협회 15개 선사 조사 결과 2, 3항기사 퇴사자 3년 만에 450명에서 250명으로 급감
    선사들, 기존 인력 유지·불경기 등 겹치며 신규 채용 규모 줄여
    해수부 "일시적인 현상, 현재 취업률 문제 될 만한 수준 아니야"

    부산 동구 해양수산부 본관. 송호재 기자부산 동구 해양수산부 본관. 송호재 기자
    지난해 해양대학교 해사대학 등 해양 인력을 육성하는 교육기관의 관련 취업률이 예년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선원 일자리 혁신 방안에 따라 처우가 대폭 개선되면서 기존 선원의 퇴직률이 줄었기 때문인데, 안정적인 인력 양성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일 CBS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한국해양대학교와 목포해양대학교의 해기사 취업률이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해양대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해사대학 졸업생 취업률이 60% 수준으로 집계됐다. 목포해양대는 40%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4년까지 3년 동안 두 대학 모두 평균 80%가 넘는 취업률을 기록한 바 있다.

    해사대학은 해기사 등 해양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기관으로, 졸업과 동시에 3항기사(항해사, 기관사) 자격을 취득해 국내외 선사로 취업한다. 특히 남성의 경우 군복무를 대체하는 특례제도인 '승선근무예비역'으로 선사에 입사해 3년 동안 승선할 경우 취업과 동시에 병역 의무를 이행하게 된다. 여성이나 이미 군복무를 마친 졸업생을 제외하면 해사대학 졸업생 대부분은 이 승선근무예비역으로 초급 해기사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취업과 군복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높은 취업률을 유지했던 만큼, 올해 이처럼 낮은 취업률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실제 올해 주요 선사에 배정된 승선근무예비역 정원은 800명으로 지난해보다 200명이나 줄었지만, 여전히 이 정원조차 제대로 채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부산해사고와 인천해사고 등 취업률 100%를 자랑했던 학교 역시 지난해 말 취업률이 60%대로 내려앉았다.

    HMM 알헤시라스호.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 없음. 자료사진HMM 알헤시라스호.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 없음. 자료사진
    이같은 배경에는 해양수산부가 3년 전부터 추진 중인 선원 일자리 혁신 방안이 자리 잡고 있다. 해수부는 해기사 등 해양 인력 처우 개선을 위한 혁신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항 선사와 노조는 6개월마다 2개월씩 부여하던 휴가를 4개월마다 2개월로 선진화했다. 유급 휴가 일수 역시 1개월마다 8일에서 10일로 확대됐다.

    세제 개편으로 실질 임금도 증가했다. 지난 2024년 외항 선원에 대한 국외근로소득 비과세 한도가 기존 월 3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대폭 상향되면서 선원들은 매년 최대 500만 원에 달하는 소득 증대 효과를 누리게 됐다. 이밖에 최근에는 위성통신 도입으로 외항선에서도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하게 되면서 선원들의 고립감도 크게 해소되고 있다.

    이런 선진화 방안의 결과로 기존 승선원들의 퇴사와 이직률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해운협회가 국내 15개 선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22년 퇴사한 2, 3항기사는 450여 명이었지만, 지난해 말에는 280여 명으로 크게 줄었다. 통상 3년의 승선근무예비역을 마친 뒤 2항기사 자격을 얻은 선원은 이직 등을 위해 퇴사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처우 개선으로 이직 대신 계속 승선을 선택하는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해석된다.

    선사 입장에서는 경험을 가진 2, 3항기사가 퇴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초급항기사 신규 채용 규모를 줄이게 되고, 이 여파로 갓 대학을 졸업한 승선근무예비역을 뽑는 숫자도 줄어드는 상황이다.

    부산신항. 기사 내용과 무관함. 부산항만공사(BPA) 제공부산신항. 기사 내용과 무관함. 부산항만공사(BPA) 제공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취업률이 다소 낮은 건 사실이지만, 이는 선원 처우 개선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크게 문제가 되는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취업률이 낮아진 데는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한다. 시황이 별로 안 좋다 보니 선사가 채용 인원을 보수적으로 잡은 부분도 있고, 지원자가 대형 선사에 쏠렸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여기에 선원 처우가 계속 개선되면서 퇴사자가 줄었고, 배에서 내렸다가 다시 선원으로 취업하는 사례도 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앞으로 2~3년 정도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현재 취업률이 크게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니다. 지금도 취업률은 계속 올라가는 중"이라며 "취업률을 높이고 해기사 인력을 안정적으로 양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해수부와 한국해운협회 등은 취업률을 높이고 중소 선사와 인재를 연결하기 위해 오는 10일 취업 박람회를 계획하고 있다. 해운협회 관계자는 "취업률은 떨어졌지만, 중소 선사에서는 선원을 구하기 힘들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며 "오는 10일 취업 박람회를 통해 구직난과 구인난을 해소할 수 있도록 유망 인재와 기업 연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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