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국대 본관에 걸려 있는 국립의과대 유치를 위한 홍보물. 이재기 기자 국립의과대학을 유치하고자 하는 경북 북부지역의 요구가 거의 절규에 가깝다.
지난 2013년 안동대가 의과대 신설을 위한 TF를 가동하고 2년 뒤 안동시의회가 '의과대설립 결의안'을 채택하고 경북도를 설득하는 등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였다. 촌에서만 떠들어봤자 정책당국자들이 미동도 않자 최근에는 이 지역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안동·예천 지역민 수백명이 국회토론회도 열어봤지만 정책당국에서는 별 반응이 없다.
의대설립운동에 시동을 건 지 13년이 지났지만 여지껏 변한 건 아무 것도 없다. 의대유치에 총대를 멘 경국대(구 안동대)와 이 지역 김형동 의원, 민주당 임미애 의원(의성출신) 등이 진정성을 갖고 힘을 보태지만 왠지 복지부나 교육부가 관심을 갖고 심도있는 검토에 나섰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대구경북지역에서 교육 취재를 담당한 게 인연이 돼서 경북 오지의 부족한 의료인프라에 관심을 갖고 글을 쓰기 시작한 입장에서도 '왜?' 라는 의문이 일기 시작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과대가 없고 상급종합병원이 없고 인구 1천명당 의사수가 전국 꼴찌라는 데도 왜 거들떠도 보지 않는걸까? 일개 기자의 취재력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 있을테지만, 의대를 열망하는 사람들의 안테나에는 변화의 조짐들이 걸려들지 않을 리가 없다.
'지성이면 감천'이라지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만 놓고 보면 계란으로 바위치기란 말이 딱 어울리는 형국이다. 의대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에 복지부가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을 내렸거나 의료정책의 우선순위가 아니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겠다.
류영주 기자최근 집권여당은 해체수준인 지방의 필수 및 응급의료시스템을 되살리기 위한 방편으로 국립의전원(의학전문대학원) 설립 논의에 불을 댕겼다. 연 100여명의 의전원생을 선발해 전액 국비 의사로 육성한 뒤 15년간 지역의사로 복무하게 하는 것이 제도의 골자다(잠정안).
의대설립은 뒷전인 채 의전원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자 국내의 대표 의료사각지대인 경북북부와 전남 남해안지역은 사정이 다급해졌다. 최근 의대설립 범 경북도민추진단과 범종교단체, 먹사니즘 경북네트워크, 성균관유도회 등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제출했다.
#1 "대통령님, 경북의 의료현실은 부족함을 넘어 생존위협 그자체 입니다. 전국 최대면적 경북 땅 어디에서도 아픈 아이를 업고 밤새 달릴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이 지역 어르신들은 숨이 가빠올 때마다 100KM가 넘는 대구까지, 서울까지 갈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을 먼저 삼키십니다."#2 "최근 영주에서 발생한 산모의 비극적인 죽음은 우리 지역 의료현실이 얼마나 처참한 벼량 끝에 서 있는 지를 보여줍니다. 한 여성이 엄마가 되는 기쁨도 누리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해야 했던 이유는 경북북부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가혹한 현실뿐입니다."
이들은 의대신설은 살려달라는 마지막 외침이라며, 정치논리나 경제적 효율성을 넘어 국민생명권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지켜달라는 말과 함께 이재명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안동에 있는 국립경국대 캠퍼스. 경국대 제공 북부지역의 인구수를 감안해 상급병원과 의대설립의 경제적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내려졌는 지 여부는 분명치가 않다. 그러나, 열악한 의료현실과 장구한 기간에 걸친 유치노력을 봐서라도 정부로서는 책임있는 가부간 대답을 줘야한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적당히 덮어둔 채 지나칠 일은 결코 아니라고 본다.
의대유치의 진원지인 안동은 이재명 대통령의 출신지이기도 해서 지역에서는 정권 출범초부터 막연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대구와 경북지역은 역대 정권의 지지기반이었기 때문에 역차별을 받아온 끝에 이제는 전국 지역생산이 꼴찌로 가라앉은 곳이다.
지금이야말로 의료외적인 요소는 배제한 채 도대체 이 지역에 어떤 문제가 있는 지 찬찬히 들여다 보고 소외된 지역민의 요구를 들을 때다. '고향일에 나서면 고향만 챙긴다'는 오해를 받을까 우려하는 일은 제발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