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청. 고상현 기자대기업의 신선우유가 제주로 항공 운송되는 과정에서 최소 5년간 상온에 노출되며 불법유통이 이뤄졌는데도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제주도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특히 '섬'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감독을 철저히 해야 했지만 장기간 관리 공백이 발생하며 식품위생에 위험을 초래했다.
"장기간 불법유통…제주도 감독 소홀"
2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불법유통 사건 당시 모 대기업에서 생산한 저온살균우유의 운송은 해당 기업 계열사인 모 물류회사가 맡았다. 다만 김포공항에서 제주공항까지 항공으로 운반한 후 화물청사에서 도내 대리점에 냉장 차량으로 운송하는 것은 재위탁받은 도내 물류업체가 담당했다.
우유 유통 과정에서 문제는 김포공항에서 제주공항까지 항공 운송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제주도 자치경찰단 수사 결과 2019년 2월부터 2024년 6월까지 5년 동안 1765차례에 걸쳐 저온살균우유와 요거트 등 유가공품 145종이 규정온도(0~10도) 준수를 위반한 채 운송된 것으로 드러났다.
축산물위생관리법상 대표적으로 문제가 된 저온살균우유와 같은 유가공품의 유통은 전 과정에서 '0~10도'의 냉장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저온살균우유는 다른 우유에 비해 살균이 덜 된 생우유에 가깝다보니 조금이라도 상온(15~25도)에 노출되면 미생물에 의한 부패가 쉽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도 자치경찰단에서 특정한 불법운송 물량만 1369톤이다. 1L 우유 갑 기준으로 환산하면 132만6550개에 달한다. 상할 가능성이 있는 우유가 도내 대형마트 등지로 유통된 것이다.
2024년 6월 5일 제주공항 화물청사 야외에 방치된 우유. 독자 제공일부 유통 과정에서 저온살균우유가 야외에 장시간 노출되는 일도 있었다. 해당 기업 윤리경영팀 자체 조사 결과 초여름인 2024년 6월 5일 오전 8시 30분부터 낮 12시까지 3시간 30분가량 우유가 담긴 종이상자 10박스가 제주국제공항 화물청사 야외 시멘트바닥에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우성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국장은 "우유는 콜드체인(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냉장상태로 유지)으로 유통해야 하는 제품이다. 장기간 불법 유통돼왔는데 제주도가 감독을 똑바로 하지 않으며 문제가 불거졌다. 섬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감독을 소홀히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영업장 중심의 감독 한계…항공유통 '구멍'
실제로 관련법상 축산물운반업은 영업 신고를 한 각 지역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감독을 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제주도에 영업 신고한 도내 모 물류업체가 최소 5년간 불법 유통을 해왔는데도 제주도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2024년 6월 공익 제보자의 신고가 이뤄져서야 인지했다.
특히 영업장 중심으로 감독이 이뤄지다 보니 항공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유통 문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관리 사각지대'로 장기간 불법유통이 이뤄질 수 있었다는 배경이다.
김대수 제주식품연구소 대표는 "제품 생산 단계에서는 관리감독이 이뤄지는데 정작 중요한 중간 유통 단계에서는 검사를 하지 않는다. 물건을 출고해버리면 끝인 것이다. 대기업은 제품 운송에 대해 하청에 재하청을 주는 구조인데, 문제가 생기면 외주 업체에 책임 전가를 해버린다"라고 했다.
제주공항 화물청사. 고상현 기자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그동안 항공화물에 대해서 불법유통이 이뤄진 부분까지 들여다보지 못 한 것은 사실이다. 문제점을 인지한 직후로는 제주동물위생시험소 직원 1명을 파견해서 수시로 항공화물에 대해서 검사하고 있다. 당시 불법유통 업체에 대해선 행정처분을 했다"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도 "관련법상 냉장식품은 항공 운송이든 선박 운송이든 적정 온도에 보관하고 운반해야 한다.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 감시망에 생각지 못 했던 사각지대가 있었다. 현재 감시망에 허점이 있다고 보고 항공사, 제주도와 논의하며 개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축산물관리위생법 위반 혐의로 우유 운송을 담당한 해당 기업 계열사인 모 물류회사와 그 관계자, 재 위탁을 받은 도내 물류업체와 그 관계자 등 4명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 12월 도내 물류업체와 그 관계자 등 2명만 재판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