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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이 다했습니다"…'K무비 2.0' 돌이킬 수 없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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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명이 다했습니다"…'K무비 2.0' 돌이킬 수 없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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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우리네 문화를 전 세계적인 황금기로 이끈 마중물 'K무비'가 벼랑 끝에 내몰렸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옵니다. 위기에 빠진 한국영화의 어제와 오늘을 살피고, 보다 나은 내일을 열 해법을 모색합니다.

    [벼랑 끝 K무비 ⑨]

    지난 2015년 2월 12일 참여연대·민변민생경제위원회·청년유니온 주최로 서울 명륜동 CGV대학로 앞에서 진행된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멀티플렉스 3사 관련 WORST 10' 발표·시민참여 캠페인에서 시민들이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황진환 기자지난 2015년 2월 12일 참여연대·민변 민생경제위원회·청년유니온 주최로 서울 명륜동 CGV대학로 앞에서 진행된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멀티플렉스 3사 관련 WORST 10' 발표·시민참여 캠페인에서 시민들이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황진환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 박살난 '천만영화' 시대…숨통 움켜쥔 괴물들
    ② 영화로 뜬 톱배우들, 영화를 떠나다
    ③ '슬램덩크'가 내리꽂은 뜨거운 감자 '홀드백'
    ④ '포스트 봉준호'를 찾아서…현실은 '아비지옥'
    ⑤ K무비 해외 '러브콜' 줄잇는데…정부 '늑장'에 발 동동
    ⑥ 지금 여기, 젊은 내일의 'K무비'
    ⑦ '사활' 건 마지막 승부…신인류 '잘파'를 잡아라
    ⑧ 유령이 영화관을 떠돈다, '스크린 독과점'이란 유령이
    ⑨ "수명이 다했습니다"…'K무비 2.0' 돌이킬 수 없는 길
    ⑩ 벼랑 끝에 선 영화, 무엇을 할 것인가

    과거 비디오가 라디오를 밀어냈듯이, 지금 영화관의 자리는 새로운 첨단 기술을 적용한 플랫폼이 꿰차게 될 것인가.

    "문제는 콘텐츠가 아닙니다. 사용자 선택권·통제권 확대와 비용 절감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까요. '퍼스널 이머시브 테크놀로지'(personal immersive technology·개인 맞춤 몰입형 기술,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개인 적용 기술)가 발전할수록 영화관 스펙터클은 점점 필요하지 않게 될 겁니다."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이원재 교수는 "영화관이라는 양식은 살아남겠지만, 과거처럼 대규모 자본이 투자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회학자인 이 교수는 "어떤 산업이든 성장-성숙-쇠락의 길을 거친다. 대기업 위주 영화 시스템은 한때 '성장-성숙의 원인'이었으나, 제작-배급-소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쇠락의 원인'이 된 것"이라며 "수명이 다했다"고 진단했다.

    지금 한국영화의 위기는 어쩌면 우리가 우려하는 것 너머 더 높고 단단한 벽에 가로막힌 형국인지도 모를 일이다.

    중소 영화 지원 자금마저 대기업 몫…"레버리지 도구 전락"


    한국영화가 몸집을 키우는 데 있어서 대기업이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그러한 기존 방식이 여전히 유효한가에 대해서는 커다란 물음표가 남을 수밖에 없다.

    영화계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한국영화의 산업적 성장 가능성을 내다본 대기업들은 잇따라 투자배급사를 세웠고, 이를 통해 관련 정책 자금을 조달하는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이는 결국 대기업 기획에 투자가 편중되는 흐름을 낳았다. 이후 해당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몇몇 조치가 이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투자 수익·회수 문제 등이 걸린 탓에 유명무실해졌다. 그렇게 양극화는 더욱 심화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이은 회장은 "대기업들은 중소 규모 한국영화 투자를 위한 모태펀드 자금 대부분을 (자기 자본 이익률을 높이려는)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데 썼다"며 "예를 들어 정부 돈 1백억원에 자기 자본 1백억원을 붙여 2백억원을 끌어다 쓰는 구조인데, 이로 인해 중소 영화 투자 자금이 사라졌던 부분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한국 영화산업이 위축되면서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돈이 없는 게 사실이고, '천만영화'로 불리는 규모 큰 영화들도 국제 경쟁력 측면에서 분명 필요하다"며 "기존대로 대기업이 중소·벤처 기업용 자금인 모태펀드를 가져다 쓸 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별도 자금을 마련하는 등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점에서 시민들이 티켓을 구매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5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점에서 시민들이 티켓을 구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숨통 넓힐 정책 자금 투입 '공감대'…관건은 '어디에' '어떻게'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 영화산업은 여타 나라들 그것과 달리 유난히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민간 투자가 사실상 끊긴 현실에서, 정부가 관련 예산 확대와 긴급 자금 투입 등으로 일단 숨통만이라도 넓혀 놔야 한다는 데 영화계는 한목소리를 낸다.

    다만 앞서 살펴봤듯이 관련 정책 자금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해 당사자들 사이 의견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실제로 대기업들 사이에서 영화계 전체 의견인 것처럼 자사를 중심에 두고 정책 자금을 요청하려던 움직임이 일자, 영화단체들이 반대 의견을 내 제동을 건 일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예술영화관협회 최낙용 회장은 "이제는 'K무비 2.0'을 고민해야 할 때인데도 기존대로 대기업 중심 모태펀드 운영을 고수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며 "다양한 중소 규모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모태펀드 운영을 개선하고, 대기업 멀티플렉스에서도 자사 영화에 대거 상영관을 배정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 회장 역시 "모태펀드 자금이 본래 취지대로 중소 규모 영화들을 위해 잘 쓰여져야 한다"며 "현 정부가 영화계 의견을 경청하는 분위기인 만큼, 업계 요구·건의 사항이 내년 정부 예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오는 5월 안에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대기업 시스템 복원 어렵다…중급영화·독립영화 배제 안 돼"


    한국영화를 다시 일으킬 새 동력으로 꼽히는 독립예술영화. 이 젊고 기발한 영역에 대한 지원 논의 역시 'K무비 2.0'에서는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제작사 명필름 심재명 대표는 "현재 독립예술영화 상영·유통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다 보니,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나 지역 단위 영상위원회 등에서 공적 지원으로 만들어지는 편수가 꽤 많은데도 상영 점유율은 고작 2%에도 못 미친다"며 "영진위에서 수십 년째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을 지원한다지만, 여전히 국내 3200개 넘는 스크린에서 독립예술영화를 거는 스크린은 100개도 안 되는 것으로 안다"고 꼬집었다.

    이렇듯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도 독립예술영화계는 관객 접근성을 높이려는 흥미로운 자구책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정책 지원이 미흡한 점은 여전히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한국독립영화협회 백재호 이사장은 "사무실을 상영 공간으로 꾸며서 활동하는 독립영화인들이 늘고 있다"며 "1990년대 독립영화계에서 일던 개인 배급·상영 움직임이 지금 젊은층을 중심으로 다시 시작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백 이사장은 "이제는 SNS 등 온라인 커뮤니티로 널리 홍보하는 일도 가능해진 만큼, 시스템이나 큰 돈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제작부터 상영까지 진행하는 식"이라며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취향을 발견해 나가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지금 한국영화는 커다란 위기를 딛고 새로운 터전으로 나아가야 하는 길목에 서 있다. 결국 'K무비 2.0'은 이전으로 돌이켜서도 안 되고, 돌이킬 수도 없는 여로인 셈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이원재 교수의 다음과 같은 제언은 영화계와 정부당국 등 이해 당사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가 지원만 잘하면 기존 (대기업 위주) 시스템이 복원될 거라는 기대는 실현되기 어렵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중급 상업영화, 독립영화가 배제돼서도 안 됩니다. 새로운 창작-배급-소비 시대로 이미 진입했고, 대기업-멀티플렉스 영화 산업은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이와 별도로 창작 에너지와 새로운 형식·콘텐츠가 끊임없이 나타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필요한 일입니다. 이는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와 미래에도 필요한 일이죠. 그러므로 이 분야는 끊임없이 지원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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