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해양수산부 제공해양수산부가 북극항로 개척 국정 과제 실현 계획을 구체화했지만 추진 과정은 상당한 험로가 예상된다. 특히 올해 9월 계획한 시범운항은 북극항로추진단을 비롯한 해수부 리더십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해양수산부, "9월에 북극 간다" 시범 운항 계획 공식화…'화물 찾기' 급선무
8일 CBS 취재를 종합하면 해양수산부는 북극항로 시범 운항 시기를 오는 9월 전후로 잡았다. 북극은 통상 8월부터 4개월 정도를 얼음이 많이 녹아 바닷길이 열리는 시기로 보고 있다.
해수부가 시범적으로 배를 보낼 곳은 '북동항로'로, 부산에서 출발해 러시아 해역을 지나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향하는 1만 2천㎞의 바닷길이다. 기존 주요 항로인 남방항로에 비해 운항 시간은 10일가량 단축하고 비용은 40%까지 절감할 수 있다는 게 해수부 설명이다.
시범 운항에는 3천 TEU급 컨테이너선을 투입할 예정이다. 통상 북극항로를 항해하는 컨테이너선은 4천 TEU급 전후로, 기존 항로 선박에 비해 선적 화물량이 적은 만큼 상대적으로 운송료가 높은 고부가가치 화물을 다루는 게 선사나 화주 입장에서도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향후 상업 운항은 물론 시범 운항을 통해 기본적인 경제성을 따져보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화물을 맡길 화주를 찾는 게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실제 지난해 10차례 넘게 북극항로를 이용한 중국 역시 5천 TEU 미만의 컨테이너선에 리튬 배터리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유럽으로 운송하며 경제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배 띄우겠다"는 선사는 아직 없어…통항 허가권 쥔 러시아와 협의도 중요 과제
해양수산부가 부산 이전 이후 처음으로 언론 간담회를 열고 올해 업무 계획 등을 발표했다. 중점 추진 과제를 설명 중인 김성범 차관. 송호재 기자선사를 찾는 과정도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수부가 북극항로 시범 운항 계획을 본격화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선뜻 배를 띄우겠다고 나선 선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에서는 계획 초기부터 친환경 연료 등 국제 규범 준수, 쇄빙·내빙 기술 안정화 등 각종 위험과 변수가 많아 운항에 따른 경제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반응이 많았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북극항로에 배를 보내겠다고 먼저 나선 업계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안다. 선사는 물론 화주도 안전이나 경제성 등에서 아직은 부담이 느끼는 게 사실"이라며 "다만 아직 사업 초기인 데다 해수부가 본격적으로 접촉을 시작하고 인센티브 등 조건을 구체화하면 참여 의사를 표현하는 업체는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러시아와의 외교 문제도 당면한 큰 과제로 꼽힌다. 북동항로의 경우 항로 대부분이 러시아 영해에 속해, 통항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고도의 외교적 해법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적인 제재를 받은 러시아 입장에서는 항로를 열어주는 대가로 상당한 수준의 비용이나 조건을 내걸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이다.
해수부는 당장 북극 얼음길이 열리는 올여름까지 시범 운항 준비를 마쳐야 하는 만큼 통항 허가를 위한 러시아와의 협의, 선사와 화주를 확보하기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김성범 차관 역시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외교적 접근을 첫 과제로 언급하기도 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직접적으로 논의를 진행한 선사나 화주는 없고, 해운 업계 차원에서 자체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가능하면 여러 선사가 참여 의향을 가질 수 있도록 업계와 적정 수준의 인센티브를 논의할 예정으로, 최종 참여 업체는 공모 등 절차를 거쳐 정하는 방향으로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서 출범한 북극항로추진본부, 항로 개척 총괄…범정부적 리더십 시험대
부산 동구 해양수산부 본관. 송호재 기자해수부는 올해 부산 이전과 함께 출범한 북극항로추진본부를 통해 항로 개척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현재 추진단은 1급(고위 가등급) 공무원을 단장으로 30여 명으로 구성됐다. 해수부 외에 외교부와 산업통상부 등 여러 관계 부처에서 직원을 파견했다.
하지만 추진본부가 여러 정부 부처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이다. 현재 해양 관련 외교와 조선 등 북극항로 개척에 필수적인 기능들이 외교부 등 각 소관 부처 입장에서도 핵심 업무인 만큼, 해수부가 이 주도권을 완전히 넘겨받아 계획대로 항로 개척에 속도를 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북극항로추진본부는 1급 공무원을 본부장으로 하고 각 부처에서 직원을 파견한 상당히 큰 조직이다. 부처간 업무 협조와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관련 부처 직원을 파견하고 조직을 구성한 것"이라며 "지금은 일을 찾아내고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조직이 자리 잡아가면서 사업도 더욱 속도를 내 차질 없이 과제를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