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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美의 침공이 남긴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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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시론/칼럼

    [칼럼]美의 침공이 남긴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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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연합뉴스
    미국이 결국 베네수엘라를 침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 새벽(미국 동부시각)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공습한 뒤 무장 병력을 투입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생포했다.
     
    트럼프가 내세운 베네수엘라 침공과 마두로 체포 이유는 마약 때문이다. 마두로가 마약 조직의 총수로서 미국에 마약을 수출해 미국의 안전을 해치고 있다는게 트럼프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구실에 불과하다. 베네수엘라가 전임 우고 차베스 대통령 시절부터 반미 국가화되고 중국 및 러시아 등 사회주의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하자 마약 문제를 내세워 침공에 나섰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30여 년 전에도 미국은 그랬다. 지난 1989년  미국은 파나마를 침공해 군부 실권자인 마누엘 노리에가를 생포했다. 그 때도 마약 문제를 내세웠지만 노리에가의 반미 움직임이 밑바닥에 깔려 있었다.

    노리에가는 1970년대부터 미 CIA의 검은 돈을 돈세탁 해주는 등 미국과 협력적 관계였으나 1980년대 들어 쿠바, 소련 등과 가까워지자 미국은 곧바로 파나마를 침공했다.

    노리에가를 그대로 두면 파나마 운하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당시 파나마 운하 운영권은 미국이 갖고 있었다. 파나마 운하를 잃게 되면 미 동부의 해군 전력이 서부 쪽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남미 대륙 끝인 마젤란 해협까지 돌아가야 했다.
     
    미국은 1983년에도 인구 10만명의 카리브해 작은 섬나라 그레나다를 침공했었다.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고 쿠바와 가깝게 지내자 곧바로 침공한 것이다.
     
    이처럼 미국은 중남미 지역을 자신의 '앞마당'으로 인식해 반미 국가가 들어서는 것을 극도로 경계해 왔다. 임계점을 넘었다고 생각되면 군사력을 동원해 체제 전복과 정권 교체도 마다하지 않은 이력을 갖고 있다.
     
    이번 베네수엘라 침공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지난 연말 발표된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에서 중남미 지역을 미국의 최우선 안보이익으로 규정했다. 중남미에서 반미 연대의 핵심으로 활동하고 특히 중국과 협력하는 베네수엘라를 트럼프는 두고만 볼 수 없었다.
     
    하지만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침공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외국에 대해 자국 법 집행을 이유로 군사력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UN 결의도 아니고 자위권이나 상대국의 지원 요청도 없는 일방적 무력 침공이기 때문이다.
     
    설사 마두로의 마약이 문제라면 국제법과 국제 사법 기구를 통하면 될 일이다.
     
    이번 침공으로 드러난 미국의 본심은 베네수엘라에 친미 정권을 수립하는 것이다. 침공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전환(transition)이 있을 때까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쓰는 '전환'이라는 용어는 '정권 교체'를 외교적으로 순화한 말이다. 트럼프는 그러면서 '제2의 공격도 준비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정권 교체에 순순히 응하지 않으면 재차 공격하겠다'는 위협이나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에서 경제적 이익도 챙기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능력 있는 미국의 석유기업들이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를 복구할 것'이라며 '모두 다 되돌려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가 베네수엘라를 접수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강조햇다.
     
    베네수엘라는 원유 매장량 세계 1위 국가다. 이 곳을 미국 석유 기업이 접수해 원유를 뽑아낸다면 미국 기업에 독점적 이익을 보장하고 미국 내 유가도 낮춰 내년 중간 선거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트럼프로서는 '꿩 먹고 알 먹는' 셈이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DNA를 다시 드러낸 이번 침공은 국제 사회에 여러 질문을 던지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무엇이 다른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고 친중 정권을 수립한다면 미국은 뭐라고 반박할 것인가' '미국의 침공과 참수 작전, 정권 교체 시도를 실시간으로 지켜본 북한에게 미국은 핵 포기를 설득할 수 있을까'
     
    그리고 끝내는 '과연 미국은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공유하는 민주주의 국가인가'라는 근본 질문도 던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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