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다 제공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정보라 작가와 SF어워드 대상 수상자인 최의택 작가가 손을 잡고 독특한 집필 방식의 신작 소설을 선보였다.
'이렇게 된 이상 포항으로 간다'는 SF, 스릴러, 공포 등 장르 문학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두 작가가 한 장씩 번갈아 가며 쓴 '릴레이 장편소설'이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합작 방식으로, 정보라 작가는 가해자로 몰린 '보라'의 시선을, 최의택 작가는 피해자 '의택'의 시선을 맡아 이야기를 전개한다.
소설의 모티프는 실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국가사업 '석유 시추공 프로젝트'다. 평생 사기꾼의 타깃이 되어온 보라가 시추공 분양 사기 사건의 가해자로 휘말리고, 그에게 전 재산을 맡겼던 장애인 청년 의택이 보라를 찾아오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서로를 의심하던 두 사람은 결국 진짜 사기꾼을 잡기 위해 천안에서 포항까지 290km에 이르는 여정에 동행하게 된다.
이 작품은 '오토픽션(Autofiction)' 형식을 빌려 몰입감을 높였다. 주인공들의 이름에 작가의 실명을 그대로 사용했으며, 특히 최의택 작가는 자신과 같은 장애를 가진 캐릭터 '의택'을 통해 장애인이 사회에서 겪는 무력감과 편견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정보라 작가 역시 사기 피해자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마음을 담아 캐릭터를 구축했다.
작품 속 여정은 경부고속도로, 낙동강의성휴게소, 안동터미널, 포항 호미곶 등 실제 지명을 따라 세밀하게 묘사되어 '한국형 로드무비'로서의 현장감을 더한다. 국가사업이라는 거대한 명분 뒤에 숨은 사기의 본질과 그로 인해 무너지는 개인의 삶을 블랙 유머와 미스터리 기법으로 풀어낸 점이 특징이다.
정보라·최의택 지음 | 요다 | 2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