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크리스마스를 맞아 들뜬 분위기 속에서도 가장 추운 곳, 가장 낮은 자리에서 소외된 이웃과 성탄의 기쁨을 나누는 이들이 있습니다.
연탄은행의 성탄 연탄 봉사와 다일공동체의 거리 성탄예배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기자]
북한산 자락의 가파른 달동네, 정릉골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특별한 산타들이 찾아왔습니다.
선물 꾸러미 대신 연탄지게를 멘 1백 여명의 '연탄 산타'들은 어깨 가득 연탄을 이고 좁은 골목 구석구석을 누빕니다.
난방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 취약 계층에게 연탄은 선택이 아닌, 추운 겨울을 버티게 해주는 생존의 에너지 입니다.
봉사자들은 연탄 뿐만 아니라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하며 연탄의 온기에 성탄의 기쁨을 더했습니다.
[한희정, 이길용 / 경기도 파주]
-"오늘이 첫 번째 결혼기념일인데, 조금 의미 있게 보내고자 봉사도 하고 기부도 하려고 참여하게 됐습니다. 생각보다 무게감이 있더라고요. 최대한 도움이 되고자 열심히 옮겨 보도록 하겠습니다."
-"(연탄이) 아직 필요하신 분들이 꽤 많고, 연탄의 무게에 대한 의미도 알 수 있게 돼서 좋았습니다. 함께 참여하셔서 따뜻한 마음 나누셨으면 좋겠습니다."
봉사자들이 연탄과 쌀,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연탄은행은 이날 4천 장의 연탄을 에너지 취약계층에 전했다.연탄은행은 올겨울 전국 약 6만 여 연탄 사용 가구에 500만 장의 연탄을 나눈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여파로 아직 절반 가량에 머물고 있습니다.
특히 해가 바뀌는 연초에는 나눔의 손길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한파가 이어지는 1월과 2월, 꽃샘 추위가 찾아오는 4월까지가 가장 큰 고비입니다.
[김현억 부장 / 서울 연탄은행]
"아무래도 경기가 어렵다 보니깐 그동안 (후원이) 좀 많이 부족했던 상황이었고요. 그분들이 4월, 5월까지 연탄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250만 장이라는 연탄을 더 필요로 하고 있어서, 많은 분들이 연초에도 꾸준하게 나눔문화 확산에 대해서 생각을 해주시고, 같이 참여를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연탄은행은 "봉사자들이 땀 흘려 나를 연탄 4,000장은 난방에너지 나눔을 넘어, 꽁꽁 얼어붙은 기부 분위기를 녹이고 남은 400만 장의 기적을 만들어내겠다는 '뜨거운 의지와 도전'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해마다 노숙인과 독거 어르신 등 우리사회 소외 이웃들과 함께 성탄의 기쁨을 나눠온 다일공동체도 38번째 거리 성탄예배를 드렸습니다.
교회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던 노숙인 3명과 시작한 거리 성탄예배는 지금은 수백 명이 함께하는 큰 잔치의 자리가 됐습니다.
예배 참가자들은 하늘 보좌를 버리고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돌아보며 성탄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겼습니다.
[최일도 목사 / 다일공동체]
"하나님이, 말씀이 육신이 되어 이 세상에 오신 분이 바로 예수님이에요. 그 누구보다도 집 없는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 병든 사람들, 이 세상에서 말할 때 '작은 자'라고 불리는 사람들, 소외된 이웃들, 그분들을 위하여 이 세상에 오신 하나님의 아들인 줄로 믿습니다."
서울 동대문구 밥퍼나눔운동본부 마당에서 열린 다일공동체의 38번째 거리성탄예배.특히,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존재로서 그 존재만으로 존엄하다는 사실을 함께 고백하며 만민을 향한 성탄의 사랑을 확인했습니다.
[곽수광 목사 / 프레이즈 개더링 (세계인권선언 낭독)]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출생 등 차별을 받지 않고,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수 있다!"
한편, 다일공동체는 최근 무료 급식소 증축을 둘러싼 동대문구청과의 행정소송 2심에서도 승소하며 밥퍼 사역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다일공동체는 "이번 판결이 "사회적 약자를 품어 온 NGO와 복지기관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길 바란다"며 "가장 연약한 이들이 행정과 법의 잣대로 더 이상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섬김과 나눔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돌봄과 사랑이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된 성탄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합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다일공동체의 '생명의 쌀 이어가기'.[영상기자 이정우 정용현 이선구] [영상편집 김영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