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이씨얼리얼 옥션이어스 홈페이지 캡처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별검사)이 김건희씨 측이 김상민 전 검사로부터 받은 이우환 화백 작품 '점으로부터 No.900298'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그림의 위작 여부를 판단할 중요한 분기점이었는데, 결국 감정이 불발됐다.
1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과수는 이틀 전(9일) 법원에 이 화백의 그림 '점으로부터 No.900298'의 감정이 불가하다는 취지의 회신을 제출했다.
감정 불가의 이유 중 하나는 특검이 해당 그림을 국과수에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 국과수는 감정 불가 회신서에서 "본 사건의 감정을 위해서 감정물과 대조물 실물 확보 후에, 국과수와 절차, 일정, 감정 범위 등에 관해 귀 기관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특검이 해당 그림을 제출하지 않았고, 이를 대조할 원작도 있지 않아 감정이 어렵다는 뜻이다.
국과수는 과거 이 화백의 작품들에 대한 위작 여부를 판단한 경험이 있다. 지난 2016년 국과수는 경찰이 압수한 이 화백의 위작 13점을 진품 6점과 대조해 진위 여부에 대한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앞서 김 전 검사 측은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자마자 국과수의 감정을 요구했다. 김 전 검사 측은 해당 그림은 위작이므로 실질 가치를 기준으로 평가하면 100만 원 미만이라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지난달 17일 감정 촉탁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재판부가 지난달 27일 열린 공판에서 특검 측에 "그림 감정에 협조해달라"고 명령한 바 있다.
다만 특검은 고의로 미제출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검 측은 "법원이 '감정물 제출 장소와 방법 등을 특정해 피고인 측이 특검에 협조 요청하라'고 명령을 했는데, (김 전 검사 측에서) 연락을 전혀 하지 않아 제출을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관련 요청이 오면 제출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하지만 김 전 검사 측은 반발하고 있다. 김 전 검사 측은 "피고인 측이 임의로 감정기관과 연락을 주고 받은 것은 부적절하며, 법원이 감정을 촉탁한 것이기에 모든 행위는 법원을 통하여 이뤄져야 한다"며 "특검은 이 사건 그림의 진위 여부를 증명할 책임이 있음에도 국과수 감정 신청 등 객관적인 조치를 취할 의사조차 없었다. 감정 불가 판정에 대해 특검이 피고인 측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해당 그림은 2023년 2월쯤 김 전 검사가 김건희씨 오빠 김진우씨에 건넨 작품으로, 김 전 검사가 약 1억 4천만 원을 주고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검사는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경남 창원 의창 지역구 공천 경선에서 컷오프됐지만 이후 국가정보원장 법률특보로 임명된 바 있다.
김건희 여사의 친오빠 김진우씨. 박종민 기자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별검사)은 지난 7월 김씨 친오빠 김진우씨 장모 집에서 발견된 해당 그림이 2022년 6월 대만 경매업체에서 3천만 원에 낙찰된 뒤 국내에 반입됐고, 인사동 화랑 등 여러 경로를 거쳐 김 전 검사가 최종 구입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특검은 해당 그림의 위작 여부를 가리기 위해 한국화랑협회와 한국미술풀감정센터 두 곳에 감정을 의뢰했다. 하지만 협회는 '위작'이라고, 센터는 '진품'이라고 각각 판단하면서 위작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해당 그림의 위작 여부는 향후 김 전 검사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품인 것이 드러나고 그림 가액이 100만원 이하로 산정될 경우, 김 전 검사가 청탁금지법 혐의에 대한 처벌을 피해갈 수도 있어서다. 다만 일각에선 진품 여부보다 청탁 및 대가성에 대한 인식이 더 중요해 김 전 검사가 지불한 1억4천만 원이 더욱 핵심 증거로 판단될 것이란 분석도 존재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특검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유죄만을 위한 입증에 치우쳐서는 안된다"며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나 정상도 법원에 제출해 실체적 진실 발견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