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윤창원 기자여당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일원들이 사법개혁 추진 과정에서 거듭 파열음을 내면서 입지가 좁아지는 모양새다. 앞장서 추진하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위헌 소지가 상당하다는 목소리가 당내에서도 점차 힘을 받으면서다.
그럼에도 법사위원들은 '문제될 것 없다'는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추미애 위원장의 경우 해당 법안에 제동을 건 의원들과 언론에 책임을 돌리며 되려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연이은 파열음 아랑곳 않는 與법사위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법사위원들을 향한 성토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닷새 전 법사위가 의결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위헌 논란을 충분히 불식하지 못했다는 점과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른 의원들과 충분히 보조를 맞추지 못했다는 점이 주로 거론됐다고 한다.
일례로, 발언대에 선 한 초선 의원은 "위헌 소지가 없다는 법사위원들의 입장도 일리는 있지만 소수설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며 "이런 중대한 사안이 왜 총의를 거치지 않고 추진되나. 법사위가 당 지도부 위에 있는가"라고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법사위원들은 '독단적인 결정이 아니었다'며 항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9일 오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해 동료 의원들과 인사나누고 있다. 황진환 기자법사위 소속 한 여당 위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도부와 잘 소통하고 있다"며 "의원총회에서도 정청래 대표, 추미애 위원장, 김용민 의원 모두 법사위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통과를) 독단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다른 법사위원은 나아가 "의원총회를 통해 오해가 풀린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추미애 위원장은 한발 더 나아갔다. 추 위원장은 9일 김어준씨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내란전담재판부엔 '위헌 소지'가 아니라 '위헌 시비'가 있을 뿐이라며 "민주당이 너무 쫄아서 훅 가려고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언론이 '이 법은 문제 있는 법이야'라고 소란을 만들었다"고 했다.
위헌 소지가 있다는 여러 언론의 지적을 '소란'으로, 속도조절에 나선 당을 두고는 '겁 먹었다'고 주장하며 법사위를 향한 비난의 화살을 밖으로 돌린 셈이다.
법사위 강경 행보에 與서도 불신 고조
일각에서는 법사위 차원에서 전략 수정이 어려운 배경으로 위원 상당수가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업고 내년 지방선거에 도전하려 한다는 점을 꼽기도 한다. 추 위원장과 김용민 의원은 경기도지사 후보군으로, 전현희·서영교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군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위원장이 안경을 만지고 있다. 윤창원 기자특히 추 위원장은 지난 8월 법사위원장 부임 당시 지방선거 출마 준비를 이유로 연말까지 위원장 직을 수행하겠다는 의사를 당 지도부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현희 의원은 지난 1일 최고위원 직을 내려놓으며 지방선거 출마를 사실상 암시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법사위 운영에 대한 의구심이 그치지 않고 있다. 다른 상임위 소속의 한 율사 출신 여당 의원은 "법사위가 무엇을 추진하면 다른 의원들은 '이미 협의가 끝났구나' 하고 신뢰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선 상당 부분 의구심이 들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