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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 소년범죄로 은퇴는 가혹? 시민들에게 물어보니

사회 일반

    조진웅, 소년범죄로 은퇴는 가혹? 시민들에게 물어보니

    [길거리인터뷰]
    응답자 대다수 "복귀 불가"…성범죄·성인후 범죄에 대한 엄격한 평가
    일각선 "'어렸을때 저지른 일로 평생 기회 박탈하는 건 지나쳐" 반론

    연합뉴스연합뉴스
    조진웅 배우의 은퇴 선언을 둘러싼 논란이 연예계를 넘어 여의도로 옮겨붙으며, '청소년기 잘못의 책임 범위'와 '형평성'을 두고 엇갈린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한 쪽에서는 "소년범죄 공개가 법취지에 어긋난다. 청소년기 잘못을 언제까지 책임져야 하느냐"며 옹호론을 폈지만, 다른 쪽에서는 "학폭 가해자도 대입 불이익을 받는다"면서 소년범도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그렇다면 시민들은 소년범 전력이 있는 이 배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CBS노컷뉴스 인턴기자들은 지난 9일 서울 주요 업무지구인 여의도, 강남구, 광화문 일대와 대학가, 주거지역에서 20대부터 70대 시민 20명을 만나 조진웅 씨의 은퇴를 둘러싼 쟁점들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은퇴로 책임진 것" vs "사과 없이 회피"

    배우 조진웅이 성범죄 의혹에 휩싸인 직후 돌연 은퇴를 선언하자 시민들은 이를 두고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책임을 지는 모습"이라며 그의 선택을 존중하는 반면, 또 다른 시민들은 "피해자 사과도 없이 조용히 사라진 것일 뿐"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성모 씨(29·자영업)는 은퇴를 책임의 표현으로 봤다. 그는 "조진웅은 몇십 년간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고, 은퇴하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며 "사회가 다수의 힘으로 또 한 사람을 매장하는 건 지나치다"고 말했다. 은퇴 자체를 '스스로 무대에서 내려오는 용기'로 보는 입장이다.

    반면 전효선 씨(65·주부)는 "논란이 불거지자마자 확정도 안 된 사안을 두고 은퇴부터 하고 보는 건 오히려 수상하다"며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 사과 없이 자취를 감춘 점에서 책임이 아니라 회피로 보인다"라고 했다. 비슷한 시각에서 반모 씨(33·직장인)도 "피해자에게 사과 없이 한 성의 없는 은퇴는 결국 논란이 지나가길 바라는 자기방어"라고 꼬집었다.

    신모 씨(34·프리랜서 작가)도 "피해자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왜 제3자가 나서서 감싸느냐"며 "강도, 폭행, 강간이 '청춘'이나 '미담'이 될 순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강도·강간처럼 중한 범죄를 두고 '은퇴했으니 됐다'는 식의 면죄부를 줄 수 없다는 뜻이다.

    유모 씨(43·전 단역배우)와 박모 씨(45·직장인)는 은퇴 여부를 떠나 "아예 복귀 자체가 불가능한 죄질"이라고 선을 그었다. 유 씨는 "강간은 실수가 아니다. 그런 사람이 뻔뻔하게 드라마에서 성폭행범을 응징하는 경찰 역할을 맡은 걸 보는 피해자의 심정을 생각해 본적 있냐고 묻고싶다"고 했고, 박 씨는 "강도·강간 전과는 살인 바로 아래 단계"라며 "그가 용서된다면 다른 범죄자들과의 형평성 논란도 불거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일대. 양지훈 인턴기자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일대. 양지훈 인턴기자

    "어릴 때 죄라 해도…성범죄만큼은 용서 안 돼"

    소년범에게도 재기의 기회를 줄수는 있지만 어떤 범죄이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특히 성범죄 등 강력 범죄는 소년범이라도 엄격한 잣대로 다뤄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었다.

    문양금 씨(63·우유배달원)는 "어렸을 때 저지른 잘못으로 평생 매장 당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고 말하면서도, 자식이 있는 입장에서 살인·강간 같은 범죄를 떠올리면 "말만 들어도 몸이 부르르 떨린다"며 선을 그었다. 고태엽 씨(68·복권가게 운영)도 "어릴 때 잘못은 반성과 노력으로 어느 정도 용서할 수 있다"면서도, 성범죄만큼은 "피해자 인생을 망치는 일이라 '어린 시절 실수'로 부를 수 없다"고 했다.

    젊은 세대일수록 피해자 중심성에 더 무게를 두는 경향을 보였다. 황나은 씨(25·금융업 종사자)는 "(범죄 의혹이) 사실이라면 아무리 오래전 일이라도 책임져야 하고, 매장당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하면서 "용서를 결정할 사람은 사회가 아니라 피해자"라고 짚었다.

    이연수 씨(24·가명·대학생)는 소년보호처분 제도의 취지와 성범죄의 특수성을 함께 짚었다. 그는 "소년보호처분은 재사회화를 위한 제도라, 처분 이후로 계속 잘 살아왔다면 어느 정도 목적은 달성된 것"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성범죄는 "피해자가 평생을 고통 속에 사는 범죄"인 만큼, 연예인처럼 대중 앞에 서는 직업이라면 "더 엄격한 기준을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우 씨(41·가명·교사)는 "중요한 건 시간보다 '그 이후 어떻게 살았느냐'"라며, 성인 이후 폭행·음주운전 의혹까지 드러진 상황에서 "사람들이 소년범 교화론을 쉽게 믿기 어려운 지점에 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권유빈 인턴기자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권유빈 인턴기자

    "강력범죄와 성인범죄는 '알 권리' 우선" 압도적

    조진웅 사건의 핵심 쟁점인 '소년범 전과 공개'와 '성인 이후의 행적'을 두고 시민들의 의견은 "흉악 범죄와 재범에 성역은 없다"는 쪽으로 모아졌다. 소년 시절 범행 사실은 단순 과거를 들추는 것이 아닌, 대중의 관심과 애정을 담보로 하는 '준(準)공인'인 연예인의 도덕성과 직결된 문제라는 인식이 뚜렷했다.

    직무 수행과 과거 범죄의 연관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전직 단역배우 유모(43) 씨는 "채용 면접에서 치명적인 단점은 공개돼야 한다. 연예계 입성 기준도 마찬가지"라면서 "만약 내가 과거 아동 성폭행 이력이 있고 죗값을 치른 뒤 성실하게 살았다고 가정할 때, 당신의 자녀를 내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유 씨는 "사람들은 과거의 단점에 꽂히는 것이 아니라, 강간처럼 인간 존엄을 짓밟은 범죄는 '극복'이나 '실수'의 영역이 아니기에 신뢰할 수 없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처럼 연예인은 고위공직자나 언론인처럼 대중적 영향력이 있는 만큼 공인에 준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 우세했다. 박진원(29·가명·금융업 종사자) 씨 역시 "대중 앞에 서는 연예인은 '가면'이 벗겨졌을 때 오는 배신감이 크다. 현재 이미지가 좋다고 해서 심각한 죄질까지 용서받을 순 없다"고 지적했다. 이연수(24·가명·대학생) 씨도 "공적인 평가를 받는 위치라면 더 엄격한 기준을 감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조 씨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이어진 폭력 의혹에에 대해선 특히 '알 권리'를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모(38·직장인) 씨는 "소년범 시절은 그렇다 쳐도, 성인이 된 후에도 폭행 피해 증언이 나오고 있다면 갱생이 안 된 것"이라며 "30년 전 일을 덮어두는 것이 아니라, 30년 동안 자기합리화하며 살아온 위선을 걷어내는 과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수강도강간 같은 희귀 흉악 범죄를 일반적인 '실수'로 물타기(본질 희석)해선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박모(45·직장인) 씨도 "이후에도 음주운전과 폭행 사건이 있었다면 참회의 흔적이 없는 것"이라고 해석했고, 반모(33·직장인) 씨 역시 "미투 운동처럼 당시 권력 관계 때문에 터지지 않았던 여죄가 이제야 드러난 것일 수 있다"며 추가 의혹 규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 숭실대 정문 앞. 양지훈 인턴기자서울 동작구 상도동 숭실대 정문 앞. 양지훈 인턴기자

    일부선 "소년범죄로 평생 기회 박탈은 가혹"

    일각에서는 '영구 낙인'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우리 사회가 소년법의 취지를 되새겨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이재우(41·가명·교사) 씨는 교육 현장의 경험을 떠올렸다. 그는 "학교에서 충격적인 행동을 했던 아이들도 마음을 열고 변화하는 것을 분명히 목격한다"며 "단 한 번의 실수로 그 아이의 인생 전체를 닫아버리는 '사회적 살인'은 우리가 할 역할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이 씨는 "20년 가까이 사회적으로 큰 잘못 없이 살아온 시간과 노력까지 무시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전효선(65·주부) 씨 또한 "사실 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매장하는 것은 마녀사냥이 될 수 있다"며 우려했고, 문양금(63·우유배달원) 씨 역시 "어렸을 때 저지른 일로 평생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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