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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예사 1인 1전시?…격무에 시달리는 경기도박물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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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예사 1인 1전시?…격무에 시달리는 경기도박물관·미술관

    3년 새 박물관·미술관 관람객 각 5만 명씩 늘어
    관람객 눈높이 맞춰 전시 수도 증가…
    학예사 "흥미 위주, 가벼운 전시 늘어나"
    유물‧전시품 연구라는 기관의 목적 지켜내야만

    ·경기 안산시 경기도미술관에서 지난달 19일부터 열린 '2025 경기작가 집중조명 작은 것으로부터' 전시 일부분. 200평의 전시실을 사용해 현재 진행 중인 전시 중 가장 큰 규모다. 김수진 기자경기 안산시 경기도미술관에서 지난달 19일부터 열린 '2025 경기작가 집중조명 작은 것으로부터' 전시 일부분. 200평의 전시실을 사용해 현재 진행 중인 전시 중 가장 큰 규모다. 김수진 기자
    경기도를 대표하는 경기도박물관·미술관의 최근 관람객과 전시 횟수가 크게 늘어난 반면 전시 담당 인력은 수년째 늘지 않으면서 격무를 호소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  

    유물과 전시품 연구도 병행해야할 학예연구사들이 최소 인력으로 쉼없는 전시 일정을 소화하다보니, 보다 깊이있는 전시를 마련할 여건도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도박물관 전시 담당자는 매년 단 '3명'뿐


    경기 용인시 경기도박물관 전경. 김수진 기자경기 용인시 경기도박물관 전경. 김수진 기자
    경기도박물관은 오는 12월 중순 개최하는 '안중근 의사 유묵 전시회'를 포함해 올해만 총 4건의 특별 전시를 진행했다. 2023년 11만 명이던 관람객 수는 올해 10월 기준 16만 명으로 5만 명 이상 늘었다. 개최를 앞둔 전시 1건을 제외하더라도 전년 대비 150%를 넘긴 수치다.

    그러나 전시 담당 학예사는 여전히 3명뿐이다.

    전시 한 건당 억대 예산은 물론 100점 가까운 유물이 투입되지만, 이를 기획하고 관리하는 담당 학예사는 오로지 1명이다. 인당 1개 이상의 전시를 담당하고 있다.

    경기도박물관 직원 A씨는 "3년 넘게 학예사 인원이 9명, 이 중 3명밖에 전시 담당자가 없어 연이은 전시마다 피와 살을 갈아 넣고 있다"며 "나머지 6명은 6만여 점의 소장 유물을 연구·관리하거나 교육을 진행해, 전시를 도와줄 여력이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다수의 박물관은 비슷한 거 같다며 씁쓸해하는 학예사도 있었다. 한 학예사는 "전시를 급급하게 준비하면 오랜 시간을 들인 더 나은 품질의 전시를 제공하기는 어려워진다"며 "최근 관람객도 크게 늘었고 한류 등으로 전시 기대감도 높아졌지만, 인력이 부족해 학술보다 흥미 위주 전시만 진행되는 추세"라고 아쉬워했다.

    경기 용인시 경기도박물관. 김수진 기자경기 용인시 경기도박물관. 김수진 기자
    한류 문화에 대한 관람객들의 기대와 눈높이도 높아진 만큼, 전시마다 연구 병행에 충분한 시간과 예산을 들일 수 있도록 경기도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학예사 B씨는 "경기도의 문화는 경기도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문화의 보고'가 돼야한다"며 "170%를 넘긴 포화 상태의 수장고 문제는 물론, 이 유물을 연구할 시간과 인력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시 하나당 인력이 3명은 따라붙을 수 있어야 연구와 기획, 교육의 3박자를 완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박물관은 수년째 기간제 전시 담당 인력도 충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출연금 등 예산 내에서는 인건비를 넣을 수 없어서 전시 담당 계약직을 채용할 수는 없는 실정"이라며 "대행 위탁 사업 또는 외부 지원을 통해서만 해당 분야 기간제 채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경기도미술관, 인력 그대로지만 '전시 수 2배'


    경기 안산시 경기도미술관 전경. 김수진 기자경기 안산시 경기도미술관 전경. 김수진 기자
    경기도미술관의 사정도 크게 다른지 않다. 관람객 수는 지난 2023년 15만 명에서 올해 11월 기준 20만 명으로, 130% 넘게 늘었다.

    경기도미술관에 따르면 방문객의 90%가 발권 후 관람까지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미술관 관계자는 "우리 미술관은 관람객들이 전시를 관람하러 미술관을 방문한다기보다, 일상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다"며 "바로 옆 안산 화랑유원지에 산책을 왔다가 들리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전시 횟수는 2배 넘게 늘었다. 올해 상설 전시를 포함해 총 9건의 전시가 마련됐다. 이 가운데 200평 규모 이상의 대형 전시(전시실 2~3개 사용)는 3건이다. 특히 신진 작가를 위한 '옴니버스 전'과 청년 예술인 지원을 받는 작가들의 '청년 생존기' 등이 기획되면서 관람객의 다채로운 경험은 물론 경기도 내 작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규모와 상관없이 전시 기획 담당은 1명이 맡고 있다. 학예 연구실 인원도 수년째 8명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이 중 실제로 전시를 담당할 수 있는 인원은 7명이다. 올해 9건의 전시가 진행된 점을 감안하면 1명이 1건 이상의 전시를 맡은 셈이다.

    한 미술관 관계자는 "전시 대부분 1명의 학예사가 담당·기획하고, 드물지만 최대 2명까지 공동 진행한다"며 "1명이 사전 조사, 작가·작품 섭외부터 운송, 설치, 공간 조성, 작품·관람객 보호, 홍보, 안내 자료·도록 제작을 모두 맡는다"고 하소연했다.

    전시는 늘었지만 여전한 담당자 수로 과업이 이어지자 향후 전시 횟수 증가는 물론 유지조차 난감한 처지다.

    또 다른 미술관 관계자는 "학예사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 2종의 전시를 연달아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며 "홍보나 시설, 방호 등 지원 인력 확보도 충분한 예산이 배정되지 못하면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시는 짧으면 1년, 길게는 2년 이상 소요되는 준비 기간을 갖는다. 매해 인당 1개 이상 진행하기는 쉽지 않다"며 "다른 업무로 특별전을 맡지 않는 인원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미술관은 내년도에 전시실 전체를 활용하면서 전시 횟수는 줄이고 규모는 키워, 학예 인력을 2명씩 투입하는 고육지책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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