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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쩌민, 쩡칭홍 그리고 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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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 리포트]

    베이징의 상징인 자금성 옆에 중난하이(中南海)는 우리로 따지면 청와대와 같은 곳이다.

    중국 최고 지도자인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비롯해 원자바오 총리 등 집단지도체제를 구성하는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이곳에서 살면서 업무도 본다. 중국 권력 핵심의 집단 거주지라고 할 수 있다.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거주하며 업무를 보는 이곳에 상무위원이 아닌 몇 명의 핵심 원로 지도부가 함께 거주하고 있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과 지난 17대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전격적으로 상무위원자리를 양보했던 쩡칭홍(曾慶紅) 전 국가부주석도 이곳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 사람이 중난하이에서 살고 있는 것은 여전히 권력의 핵심에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두 사람의 막후 실세 이외에 완리(萬里.93) 전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도 이곳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완리는 중국 공산당 8대 원로에 꼽히는 인물로 덩샤오핑과 함께 개혁개방 정책을 절대적으로 지지했던 인물로 꼽힌다. 과거에 ''식량이 필요하면 자오쯔양(趙紫陽)을 찾고 쌀이 필요하면 완리를 찾으라''는 말이 있었을 만큼 존경받는 대표적인 원로이기도 하다.

    국가 최고 지도자를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퇴임 이후 거주할 마땅한 집조차 없어 당시 지도부에서 완리 동지는 끝까지 중난하이에서 머물 수 있도록 하자고 합의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 원로 지도부 세사람, 최근 모습 드러내

    공식 지도부가 아니면서도 중난하이에 머물고 있는 이 세 사람이 최근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장쩌민 전 주석과 쩡칭홍 전 국가부주석은 지난 1일 국경절 열병식 당시 천안문 성루에 올라 다른 지도자들과 함께 열병을 참관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그러나 완리는 국경절 기념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건강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해졌다. [BestNocut_R]

    그런 완리가 지난 9일 아들인 완지페이(萬季飛) 중국무역촉진회 회장과 함께 톈진(天津)을 방문했다. 장가오리(張高麗) 톈진시 당 서기와 황싱궈(黃興國) 시장 등 톈진시 당정 간부들이 모두 완리를 맞았고 텐진일보(天津日報)에는 이들이 함께 촬영한 사진이 실렸다.

    완리는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있었지만 시내를 둘러볼 정도의 건강은 유지하고 있었고 텐진의 개혁 개방 정책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완리가 적어도 건강때문에 국경절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홍콩의 명보와 핑궈일보는 ''완리의 이같은 행보는 국경절 행사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중국 지도부의 좌편향 정책을 비판하고 개혁개방을 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 ''완리, 당이 개혁 후퇴막고 있다''는 행보라고 해석

    얼마 전 인터넷 상에 ''중국 공산당의 민주화를 촉구하는 늙은 당원의 글''이 완리의 글로 추정됐던 것도 완리의 이같은 정치적 성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글은 중국에 다당제 정치제도를 도입하고 공산당이 과거에 잘못된 정책에 대해 솔직히 반성하고 과거 사건을 용기있게 재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 글이 화제가 되자 뒤늦게 완리가 쓴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완리의 글이거나 그의 주장을 담은 글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국경절 행사에 대해서도 그는 당이 쓸데없는데 돈을 쏟아부으며 과시용 행사를 하고 있다고 불만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톈진을 방문한 것은 베이징에서 가깝기도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새로운 개혁개방의 전초기지가 되고 있는 톈진의 상징성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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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정치를 연구하는 베이징대 샤예량 교수는 덩샤오핑이 1992년 선전과 주하이, 상하이 등을 방문하는 이른바 남순강화를 통해 개혁개방의 불씨를 다시 지핀 것처럼 그는 개혁의 후퇴를 막고 당이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것을 비판하기 위한 행보를 보인 것으로 해석했다.

    샤 교수는 다만 현재 중국정부가 언론을 강력히 통제하면서 완리의 진의를 알 길이 없는 것이 유감이라고 말했다.

    중난하이에 함께 살고 있는 장쩌민과 쩡칭홍 그리고 완리의 전혀 다른 행보는 향후 중국이 가야 할 길을 둘러싼 권력 내부의 이견을 보여주는 상징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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