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AI(인공지능)칩 선두주자인 엔비디아가 차세대 로보틱스 칩 모듈을 공개하면서 로봇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에 공개한 제품은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는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며 '피지컬AI' 시대를 열 수 있는 핵심 기술로 꼽히는데, 이는 반도체 산업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어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로봇의 챗GPT시대' 목전…엔비디아, 차세대 로봇두뇌 공개
엔비이다는 최근 '로봇 두뇌'로(robot brain) 이름 붙인 차세대 로보틱스 칩 모듈인 '젯슨 AGX 토르'(Jetson AGX Thor)를 개발자용 패키지로 판매한다고 밝혔다.
개발자들은 이 칩을 이용해 로봇을 제작할 수 있고, 기업이 개발자 패키지를 사용해 로봇 시제품을 제작하면 양산을 위해 '토르 T5000' 모듈을 이용할 수 있다고 엔비디아는 부연했다.
로보틱스는 엔비디아가 향후 가장 큰 성장 동력으로 삼는 산업이다. 엔비디아 젠슨황 CEO(최고경영자는) 올해 초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5' 개막에 앞서 진행한 기조연설에서 "로봇의 '챗GPT 시대'가 오고 있다"며 '로봇시대의 개막'을 선언한 바 있다.
황 CEO는 당시 AI가 소프트웨어를 넘어서 로봇과 자율주행차 등 기기를 통해 실제 세계에서 움직이고 스스로 판단하는 것을 '피지컬AI'로 정의하며 이를 손쉽게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인 '코스모스를 공개했고, 코스모스에 추론 능력이 더해진 '아이삭 GR00T'를 이어서 내놓은 바 있다.
코스모스가 엔비디아의 로봇 소프트웨어 시장의 진출을 알렸다면 차세대 로보틱스 칩 모듈은 엔비디아가 로봇 개발에 필요한 전 주기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로봇 칩이 엔비디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에 그치지만 성장세는 매우 거세다. 27일(현지시간) 엔비디아가 발표한 2분기 실적을 보면 로봇 부문 매출(5억8600억 달러)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69% 증가하며 엔비디아의 주요 사업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성장률을 보였다.
지난 6월 주주총회에서 "AI와 로봇은 회사의 성장 기회 중 가장 큰 분야"라고 언급한 황 CEO는 이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도 로봇 시스템과 자율주행차를 포함한 '피지컬AI'에 대해 "큰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비디아 新로봇칩 탑재 소캠, 마이크론이 가장 먼저 승인
엔비디아 로고. 연합뉴스엔비디아가 로보틱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제2의 HBM(고대역폭메모리)'으로 불리는 소캠(SOCAMM.Small Outline Compression Attached Memory Module) 시장 잠재력에 대한 기대가 크다.
소캠은 D램(LPDDR) 기반의 모듈형 저전력 메모리인데 교체가 불가능한 통상 D램과 달리 교체가 가능하고, HBM보다 전력 소모가 적다. 가격은 HBM의 3분의 1수준일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선 로보틱스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소캠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 업체 마켓리서치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소캠을 포함한 저전력 D램 시장은 2026년부터 2033년까지 연평균 8.1%씩 성장해 258억달러(우리돈 약 35조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해당 시장에서 국내 업계가 다소 주춤한 상황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엔비디아에 납품되는 소캠은 마이크론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빨리 양산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최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3분기 중 본격적으로 소캠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SK하이닉스도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효율을 개선한 서버용 소캠의 연내 공급을 시작하고, 비용효율성을 강화한 GPU용 GDDR7의 경우 16Gb 제품뿐 아니라 24Gb 제품도 준비해 AI 메모리 시장에서의 우위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연구원 김양팽 반도체 전문연구원은 "신시장은 선점이 중요한데 (소캠 시장은) 국내 업체가 선점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픈 부분이 있지만 마이크론이 이를 독점할 수 있을 정도의 캐파(생산능력)을 갖추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 시장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3파전'이 될 것"이라며 "자국 우선주의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미국 기업에 대한 소비를 늘려야 한다는 압박도 일부 작용하겠지만, 이런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빠르게 후발주자로 해당 시장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