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외신들은 27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 항일전쟁 승리 80주년 열병식' 참석을 확정한 소식을 주요 기사로 보도하고, 집권 이후 처음으로 다자 외교무대에 나서는 점에 주목했다.
외신들은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 결정을 이례적인 행보로 평가했다. 2011년 집권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 등과 정상회담을 가진 적은 있었으나 모두 양자 회담에 그쳤고, 정상급 다자 외교무대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의 첫 다자 외교 데뷔"라며 상징성을 강조했다.
BBC는 이번 참석을 '획기적'(landmark)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중국의 승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하는 것은 1959년 이후 66년 만으로, 2015년에는 최룡해 당시 노동당 비서가 참석했으나 이번에는 김 위원장 본인이 직접 나서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또 외신들은 이를 북·중 관계 복원의 강한 의지를 드러낸 행보로 해석했다.
AP통신은 "중국은 오랫동안 북한의 최대 교역국이자 원조국이었지만, 최근 몇 년간 양국 관계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며 "북한이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에 주력했으나, 경제적 한계와 불확실성 때문에 결국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 대외무역의 97%가 중국과 이뤄지고 있다"며 "북한이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선 중국과의 협력 복원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도 김 위원장이 다국적 정상들이 모이는 외교무대에 데뷔할 기회를 잡았다고 보도하면서도, 이번 방중이 러시아와의 협력 기조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외신들은 나아가 이번 방중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외교 재개를 염두에 둔 전략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김 위원장과의 대화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는데,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손잡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대미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다지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AP통신은 "북한은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중국과 관계 강화에 나설 수밖에 없으며,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를 재개할 경우 더 큰 양보를 끌어내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레이프-에릭 이슬리 이화여대 교수는 AP에 "김정은은 힘 있는 위치에서 트럼프와의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시진핑과 관계 회복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열병식 참석은 이를 위한 눈에 띄는 방식"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