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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폭우·가뭄·산불 동시 다발'…"극단적 기상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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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 '폭우·가뭄·산불 동시 다발'…"극단적 기상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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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요약

    영서 폭우·영동 가뭄에 산불까지 기상 양극화 뚜렷
    7~8월 강수량 영서와 영동 지역별 최대 5배 차이
    고온건조 '푄현상'에 극심한 더위, 강수량 부족한 동해안
    전문가 "온실가스 감축·재난 안전망 동시 필요" 강조

    26일 오전 7시 21분쯤 화천군 사내면의 한 도로에서 전신주가 넘어져 경찰과 소방 등 관계당국이 안전 조치를 벌였다. 강원소방 제공26일 오전 7시 21분쯤 화천군 사내면의 한 도로에서 전신주가 넘어져 경찰과 소방 등 관계당국이 안전 조치를 벌였다. 강원소방 제공
    강원 영서지역에 폭우가 쏟아진 26일, 영동지역은 극심한 가뭄에 더해 산불까지 발생하며 강원 전역이 '기상 양극화 현상'으로 몸살을 앓았다.

    시간당 74㎜에 달하는 장대비가 내린 화천군 사내면은 전날 밤부터 내린 폭우에 피해가 잇따른 반면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낸 강릉지역은 단 1㎜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영서 폭우·영동 가뭄…강원 전역 자연 재해로 '몸살'

    26일 오전 7시 21분쯤 화천군 사내면의 한 주택이 침수돼 소방당국이 배수 작업을 벌였다. 강원소방 제공26일 오전 7시 21분쯤 화천군 사내면의 한 주택이 침수돼 소방당국이 배수 작업을 벌였다. 강원소방 제공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21분쯤 화천군 사내면의 한 주택이 침수돼 소방당국이 배수 작업을 벌였다. 같은날 오전 7시 21분쯤 화천군 사내면의 한 도로에서 전신주가 넘어져 경찰과 소방 등 관계당국이 안전 조치를 벌였다.

    전날 오후 9시 16분쯤 화천군청 인근 도로 공사 현장에서 간이화장실 구조물이 도로에 떨어졌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당국이 출동하기도 했다.

    전날부터 이날 오전 11시까지 내린 비의 양은 사내(화천) 144㎜, 철원 113㎜, 신북(춘천) 57.3㎜, 해안(양구) 55㎜, 홍천 44.5㎜로 집계됐다.

    반면 극심한 가뭄으로 기우제까지 지내던 강릉은 이날 불과 1㎜의 강수량에 그쳤다. 속초 19㎜, 양양 하조대 17.5㎜ 역시 영서 지역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수치다.

    삼척에서는 '여름 산불'까지 발생했다. 이날 오전 6시 53분쯤 삼척시 가곡면 오목리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해 산림당국이 헬기 11대와 장비 56대, 인력 200여 명을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이번 산불은 전날 70대 주민이 말벌집을 태우려다 야산으로 불이 옮겨 붙었던 곳에서 재발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영서·영동 강수량 차이 '최대 5배'…푄현상 영향

    극한 가뭄으로 바닥까지 드러난 강릉 오봉저수지. 전영래 기자극한 가뭄으로 바닥까지 드러난 강릉 오봉저수지. 전영래 기자
    영서와 영동의 극단적 차이는 강수일수와 강수량 비교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기상청 관측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날까지 영서지역은 철원 23일, 원주 20일, 춘천·홍천 19일 동안 비가 내렸다. 반면 영동은 동해 18일, 속초 15일, 강릉 14일에 그쳤다.

    누적 강수량은 철원 583.5㎜, 춘천 528.6㎜, 홍천 368.5㎜, 원주 340.4㎜, 속초 244.4㎜, 강릉 169.3㎜, 동해 114.2㎜였다. 철원과 동해의 강수량 차이는 무려 5배를 넘었다.

    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에 위치해 고온 다습한 수증기가 다량 유입되면서 많은 비를 뿌린 영서지역과 달리 영동지역의 경우 '푄현상'이 가뭄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푄현상은 바람이 산맥을 넘으며 고온건조해지는 현상을 일컫는데, 올해 여름 태백산맥을 넘은 남서풍이 영서지역에 비를 뿌리고 영동지역으로 넘어가면서 극심한 더위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기상 현상의 경우 북쪽 찬 상층골이 지나가며 영서지역에 많은 비가 내린 반면 영동지역은 푄현상으로 동쪽에서 강수를 뿌리고 넘어오면서 강수량이 적었다"고 설명했다.

    "기후위기 전형, 온실가스 감축·사회 안전망 병행해야"

    강릉시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 상류. 연합뉴스강릉시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 상류. 연합뉴스
    집중호우와 가뭄, 산불이 동시에 발생하는 기상 양극화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기후위기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위원(기후넥서스 대표)은 "지구 온난화로 대기 온도가 올라가면서 강수 패턴이 왜곡되고 증발량이 늘고 있다"며 "어떤 지역은 폭우로 범람하고 다른 지역은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리는 극단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지구 온도 상승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사회가 극단적 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안전망이 필요하다"며 "특히 노약자·취약계층이 주거·물·에너지 등 필수 자원에 안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재난 안전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위원은 "강원도는 산불과 가뭄 등 기후재난에 취약한 만큼 특별자치도의 지위를 활용해 독자적이고 선제적인 기후·에너지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게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중·장기적 관점으로 봤을 때 동해안에 들어선 대형 화력발전소들이 물 부족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위원은 "발전소는 터빈을 돌리기 위해 반드시 담수를 써야 하고, 지하수·하천수를 활용한다"며 "평상시에는 문제가 없지만 가뭄 시기에는 농업·생활용수와 충돌해 물 부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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