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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교 문법 깨는 트럼프…李대통령 외교력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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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정상회담①

    오늘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은 이재명 대통령이 표방하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 의제들은 무엇 하나 쉽지 않다. 한미 관세 협상의 빈 칸을 원자력, 조선, 반도체, 디지털 규제 등 주요 현안으로 메워야 한다. '안보 청구서'도 관심사다. 미국이 주장하는 '동맹 현대화'의 여파로 주한미군의 역할이나 한국의 재정적 부담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 미국의 '중국 견제' 기조와도 연결되는 만큼 실용외교를 표방한 이 대통령의 외교력에 관심이 쏠린다.

    오벌 오피스 언론 질답도 생중계…'트럼프식' 정상외교 문법 파괴
    돌발상황 가상 시나리오 점검하고 '트럼프 전문가' 강경화도 배석
    "잘못된 발언 즉각 수정 않고 디테일은 실무급으로, 실리는 뒤에서"

    백악관이 공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럽 정상들 간 비공개 대화 장면 사진. X 캡처백악관이 공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럽 정상들 간 비공개 대화 장면 사진. X 캡처
    ▶ 글 싣는 순서
    ①외교 문법 깨는 트럼프…李대통령 외교력 시험대
    ②최대 의제 '동맹 현대화'…어떤 전략 구사할까
    ③조선·반도체부터 원전까지…한미 산업 협력 분수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불러 공개적인 굴욕을 안겼다. 그는 "당신은 카드가 없다", "무례하다"는 모욕적인 말을 쏟아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매체에게 복장 지적까지 받았다. 결국 젤렌스키 대통령은 예정된 오찬도 하지 못하고 쫓겨나듯 백악관을 떠났고 회담은 최악의 외교참사로 기록됐다.
     
    지난 5월 백악관을 찾은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아공의 '백인 농부 집단 살해' 의혹을 거론하며 생중계 카메라가 돌아가는 가운데 관련 영상을 재생했다. 영상의 일부는 남아공과 무관한 장면인 가짜뉴스로 드러났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상황별 시나리오 준비한 李…'트럼프 전문가' 강경화도 배석

    연합뉴스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좌를 위해 25일 미국에 도착했다. 외국 정상과의 만남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두드러지는 특징은 회담의 앞부분을 언론에 그대로 공개한다는 것이다.

    모두발언을 한 뒤 취재진에 퇴장을 요구할 때까지 언론의 질문도 받는다. 젤렌스키, 라마포사 대통령의 사례처럼 기습적으로 상대방을 압박하는 모습이 생중계되기도 한다.
     
    이처럼 기존 정상외교 문법을 파괴하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이 대통령은 회담 직전 외부 일정을 최소화한 채 순방 준비에 집중했다.

    앞선 사례들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에 망신을 줄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지만, 과장된 투자금액을 요구하거나 미국 매체가 돌발 질문을 던질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과정에서 돌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 노하우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본인의 경험을 소개한 정도이고 조언은 우리가 추출해야 하는데 그런 경험들은 유용하다"며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좋은 참고가 될 정도"라고 전했다.
     
    이번 정상회담에는 주미대사로 내정된 강경화 전 장관이 이 대통령을 수행할 예정이다. 앞서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이혁 주일대사 내정자가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배석했다. 강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시절 모든 한미 정상회담에 배석해 트럼프 스타일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로 분류된다.
     

    "디테일은 실무급으로 넘기고…리얼리티쇼라고 생각"

    연합뉴스연합뉴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이른바 '트럼프 공략법'을 소개하며 △화려하고 설명하기 쉬운 거래를 준비할 것 △리얼리티TV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할 것 △아부는 적절한 선에서만 할 것 △어떤 합의든 돌연 바꿀 수 있기에 거래가 끝났다고 생각하지 말 것 등을 조언했다.
     
    미국내 전문가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된 발언을 즉각 수정하지 말 것을 제안하며 비슷한 조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2만 8천명 규모인 주한미군 규모를 4만명으로 언급하는 등 틀린 수치를 거론하며 상대를 압박해왔다.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지난 21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된 발언을 하더라도 실시간으로 바로잡거나 사실 확인을 할 수 없다"면서 "회담이 끝난 뒤 양쪽 사람들이 나와 정정을 하는 것이 유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미국이 관심을 보이는 조선업 분야 '마스가 프로젝트'에 대해 매력적인 숫자로 트럼프의 환심을 사되 안보문제에는 원칙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의 관심을 끌기 위해 귀를 사로잡는 숫자를 보여준 뒤 디테일은 실무급으로 넘기는 전략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대선 직전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어떤 수모든 강압이든 이런 것도, 제 개인 일이 아니고 국민 모두를 위한 것이니까 필요하면 가랑이 밑이라도 길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직 고위 외교관 또한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트럼프와 대등하게 상대하기보다는 앞에선 치켜세우면서 뒤에서 실리를 얻는 것이 승리의 비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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