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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우크라이나 종전협상에 어른거리는 제국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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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시론/칼럼

    [칼럼]우크라이나 종전협상에 어른거리는 제국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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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요약

    '영토 할양, 139조 무기구매' 거론

    전쟁으로 국토 곳곳이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연합뉴스전쟁으로 국토 곳곳이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연합뉴스
    3년 6개월을 끌어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기로에 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 양측으로부터 영토 포기 압박을 받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가 속한 돈바스 지역을 통째로 넘기면 공격을 멈추겠다고 하고 있고, 미국은 전쟁을 멈추기 위해선 뭐든 해야 한다는 식으로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나는 단지 이 전쟁을 멈추려 하며, 더 계속하기 위해 여기 있는게 아니다"라며 '휴전 노딜'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을 멍청하다(stupid)고 비판했다.
     
    지난 15일 알래스카에서 개최된 미러 정상회담 이후 종전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목이 타는 쪽은 약자인 우크라이나일 뿐, 강대국인 미국과 러시아는 시간을 무기로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있다. 푸틴과의 회담 뒤 "휴전은 필요없다"던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서도 "휴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평화협정에 신속하게 응할 것을 촉구했다.
     
    싸우면서 협상하자는 건 화력이 강한 러시아에겐 강력한 카드나 마찬가지다. 종전협상이 늦어질 경우 러시아가 더 많은 영토를 확보하게 되는 만큼 우크라이나에게 커다란 압박요인이다.
     
    우크라이나 종전협상의 최대 쟁점이 영토문제와 안전보장 문제인데, 영토에선 러시아가 안전보장에선 미국이 이득을 취하려는 형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유럽 정상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연쇄 회담을 개최했다. 영토문제는 2주 안에 푸틴-젤렌스키 간 담판에서 결판을 내는 방안이 구상되고 있다. 합의가 이뤄지면 미국까지 참여하는 3자 정상회담에서 종전을 공식 선언한다는 게 트럼프의 구상이다.
     
    다만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지난 3년 6개월 동안 수 십만명이 희생됐는데 항전중인 지역까지 넘기라는 건 항복선언을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러시아의 희망이 현실화될지는 불투명하다. 메르츠 독일 총리가 돈바스 지역을 넘기라는 건 마치 "미국에 플로리다를 포기하라는 것"과 같다고 지적할 만큼 유럽국가들도 영토할양에는 부정적이다.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기 위한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안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회담에서 유럽재원으로 1천억 달러(한화 139조원) 규모의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과 300억 달러(약 69조원) 규모의 드론 공동생산 협정도 별도로 추진할 계획이라 한다. 공짜는 없다는 트럼프의 심리를 저격한 유화책으로 보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유럽이 우크라이나의 첫 번째 방어선이며, 미국도 미래 안보 보장에 관여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제국주의 시대로 회귀한 '강자의 논리'

    우크라전쟁 종전 논의를 보면서 국제사회 질서가 철저히 강자의 논리에 지배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한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국제사회가 이를 명백한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했으면서도 해결 방식은 마치 식민지 개척과 자원 수탈에 혈안이 된 제국주의 시대를 떠올린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5일의 트럼프-푸틴 정상회담을 "제국주의 시대 방식으로 21세기의 문제를 논의하는 회담"이라고 혹평한 바 있다.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방위 산업에 필수적인 철강과 화학공장이 집중돼 있을 뿐 아니라 전략적으로도 요새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돈바스를 차지할 경우 2014년에 합병한 크림반도와는 육로로 연결되는 이점이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지원의 대가로 우크라이나로부터 천문학적인 무기판매를 제안받았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막대한 광물자원에도 관심이 있다는 걸 지난 2월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협정 초안에서 희토류 지분의 50%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던 이력이 있다.
     
    종전 협상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 러시아 세 나라 사이의 전략적 삼각관계가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전문가의 시각도 있다. 트럼프는 러시아와의 협력 회복이라는 자산을 얻게 됐고, 푸틴은 종전 협상에서 트럼프가 큰 틀에서 동조해 준 성과를 얻게 됐다. 이 과정에서 경제 제재도 피해가는 듯하다. 한편으로 미국은 미중 패권경쟁 속에서 유독 중국에는 추가관세 발효 유예 기간을 오는 11월 10일까지 추가로 연장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국익 앞에 동맹 없다…자강(自强)으로 극복해야

    강대국에 휘둘리는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우리에게 결코 먼 산 바라볼 일이 아니다. '국익 앞에 동맹 없다'는 미국우선주의의 파고는 이미 우리에게 목까지 차올랐다. 안보와 경제를 연계한 압박도 거세다.
     
    영토 전쟁이 총칼로 땅을 빼앗는 것이라면 경제 전쟁은 보복과 압박을 통해 다른 나라 경제의 젖줄을 자기 나라로 돌리는 일이다. 관세 압박을 통한 대규모 투자유치도 일종의 젖줄을 돌리는 행위다.
     
    따지고 보면 미국우선주의가 갑자기 새롭게 등장한 것도 아니다. 미국의 온건파 정책담당자였던 조지 케넌은 1948년 국무성 정책팀을 위해 쓴 '정책기획연구' 자료에서 2차대전 이후 질서에 대한 방향을 이렇게 제시했다.
     
    "우리는 전세계 부의 50% 정도를 소유하고 있지만 인구는 전세계의 6.3% 밖에 되지 않는다…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실질적 임무는 이 우월한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관계를 정형화하는 것이다…오직 힘이라는 개념으로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25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경제분야에서는 자동차 등 관세협상의 결과를 구체화해야 하고, 안보분야에선 동맹현대화와 국방비 증액 등이 넘어야 할 산이다. 북핵 문제도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동맹보다 국익이 우선인 뉴노멀시대에 스스로 강해지지 않으면 우리를 지키지 못한다. 경제와 외교, 군사 모두 소홀히 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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