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상현 기자24년간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다 폐암에 걸린 영양사에 대해 산업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첫 법원 판단이 나왔다. 그동안 조리사의 폐암 발병을 산업재해로 인정한 판결만 있어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단독 문지용 판사는 제주지역 모 학교 영양사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취소' 소송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고 19일 밝혔다.
소송에서 패소한 피고 측인 근로복지공단에서 항소하지 않아 이 판결은 확정됐다.
A씨는 1997년부터 도내 학교에서 영양사로 근무하다 재작년 폐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곧바로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공단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양사의 주요 업무는 요리가 아니기 때문에 조리할 때 나오는 발암물질인 '조리 흄' 노출 수준이 높지 않아 업무와 폐암 발병의 인과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A씨는 근로복지공단의 산재불인정 결정에 불복해 지난해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의 직무와 작업환경, 조리방법을 따진 뒤 A씨가 조리사처럼 전담으로 조리업무를 맡지 않았더라도 상당 시간 조리에 참여해 조리 흄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A씨와 함께 일한 직원들이 '조리인력이 부족하고 조리실무사의 경험이 없어서 A씨가 기존 영양사 업무 외에 조리업무도 하루 최소 2~4시간 수행했다'는 의견서도 판결에 고려됐다.
재판부는 "코로나19 유행 전에는 마스크와 같은 보호 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요리를 해왔기 때문에 조리업무에 참여했다면 유해물질에 직접적으로 노출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과거에는 전처리실, 세척실, 조리실이 분리돼 있지 않았고, 영양사실과 조리실이 분리돼도 열린 창문을 통해 조리실의 유해물질이 영양사실로 들어올 수 있는 구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