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칼럼]해방은 '공짜 떡'이었나

  • 0
  • 0
  • 폰트사이즈

사설/시론/칼럼

    [칼럼]해방은 '공짜 떡'이었나

    • 0
    • 폰트사이즈
    국사편찬위원회 제공국사편찬위원회 제공
    "어련히 오고야 말 해방인줄 믿었지만 또 못믿었다.(중략) 해방은 하늘에서 왔다. 그러므로 솔직한 씨알은 소식을 듣자마자 '하늘이 준 떡이지' 하였다. (중략) 그렇게 하늘과 씨알이 화답하였다. 하늘의 뜻을 씨알이 알아보고 민중의 마음을 하늘이 안다면 역사는 바로 될 것이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던 대표적 인물 함석헌 선생의 '뜻으로 본 한국 역사'라는 책의 한 대목이다.
     
    1945년 8월 15일 해방의 '갑작스러움'을 묘사하고 있다.
     
    함석헌은 당시 대다수 민중(씨알)들이 해방을 '하늘'이 내린 '떡'으로 느꼈다고 썼다.
     
    하늘이 내린 떡이니 해방은 자다가 얻어먹은 '공짜떡' 아닌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광복 80주년 기념사에서 함석헌의 이 글을 인용했다가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김 관장은 지난 15일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행사 기념사에서 "우리나라의 광복을 세계사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다. 이런 시각에서 해방 이후 우리 사회의 지식인들의 필독서로 여겨지던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 역사'에서는 해방은 하늘이 준 떡이라고 설명한다.
    이같은 해석은 항일독립전쟁의 승리로 광복을 쟁취했다는 민족사적인 시각과 배치되는 것처럼 보인다"
     
    문장과 단어만 놓고 보면 우리 민족이 해방에 무임승차했고. 진보적 재야에서조차 이런 시각을 갖고 있다는 투로 읽힐 수 있다.
     
    그러나 함석헌의 제자인 문대골 목사는 이런 해석을 명백한 '오독'이라고 지적한다.
     
    "해방을 위한 씨알들의 피흘림과 고난이 격심했다는 것이 이 책의 전체에 서술돼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해방은 우리가 찾은 것으로 쓰지는 않고 있습니다. 하늘이 준 것으로 겸손히 받아야 한다는 점을 말한 겁니다"
     
    함석헌의 민주화 운동 밑바탕에는 기독교 정신이 깔려 있다.
     
    '뜻으로 본 한국 역사'의 원래 제목이 '성서로 본 조선 역사'로, '성서조선'에 연재된 글 모음집이었다.
     
    문 목사는 함석헌이 해방을 '떡'에 비유한 배경도 설명한다.
     
    "다분히 기독교적 고백이 담긴 표현입니다.
    기독교에서 '떡'은 몸을 던져 의(義)를 이루고도 나를 부정하는 자리로 가야 한다는 상징입니다. 자신의 전체를 바쳐 역사의 요구에 부응하고도 하지 않았다고 비켜서는 것이 씨알의 자리입니다"
     
    결국 함석헌의 '해방은 하늘이 내린 떡'이라는 표현은 무위(無爲) 끝에 얻어 걸린 '공짜 해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투쟁한 씨알들이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그 공을 '하늘'에 돌린 겸손함이라는 설명이다.
     독립기념관 제공독립기념관 제공
    물론 김형석 관장이 해방을 공짜 떡으로 생각할리는 없을 것이다.
     
    김 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해방은 선열들의 투쟁으로 얻어진 것'이라고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번지는 것은 김 관장의 과거 언행 때문이다.
     
    김 관장은 소위 '뉴라이트' 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1945년 8월 광복이 맞느냐는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고 1948년 8월을 대한민국의 시작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논란에도 김 관장이 또다시 논쟁적인 광복절 기념사를 한 것은 다양한 관점의 역사관을 인정해야 통합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한다.
     
    학자로선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독립기념관장으로서는 적절치 않다.
     
    독립기념관은 국가기념관으로, '독립기념관법'까지 따로 두고 있다.
     
    이 법에는 독립기념관 설립으로 '외침(外侵)을 극복하고 민족의 자주와 독립을 지켜 온 우리 민족의 국난 극복사와 국가 발전사에 관한 자료를 수집·보존·전시·조사·연구함으로써 민족 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민의 투철한 민족 정신을 북돋우며 올바른 국가관을 정립하는 데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다양한 역사관이나 통합을 설파하기에는 독립기념관장 자리보다 강단이나 정치권이 더 어울릴듯하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