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강서구 ASSA 아트홀에서 열린 국민의힘 8·22 전당대회 출마 최고위원·청년최고위원 후보 토론회에서 최고위원에 출마한 최수진(왼쪽부터), 김재원, 신동욱, 양향자 후보가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이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가 전당대회에 한 팀으로 출마하는 '러닝메이트'를 금지했지만, 사실상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반에 따라 반목 중인 당권주자 구도가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그대로 재현되면서 '계파 대리전'으로 흐르고 있다는 취지다.
청년최고위원도 대선 때 '김문수의 입'으로 활약한 손수조 후보와 전한길씨의 '계몽령' 발언을 직격한 우재준 후보 간 일대일 대결로 압축되면서, 이같은 대립각이 더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계파 불용'이라더니…親김문수, 친한계 대리전 양상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당 차기 지도부를 뽑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러닝메이트 표방 선거운동'을 금지했다. 선관위의 설명은 당헌 88조의3에 명시된 '계파 불용' 원칙에 따라 당원 자율경쟁을 훼손하고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는 방식은 배제하자는 것이었다.
앞서 한동훈 전 대표가 선출된 지난해 7월 전당대회 당시 러닝메이트제가 야기한 부작용이 컸다는 판단에서다. 당헌·당규상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하면 지도부는 붕괴되고, 비대위 체제로 넘어간다. 때문에 러닝메이트는
안정적 지도체제를 담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여겨져 온 동시에, '줄 서기' 정치와 계파전(戰)을 부추겼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다만, 현 전대는 '룰'을 바꾼 의도와 사뭇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정 당대표 후보의 우군임을
대놓고 선전하지 않을 뿐 당원들이 알 만한 방식으로 '원팀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달 22일 치러지는 당원투표 80%·일반 여론조사 20%로 승패가 결정된다. 당심(黨心)은 현재 반탄(탄핵 반대)파에 좀 더 기운 모양새다. 해당 당권주자를 중심으로 구도가 짜일 수밖에 없는 여건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원외가 주류인 최고위원 선거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두 달여 전 대선을 뛴 김문수 당대표 후보의 세력이다. 후보로 등판한
김재원 전 의원은 김 후보 캠프에서 비서실장을 지냈고, 대선 후 김 후보의 공백기에도 대변인 격으로 방송 출연 등을 이어 왔다.
김 전 의원은 핵심 메시지 면에서도 "싸워 봤고, 싸울 줄 아는 후보"임을 내세우는 김 후보와 내용이 거의 일치한다. 소위 혁신파로 불리는 찬탄(탄핵 찬성)파를 두고 당내 분열을 조장하는 '내부 총질'로 보는 시각이 그렇다.
또 김 후보처럼, 합동연설회에서 찬탄파를 향한 야유를 유도해 '경고' 조치를 받은
전한길씨도 포용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특검의 당사 압수수색 등과 관련해 '대여(對與) 투쟁'을 강조하는 노선도 포개진다.
실제로 김 전 의원은 전날 열린 최고위원 후보자 첫 토론회에서 "이재명의 총통 독재와 맞서 싸워도 시원치 않을 판인데, 당내 생각이 조금 다른 차원을 넘어 거의 우리 당의 존립마저도 위태롭게 하는 행동을 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찬탄파를 집중 공격했다.
특검 조사 협조 등에 대해선 "이적 행위", "부역자" 등의 강도 높은 표현으로 맹비난하기도 했다.
또다른 최고위원 후보 7명 중에선 손범규 전 인천시당위원장 등이 김문수 후보와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대 연설회에서 김 후보와 동반 인사를 다닌 손 전 위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손범규'란 문구와 함께
'#김문수 #김재원' 등의 해시태그를 달았다. 유권자들에게 '김문수계'란 느낌을 주면서, 지지세 편승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친한(親한동훈)계로 꼽히는 김근식·양향자 후보는 찬탄파인 안철수·조경태 당대표 후보의 '혁신' 주장과 결을 같이하고 있다. 김근식 후보는 당의 텃밭인 대구·경북(TK) 연설회에서 "한 당원이 '보수의 심장, 대구'가 아니라 '심장병에 걸린 대구'라고 했다. 정신 차려야 한다"고 혁신을 촉구한 바 있다. 양 후보도 "대선 백서를 만들어, 이를 토대로 다음 총선에서 공천으로 정리(인적 쇄신)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수조 vs 우재준' 청년최고도 '계몽령' 설전 답습
18일 서울 강서구 ASSA 아트홀에서 열린 국민의힘 8·22 전당대회 출마 최고위원·청년최고위원 후보 토론회에서 청년최고위원에 출마한 손수조, 우재준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후보 단일화에 따라,
'손수조 대 우재준'의 대결로 압축된 청년최고위원 선거 또한 당대표 후보 간 계엄 논쟁을 답습하고 있다. 두 후보는 전날 토론에서 '계몽령'이란 단어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계몽령은 전씨가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맥락에서 사용했던 개념이다.
손 후보는 "계엄을 옹호하는 분이 (당에) 어디 있나. 구체적으로 말해보라"며 우 후보를 압박했다. 우 후보가 "계몽령이라는 말은 계엄옹호에 가까운 말이다. 계엄은 분명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잘못"이라고 받아치자, 재차 "민주당 후보와 토론하는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우 후보가 친한계인 점도 공격포인트로 삼은 손 후보는 자신은 계파가 없다고 주장한다. 다만, 대선 경선에서 김문수캠프 미디어대변인으로 활동한 이력과 더불어, "(탄핵을) 서서 죽는다는 심정으로 막아냈어야 된다"는 반탄 노선으로 인해 김 후보 쪽 인사로 비춰지고 있다. 최근에는
특검의 당사 압수수색에 '철야 농성'으로 맞대응한 김 후보와 함께 당사 로비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결국, '계파 대리전'이기는 이번 전대도 기존과 매한가지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당대회에 참여하는 당원들은 이미 상당한 정치 고(高)관여층이다. 누가 어느 후보와 편을 먹었는지 모르겠나"라며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