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15일 광복 80주년을 맞아 "증오와 혐오, 대립과 대결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며 정치·사회 통합과 남북 신뢰 회복을 촉구했다. 독립운동가 예우를 강화하고 역사 왜곡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동시에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강조하기도 했다.
"독립투쟁 역사 부정 더는 용납 말아야"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80년 전 오늘 우리는 빼앗겼던 빛을 되찾았다"며 "해방에 대한 불굴의 의지와 주권 회복의 강렬한 열망으로 스스로를 불사른 수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일궈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광복절은 단지 독립을 이룬 날이 아니라 우리 손으로 미래를 정하고 삶을 선택할 자유와 권리를 되찾은 날"이라며 대한민국이 식민지에서 해방된 나라 가운데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달성하고, 군사력·경제력을 갖춘 선진 민주국가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독립투쟁의 역사를 부정하고 독립운동가들을 모욕하는 행위는 이제 더 이상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며 "우리 정부는 독립투쟁의 역사를 제대로 기록하고 국민과 함께 기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생존 애국지사 예우 강화, 독립유공자 유족 보상 확대, 해외 유해 봉환, 미서훈 독립유공자 발굴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남북 체제 존중, 평화적 통일 지향 관계"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 대통령은 "분단 체제는 국토를 단절시켰을 뿐만 아니라 거대한 장벽이 되어 우리 국민을 갈라놓고 있다"며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은 분단을 빌미 삼아 끝없이 국민을 편 가르며 국론을 분열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우리 안의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며 "정치가 사익이 아닌 공익을 추구하는 기능을 회복하고,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비정상적 상황을 끝낼 때 우리 안에 자리 잡은 갈등과 혐오의 장벽도 사라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남북 관계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숱한 부침 속에서도 이어지던 남북 대화가 지난 정부 내내 끊기고 말았다"며 "당장 신뢰 회복과 대화 복원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서"라고 주장했다.
그는 취임 직후 대북 전단 살포 및 확성기 방송 중단 등 긴장 완화 조치를 언급하며 "남북 간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해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단계적으로 복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기존 남북 합의를 존중하고 남북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교류·협력 기반 회복과 공동성장 여건 조성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현재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도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남북은 원수가 아니라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고 인정하되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뢰를 회복하고 단절된 대화를 복원하는 길에 북측이 화답하길 인내하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경제 발전 동반자 日, 과거 직시 노력 기대"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한일수교 60주년을 맞아 이 대통령은 "언젠가는 한·일 양국이 진정한 이웃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선열들의 염원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을 "경제 발전에 있어 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동반자"로 규정하며, 국익 중심 실용외교와 셔틀외교를 통한 상생협력 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가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양국 간 신뢰가 훼손되지 않게 노력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한미 관세협상은 하나의 파도에 불과하고 앞으로 또 다른 파도가 시시각각 밀려올 것"이라며 "변화하는 국제 정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열강들의 틈바구니에서 치이다 국권을 빼앗겼던 120년 전 을사년의 과오를 되풀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인공지능 등 첨단과학기술 육성, 에너지 전환 속도 제고, 문화 소프트파워 강화 등을 경제·산업 과제로 제시하며 "우리 선조들이 되찾은 자주독립의 빛과 국민이 이룬 민주주의의 빛이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