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이재명 정부가 출범 두 달 만에 최대 고비였던 한미 관세 협상을 타결하면서 첫 번째 큰 산을 넘었다. 미국이 예고했던 25% 관세는 자동차 산업을 포함해 15%로 조정됐고, 농축산물 개방도 막으며 핵심 이익을 지켰다. 다만 관세 인상에 따른 경제 여파와 안보 사안은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은 상황이다.
관세협상 타결…자동차·농산물 '선방'
정부는 미국의 관세 인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전격적으로 협상을 타결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동차 등 모든 대미 수출품에 예정됐던 25% 관세를 15%로 인하하기로 합의했다"며 "반도체, 의약품 등 앞으로 부과될 가능성이 있는 품목에 대해서도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의 최대 성과로는 쌀 시장 추가 개방을 막고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금지를 유지한 점이 꼽힌다. 한국은 3500억 달러(약 487조 7천억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고, 양국은 조선·반도체 산업 협력용 투자 펀드 조성에도 합의했다.
대통령실 내부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번 협상으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 한미 양국의 경제 협력과 동맹 관계도 한층 더 공고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큰 산을 넘었다"고 자평했다. 회의에서 비서진은 얼굴에 웃음기를 띠었다.
경제 여파 우려…시험대는 이제부터
다만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15% 관세'로 인한 일정한 여파는 불가피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에 이 대통령은 "경제 성장은 기업의 혁신과 투자에서 비롯된다"는 기조에 따라 규제 혁신과 투자 활성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수보회의에서 그는 "민간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꼭 필요한 금지 항목 외에는 다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에도"기업이 투자하다 감옥에 간다면 국내 투자가 위축된다"며 배임죄 개편 필요성을 언급했고, '경제형벌 합리화 TF'를 구성해 불필요한 규제를 최대한 폐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아울러 부처별로 내수 비중 확대와 수출 시장 다변화를 위한 장기적인 방안도 마련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안보 사안 '청구서' 본격화 전망
김용범 정책실장이 31일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번 관세 협상에 포함되지 않은 안보 관련 의제는 조만간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이번 협상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주가 돼서 통상 분야 중심으로 이뤄졌고, 안보 등 문제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서 우리 정부는 통상·안보 패키지 딜을 제안했지만, 이번 합의는 통상 분야에 국한됐다. 이에 따라 방위비 분담금, 미국산 무기 구매 등은 별도 협상 테이블에서 다뤄져 정부가 다시 한번 외교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특히 미국 측은 그간 '국내총생산(GDP) 5% 수준의 국방비 부담' 등 압박을 지속해왔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중국 억제'와 '동맹의 비용 분담 확대'를 핵심 기조로 내세운 바 있다. 이에 따라 '인도·태평양 동맹 현대화'라는 이름의 새로운 청구서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