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제공금융당국이 연체채권 소멸시효(5년)를 무분별하게 연장하는 관행을 개선하는 등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개선을 추진한다.
금융위원회 권대영 부위원장은 29일 서민금융진흥원에서 개인 연체채권 관리 관련 현장 간담회를 열고 "채권자와 연체 채무자의 대등하지 못한 권력관계를 전제로 채무자를 보다 두텁게 보호하는 방향으로 정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충청권 타운홀 미팅에서 소상공인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당신이 금융당국이라면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꼭 물어서 검토하라"는 지시에 따라 앞서 관련 간담회를 4차례 진행했다.
이날 간담회는 대출 발생, 연체, 채무조정, 추심, 상각 및 대손인정, 매각 및 소멸시효 연장 등 개인 연체채권 관리 전반에 대한 현장 의견을 듣고, 채무자 부담 경감을 위한 정책 과제 도출을 위해 열렸다.
권 부위원장은 "실업과 질병 등 예측할 수 없는 사유에 기인한 채무불이행 책임을 모두 채무자가 부담하는 것은 과도하고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불운으로 곤궁해진 채무자에 대한 채무 상환 압박은 채무자의 정상생활 복귀를 방해하고 결국 채권 회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7만명이 늘어난 금융채무불이행자는 올해 5월 기준 모두 92만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소멸시효 5년이 임박한 상황에서 채권에 회수 가능성에 대한 고려 없이 지급명령 청구로 손쉽게 시효를 연장하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자력으로 재기가 어려워 상환 가능성이 없지만 추심 부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초장기 연체자'가 양산되는 원인이다.
또 연체 후 6개월에서 1년 시점에 상각 처리하면, 법인세법상 손금에 산입돼 법인세 부담이 완화하는 세제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상각채권을 회수불가능 채권으로 분류해 매입채권추심업체나 자산관리자 등에 매각해 이윤을 추구하는 동시에 채무자는 대출계약 당시 예상했던 수준을 넘어서는 강도의 추심에 노출되는 문제점도 있다.
이에 대해 금융연구원 이수진 박사는 "금융회사의 연체채권 처리에 대해 그간 채무자 보호보다는 재무 건전성 측면에서 규율 체계가 형성돼 왔다"면서 채권 매각 전뿐만 아니라 채권 매각 이후에도 원채권자에게 고객 보호 의무를 부여하는 미국 사례를 소개했다.
서울대 이동진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금융회사가 무분별하게 소멸시효를 연장하고 일부 대부업체가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에 대해 채무자의 일부 상환을 유도해 시효를 부활시키는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이어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과거 '개인채무자보호법' 입법과정에서 제외된 소멸시효 관련 채무자 보호 제도를 재입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민금융진흥원은 연체채무를 자력으로 상환하기 어려운 채무자에 대해 최대 70%(사회취약계층은 최대 90%)의 원금 감면을 포함한 적극적인 채무 조정을 실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