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지난 12일부터 1주일 동안 중국을 방문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방문 기간 동안 중국 서부 대도시 청두에 있는 판다 관리시설에 가서 사진을 찍었다. 앨버니지 총리 페이스북 캡처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최근 중국을 방문했다. 지난 5월 3일 총리직에 재선된 지 약 두 달여 만이다.
지난 12일 상하이에 먼저 도착한 앨버니지 총리는, 수도 베이징과 쓰촨성 청두에도 들렀다. 7월 18일까지 1주일 동안 머물며 중국의 대도시를 방문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베이징에서는 만리장성에 올라가 사진을 찍고, 청두에서는 판다의 번식 및 관리 시설도 방문했다. 약혼녀 조디 헤이든도 동행했다.
시진핑 주석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앨버니지 총리를 맞이했다.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국제정세가 어떻게 전개되든 양국간의 협력을 확고히 지켜 나가자"고 강조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주의에 함께 맞서자는 얘기다.
앨버니지 총리는 "호주는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강력히 지지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당연한 말인 듯하지만, 관세를 무기로 세계 각국을 괴롭히고 있는 트럼프를 향한 일침일 수도 있다.
사실 앨버니지 총리는 지난 달 17일 캐나다 G7 정상회의 기간 중 트럼프 대통령과 먼저 만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가 중동 사태를 이유로 급거 귀국하는 바람에 취소됐다.
앨버니지 총리는 지난 5월 재선에 성공한 이후 두 달여 만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 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호주는 미국의 관세 압박과 방위비 증액 요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의 경제협력 강화에 나섰다. 앨버니지 총리 페이스북 캡처 결국 앨버니지 총리는 재선 이후 트럼프보다 시진핑을 먼저 만나게 됐다. 그는 국내의 비판을 무릅쓰고 중국을 방문한 것이 호주의 국익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호주 수출품의 25%를 사들이는 나라다. 압도적 1위다. 지난해 2024년 호주의 대중국 수출액은 1,960억 호주 달러였다. 이것은 2위~5위 국가에 대한 수출액을 합친 것보다 더 많다. (2위 일본 756, 3위 한국 417, 4위 미국 401, 5위 인도 355 *자료: 호주 통계청 2025년 4월 발표. *1호주 달러=약 0.63 미국 달러)
그런데 지난해 호주의 대중국 수출이 -10.2% 감소했다. 수출 감소는 호주 경제에 직격탄이다. 호주는 일자리의 4분의 1이 수출을 통해 만들어진다. 앨버니지가 중국 방문 기간 동안 누누이 강조한 사실이다.
호주의 최대 수출품은 철광석이다. 앨버니지 총리가 방중 기간 동안 호주산 철광석의 수출 확대에 주력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번에 호주는 중국과 '철강 탈탄소 정책대화'라는 채널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중국의 철강 정책과 최신 정보를 발빠르게 수집하겠다는 것이다. 호주의 광산들이 중국의 탈탄소 기준에 최적화된 형태로 원광석을 납품해 수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호주를 찾는 중국 관광객들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 총리의 방문을 계기로 중국 정부가 나서 자국민들의 호주 관광을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중국 관광 파워'의 상징이 된 중국 여행사 트립닷컴(Trip.com)은 호주 관광청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시드니, 멜버른뿐 아니라 애들레이드, 퍼스 등 호주의 지역 관광지들까지 중국인들에게 적극 홍보하기 위해서다. 앨버니지의 요청을 중국이 받아들인 것이다.
앨버니지 총리는 중국 방문 기간 동안 연설과 발표문, 기자회견 등을 통해 방문 성과를 집중적으로 알렸다. 중국과의 협력 확대가 호주에 많은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것이다.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1주일동안의 중국 방문기간 동안 만리장성에도 올랐다. 특히 만리장성 위에서 기자들과 회견을 한 것은 중국인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서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앨버니지 총리 페이스북 캡처하지만 호주 언론들은 총리의 방중 성과 뒤에 숨어있는 허점들을 집요하게 따졌다. 현지에서 열린 회견에서 기자들은 경제 협력에 치중하다가 중국의 군사적 위협과 인권 문제 등이 소홀히 다뤄지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2월 중국 군함이 호주 인근 태즈먼 해까지 접근해 통보 없이 실탄사격 훈련을 한 것에 대한 대책을 물었다. 앨버니지 총리는 시진핑 주석을 만나 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원한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시 주석은 "호주가 훈련을 하고 있는 것처럼 중국도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호주 근해 훈련은, 호주가 남중국해에 와서 미·일과 합동 해상 훈련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앞으로도 계속 하겠다는 의미가 된다.
중국에 넘어간 호주 다윈항의 항만 운영권 회수 문제는 거론조차 못했다. 다윈항은 미군 해병대가 주둔하고 있는 호주 북부의 군사적 요충지다. 중국 기업에 99년간 장기 임대된 다윈항의 상업 항만 운영권 환수는 사실상 미국의 요구이기도 하다.
앨버니지 총리도 다윈항의 운영권을 환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 주석을 만나서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 무역과 투자 확대 등에서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 정치, 군사적인 현안은 일단 덮어둔 것으로 추정된다.
호주와 중국의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15일 베이징 시내를 취재하던 호주 언론인들이 중국 보안 요원들의 제지를 받고 이동을 제한당하는 일도 발생했다.
당시 ABC, SBS, Seven 등 호주의 주요 언론사 소속 기자들은 당시 호주 대사관의 안내에 따라 취재 중이었다. 이 때 중국 보안 요원들이 갑자기 접근해 통제를 하면서 촬영된 영상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앨버니지 총리는 "중국은 우리와 다른 언론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답변했다. 중국에 말해봤자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앨버니지 스스로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지난해 호주의 3대 수출품의 수출액이 모두 감소했다. 중국은 호주의 최대 수입국이다. 제1수출 품목인 철광석의 경우 80%를 중국이 사들인다. 호주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호주는 총리의 방문을 통해 중국과 무역, 관광 분야에서 여러 개의 협정을 체결했다. 하지만 중국은 자국의 체제와 안보가 걸린 문제는 조금도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다.
거꾸로 중국은 호주라는 '대어'를 미국의 동맹에서 빼내려고 유인하는 쪽을 선택할 수 있다. 호주의 최대 약점은 중국에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호주의 5대 주요 수출품은 철광석(19.3%), 석탄(13.2%), 천연가스 (10.5%), 교육 관련 여행 서비스(8.0%), 금(5.5%)이다. 총 수출에서 5대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56.5%다. 호주는 천연자원과 관광으로 먹고사는 나라다.
그런데 제1수출품인 철광석의 경우 무려 80% 이상을 중국이 수입해 간다. 나머지 4대 품목도 20~30%를 중국의 수입에 의존한다. 중국이 호주 수출의 명줄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호주 3대 수출품의 수출금액이 급감했다. 철광석은 -8.6%, 석탄은 -17.5%, 천연가스는 -9.2%가 줄었다. 앨버니지가 시진핑에게 SOS를 쳐야할 상황이 됐다.
하지만 전통적인 동맹인 미국은 지금 경제적으로 호주를 도와줄 여유가 없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호주를 돈벌이 대상으로 보고 있다.
앨버니지 총리가 중국으로 달려간 심정은 이해하고도 남지만, 해법은 간단하지 않다. 미국 뉴욕타임스 신문(NYT)은 지난 15일, "앨버니지가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더 심화시킬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방문을 통해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하고 있으나, 자칫 헤어나기 어려운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다.
강성웅 국제정치 칼럼니스트
- 전 YTN베이징 특파원, 해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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