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인사청문회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대통령실의 임명 기류에 쓴웃음을 짓는 분위기다. 정권이 여론의 반감이 큰 이슈와 맞설 때 야당은 으레 반사이익을 기대하며 반색하기 마련이지만, 지금은 당이 워낙 뒤숭숭한 터라 그마저도 어렵지 않겠냐는 자조가 공존한다.
국민의힘 "강선우 임명은 대국민 선전포고"
물론 강선우 후보자에 대한 대통령실 임명 강행 기류에 대한 당 차원의 공식 반응은 엄중하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1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기어이 강선우 여가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겠다고 선언했다"며 "국민의 상식에 맞서 싸우겠다는 선전포고로 읽힌다"고 말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국민은 분노를 넘어 참담함마저 느끼고 있다"며 "높은 지지율에 취해 국민을 무시한 대가는 반드시 민심의 철퇴라는 대가를 얻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설령 강 후보자 임명이 강행되더라도 장관으로 인정하지 않을 태세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야당 간사 조은희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강 후보자의 임명 강행은 단순한 장관 1명의 인사 문제가 아니라 공직사회와 미래세대에 '이 정도 갑질은 해야 출세할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일"이라며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더라도 우리는 갑질·거짓말·책임 회피로 점철된 강 후보자를 결코 여가부 장관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사적인 갑질을 휘두른 인물을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부처 수장으로 앉히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결단은 곧 '약자의 편에 서겠다'던 대선 공약의 파기 선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부적격 후보자의 지명을 즉각 철회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조은희 간사가 강 후보자를 규탄하는 피켓을 자리에 붙이고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대통령 지지율 소폭 하락…야당 반사이익 누릴까
임명 강행은 분명 여론의 역풍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야당이 정치적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도 읽힌다.
당내에서는 "임명 강행은 땡큐(원내 관계자)"라거나 "갑질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사람을 앉히는 건 지지율 하락의 불쏘시개가 될 것(당 관계자)"이라는 반응이 흘러나온다.
한 국민의힘 의원도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강선우 후보자가 결국 이재명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도 잘 나가다가 조국 사태로 발목을 잡히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 당시에도 사태의 심각성을 바로 체감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지만, 이후 가족 관련 의혹과 검찰 수사가 이어지면서 여론이 급격히 악화했고 이는 문재인 정부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런 실책이 하나둘 쌓이다 보면 정권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데 강 후보자 사례가 그 단초가 될 거라는 경고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꺾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일부 야당 관계자들이 반색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4일부터 18일 전국 18세 이상 국민 25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 중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62.2%로 나타났다. 이는 전주보다 2.4%P 하락한 수치로, 상승세가 꺾인 건 현 정권 출범 후 처음이다.
지금은 '이재명의 시간'?…"야당 역할 한계 있다"는 현실론도
다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저렇게 오만하게 인사권을 행사하는 건 우리가 힘이 없으니 만만하게 보는 것"이라며 "힘이 있을 때는 역공을 가하고 민심을 전환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당이 무기력하니 저쪽이 마음대로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지금은 국정 지지율이 고공 행진하는 '이재명의 시간'"이라며 "정부의 성과는 2~3년 차에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여론이 반응하고, 야당이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지지율이 7%p 이상 빠진다거나, 국민의힘 지지율이 30%대까지 오르는 식의 큰 변화가 있어야 민심이 움직이는 건데, 지금처럼 2%p 안팎의 등락은 통상적 수준"이라며 "강선우 후보자 건이 국민을 자극하고 있지 않다는 자신감이 여권 내부에 깔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