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서울의 자영업자들이 지금 생존의 경계선 위를 걷고 있다. 창업 초기 청년부터 장기 운영 노포, 심지어 고신용 사업자까지 고금리 대출과 다중 채무에 시달리며, 본업의 성장보다는 '버티기'에 힘을 쏟고 있다.
청년 자영업자, 매출 늘어도 '데스밸리' 못 넘는 현실
서울신용보증재단(서울신보)이 올해 1분기 동안 자영업자 25만 명의 금융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창업 3년 미만의 청년층은 팬데믹 이후 매출은 평균 27.3% 증가했지만 다중채무자 또한 19.8% 급증했다.
같은 기간 30대 이하 자영업자의 다중채무자 증가율은 17.5%로, 40대(13.1%), 50대(8.8%), 60대 이상(2.0%)보다 훨씬 높았다.
서울신보는 이에 대해 청년층이 비교적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 자금 부족으로 인한 경영난인 '데스밸리(Death Valley)'를 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10년 이상 노포도 '버티기'…대부업 이용도 증가
창업 10년 이상 된 장기 운영 자영업자들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들의 대출 비중은 평균 매출의 73%에 달하며, 60대 이상 고령층의 경우는 80%에 육박한다.
장기간 영업을 해온 만큼 신뢰도는 높지만, 성장 둔화와 누적된 부채로 대출 상환 압박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1분기 대부업체를 이용한 소상공인 숫자도 전년 대비 27.9% 증가했다.
은행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고금리, 고위험의 비제도권 금융에 몰리고 있는 현실을 드러낸 수치다. 연령, 업력, 신용도와 무관하게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위기 신호다.
서울신보, '자영업자 종합병원'으로 전면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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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자영업의 복합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신보가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통한 업무 혁신에 나섰다.
서울 전 지점을 '종합지원센터'로 전환하고, 생애주기별 맞춤형 금융·비금융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곳에서는 단순 보증뿐 아니라 창업 컨설팅, 디지털 전환, 마케팅, 재창업·재취업 지원까지 통합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신보측은 한 소상공인이 "몸이 아프면 종합병원에 가듯, 자영업이 힘들면 바로 찾아갈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한 것이 이번 개편의 직접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신보는 직원이 직접 골목상권을 찾아 상권 분석과 맞춤 컨설팅을 제공한다고 한다. 이미 다중채무자가 전년 대비 9.3% 증가한 상황에서, 서울신보는 일회성 대출보다는 '종합 솔루션'을 통해 자영업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서울신보측은 "보증만 제공받은 자영업자보다 금융·비금융을 함께 지원받은 자영업자가 매출 4.9%p, 신용도 2.4%p 더 개선됐다"며 "이제는 복합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진료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