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열린 상법 추가 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이 진술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윤태준 주주행동플랫폼 액트 소장.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이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더 센' 상법 개정안 추진을 예고한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1일 쟁점 관련 공청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했다.
민주당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통해 기업 운영 투명성을 높이자고 주장한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헤지펀드 등의 경영권 위협만 키울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반박했다.
앞서 이달 3일 여야는 기업이사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고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한 '3% 강화룰'을 반영한 상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날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는 민주당이 당시 넣으려고 했다가 협의과정에서 빠진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을 집중 논의했다.
민주당 박균택 의원은 "집중투표제 또는 감사위원 분리투표제는 소수 주주세력이 연합을 통해 기업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라며
"국내 소수 주주들이 대주주에 대한 적대적 의식이나 '경영권 탈취'란 (악의적) 목표로 똘똘 뭉치는 것은 극히 예외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상법을 여기서 추가로 손볼 경우, 기업의 경영 환경만 더 악화될 거라는 야당의 지적에 반론을 펼친 것이다.
박 의원은 민주당이 미는 상법 추가개정안을 '소수당도 당선될 수 있는 선거제'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상법 개정안 반대론자의 논리는
마치 소수정당이 제1당이 돼 정권까지 다 차지하는 상황을 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비현실적) '공포 마케팅'"이라고 밝혔다.
같은 당 전현희 의원도 "대한민국 주식시장은 오랜 기간 투명하지 못하고 낡은 지배구조 때문에 해외 투자자로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수모를 겪어 왔다"며 "기업의 투명성 강화와 주주 보호를 통해 국내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측 진술인으로 참여한 고려대 김우찬 경영대 교수는 "재계는 지배권 상실, 경영 개입, 위헌 소지, 역차별, 기밀 유출 등을 이유로 반대한다"고 짚었다. 또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선출로 인해 지배권이 이전된다면 이는 해당 회사 대주주나 경영자에게 아주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이 경우 지배권 이전이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봤다.
윤태준 주주행동플랫폼 액트연구소장도 선행연구 결과를 인용해 재계의 우려와 달리, 집중투표제가 실시된 여러 국가에서 경영성과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상법 1차개정 여파가 가시기도 전 민주당이 무리한 입법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먼저 주진우 의원은 SK·소버린 사태 등을 언급하며
"(소액주주 대 대주주가 아닌) 헤지펀드 등 외국인 주주와 국내 투자자의 구도로 보면 상법 개정안의 위험성은 상당하다"고 받아쳤다. 외국인 헤지펀드들이 보유 지분보다 더 많은 이사를 선임할 가능성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같은 당 곽규택 의원도 "집중투표제는 부작용을 고려해 추후 논의하기로 했었다. 이번에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면 기업들이 우려하는
'배임죄' 등을 개정하는 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런 논의는 일체 무시하고 다시 집중투표제 등이 논의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외국에는 사례가 없는 규제를 강화하는 것 자체에 신중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측 진술인으로 나선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이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로 해외 투기자본이 지지하는 감사위원이 선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외부 인사 진입으로 우리 기업의 국가핵심기술 정보가 유출돼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집중투표제 도입 시 상장사의 주총은 주주집단 간 '투쟁의 장'으로 변질될 거라고 봤다. 최 교수는 "(그럼) 많은 기업이 이를 피하기 위해 사이즈를 줄여 상근감사 1명만 둬도 되는 자산총액 2조 미만 회사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