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에 마련된 내란특검에 2차 소환 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당초 윤 전 대통령은 특검팀이 오전 9시까지 출석해달라고 통보하자, 오전 10시에 출석하겠다며 조율을 시도했다가 거부됐다. 박종민 기자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 중인 조은석 내란특검팀이 5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두 번째로 불렀다. 지난달 첫 소환 이후 일주일 만이다. 특검팀은 2차 조사에서 체포영장 집행 방해 관련 특수공무집행방해, 비화폰 서버 삭제에 따른 대통령경호법 위반, 계엄 국무회의 관련 직권남용과 외환 등 윤 전 대통령의 혐의를 광범위하게 조사할 계획이다.
윤 전 대통령이 탑승한 검은색 카니발 차량은 이날 오전 9시쯤 서울고검 청사 현관 앞에 도착했다.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짙은 파란색 양복을 입은 윤 전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사과나 혐의에 대해 설명하실 말씀 없느냐', '박창환 총경 조사를 오늘도 거부할 것인가',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에 관여했냐', '폐기는 왜 승인했냐' 등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변호인단은 그보다 앞선 1분 전 고검 현관 앞에서 윤 전 대통령을 기다린 뒤 뒤따랐다.
2차 소환에 앞서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과 대통령실 핵심 참모를 동시에 불러 조사한 특검팀은 1차 조사에서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체포영장 방해 혐의 관련한 조사는 1차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이 조사한다.
특검팀은 또 윤 전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에게 보장된 계엄 심의권을 침해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특검은 앞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주호 교육부총리를 조사했다.
아울러 소환 조사했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김주현 전 민정수석 등으로부터 확보한 진술을 토대로 계엄 전 국무회의와 안가 회동 의혹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사후에 작성됐던 계엄 선포문에 한 전 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뿐만 아니라 윤 전 대통령도 서명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특검은 관련 사실 역시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팀이 외환죄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이번 소환에서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는 작년 10월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쌓기 위해 평양에 무인기를 보내 무력 충돌을 유도하거나 남북 간 긴장 관계를 조성하려 했다는 의혹이 골자다.
특검팀은 앞서 윤 전 대통령에게 이날 오전 9시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당초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1일을 2차 소환 조사일로 지정해 통보했으나 윤 전 대통령 측이 불응하자 5일 오전 9시로 출석일시를 다시 통보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 측이 출석 시간을 오전 10시로 늦춰달라고 요구했지만 특검팀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윤 전 대통령 측은 9시쯤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